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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 동맹 만들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구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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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03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 취임 후 처음 한국을 방문하면서 첫 일정으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선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에 에어포스원이 착륙하자 곧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로 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로비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았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윤 대통령과 함께 이 부회장의 안내로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다. 약 22분간 시찰하는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공정 과정에 깊은 관심을 표하며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어 두 정상은 삼성 임직원 등 500여 명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이 지난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기로 발표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같은 시설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들어선다”며 “이 투자로 텍사스에 첨단기술 일자리 3000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삼성이 미국에서 만든 일자리 2만 개에 추가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연설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바이든 대통령은 또 “삼성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한국처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우리 경제와 국가안보를 의존하지 않도록 공급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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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도체는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꺾고 세계의 리더 자리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원동력이다. 그런 만큼 한국·일본·대만 등 반도체 생산 강국이면서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국가들로 ‘반도체 동맹’을 만들고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세워두고 있다. 이른바 ‘기술민주주의 국가들(techno-democracies)’의 힘을 모아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 미국의 기술 초강대국 지위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백악관으로 반도체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초대해 반도체 공급망 회복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에 적극 투자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이 중요 기술(critical technologies)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생산 주도권은 대만과 한국 등으로 넘어간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공급 차질로 미국 내 자동차 공장 라인이 멈춰서자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찬 계획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한 사례가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투자 발표였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평택캠퍼스는 삼성이 미국에 지으려는 시설과 매우 비슷한 모델”이라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미국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공급망 탄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엔 한국을 떠나기 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도 만날 계획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현대차의) 상당한 규모 투자에 감사하다는 말을 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21일(미 현지시간 20일) 조지아주에 70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짓는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후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국정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외교를 등한시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외적으론 미국의 세계 무대 복귀(America is back)를 알리면서 국내적으론 미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외교를 약속했다. 그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삼성의 텍사스주 반도체 공장 투자와 현대자동차의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신설 계획은 ‘중산층을 위한 외교’의 커다란 성과 사례인 셈이다.

이에 발맞춰 윤석열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하는 등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고고도 미사일 방어(THAAD·사드) 체계 기지 정상화’를 공식화한 게 대표적 사례다.

특히 IPEF에 한국이 원년 멤버로 참여한다는 건 미·중 공급망 경쟁에서 미국 측으로 무게추를 좀 더 기울이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일본·호주 등 사실상 IPEF 참여가 확정된 10여개국의 명목 GDP(국내총생산)는 중국의 두 배 규모다. 특히 그동안 미·중 경쟁 국면에서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던 한국의 IPEF 참여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 상징성과 실효성을 모두 충족하는 결정일 수 있다.

사드 기지 정상화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깜짝 선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사드 포대가 배치된 성주 기지가 ‘반쪽 운영’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게 한·미동맹 정상화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사드 포대는 2017년 4월 배치됐지만 성주 기지에 대한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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