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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 대통령 첫 오산 공군기지 지하벙커 찾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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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02면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첫 상견례 장소로 반도체 공장을 선택한 것은 ‘경제 안보’를 강조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게 양국 외교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경제 안보는 북한 도발 대응, 국제 현안 기여 등과 더불어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 안보를 직접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실도 “안보 동맹에서 경제 동맹으로 확장된 한·미동맹에 기술 동맹을 더하는 것”이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단순한 산업을 넘어 각국의 전략 물자가 되고 있는 반도체 관련 협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20일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주한미군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20일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주한미군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최강이고, 제조 공정은 삼성을 포함해 우리 기업이 일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서로 협력해 시장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커진다는 게 두 정상의 공통된 인식으로 반도체와 관련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밖에도 첨단 배터리 분야를 비롯해 친환경 녹색기술 협력,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우주 개발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첨단 기술 분야들도 주요 협력 의제로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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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보와 맥이 닿아 있는 또 다른 의제는 글로벌 현안이다. 이와 관련해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엔 경제적 목적 외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짙게 담겨 있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출범 단계부터 참여를 확정한 데 대해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니라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의 출발점이자 근원인 북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 이슈와 관련해선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머무는 2박 3일 동안 윤 대통령과 네 차례에 걸쳐 자리를 함께할 예정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0일 한국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오산 공군기지 방문 때 윤 대통령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1일 양국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까지 더하면 두 정상은 20일 저녁부터 22일 낮까지 네 번이나 대면하게 되는 셈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취임한 윤 대통령과 짧은 전화 통화만 했다”며 “이번 방한은 서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로 윤 대통령과 알아가기 위한 여러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 때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지 않는 데 대해 “위험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2013년 부통령 때 DMZ를 다녀왔기 때문에 또 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해 북한의 도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보여줄 계획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또다시 DMZ를 찾기보다는 공군기지에 방문해 한국군과 미군이 나란히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다”며 “양국이 함께하는 모습을 전략적으로 보여줄 기회로, DMZ에 서 있는 것보다 더 큰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출국 전 윤 대통령과 함께 오산 공군작전사령부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도 찾는다. 한·미 정상은 이 자리에서 양국 장병들을 격려하고 연합 공중작전 현황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오산 공군기지 지하 벙커에 위치한 KAOC는 한반도 전구 내 항공우주작전을 지휘·통제하는 곳으로 한국 공군은 물론 주한미군 공군 자산까지 통제한다. 평시엔 한반도 상공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를 식별하며 전시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를 통합 운용한다. 역대 방한한 미 대통령 중 KAOC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DMZ 방문 못지않게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행보가 될 것이란 평가다.

◆중, 전략폭격기까지 띄우며 무력시위=바이든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을 지켜보는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고위급 인사들이 미국의 반중 동맹 강화라며 연일 경고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동중국해에선 전략폭격기 훈련이 감행됐다. 20~22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맞춰 군사활동을 이유로 우리나라 서해 공해상 일부 해역에 항행 금지령까지 발령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작은 울타리로는 세계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 데 이어 관영 환구시보가 “IPEF 출범은 아·태 지역의 경제적 번영이 아닌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시발점”이라고 비판한 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선 미국의 ‘새판 짜기’라는 의구심의 발로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경계심은 무력시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엔 오키나와 인근 해협에 중국의 전략폭격기 ‘훙(H)-6’ 2대가 2020년 6월 이후 처음 출격했다. 일본 방위성은 “300~400㎞ 떨어진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랴오닝함 항모 전단도 현재 오키나와 남쪽에서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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