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티켓 없이 전세기 탑승, 에어포스원 설리번 브리핑 실시간 전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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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02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취재할 각국 기자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미디어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박현영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취재할 각국 기자들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 미디어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박현영 특파원

이 비행기엔 없는 것 투성이다. 일단 타는 사람 손엔 여권이 없다. 탑승권도 없어 불러주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영화·음악·뉴스 등 기내 엔터테인먼트도, 항공사 로고 같은 시각물도 전혀 없다. 자동차로 치면 ‘깡통차’ 같은 느낌이랄까. 오로지 A지점에서B지점으로의 이동 기능에만 충실하다. 그럼에도 전 세계 기자들이 이 비행기에 타려고 애쓴다. 세계 최고 권력자의 해외 방문을 눈앞에서 취재할 유일한 통로라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함께한 백악관 미디어 전세기(White House Press Charter)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엔 미국 정부 항공기 두 대가 떴다. 19일(현지시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출발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이보다 15시간 앞서 이륙한 미디어 전세기다. 기자도 바이든 대통령의 첫 방한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8일 백악관 기자단 일원으로 미디어 전세기에 올랐다. 백악관을 취재하는 각국 기자들과 미 정부 당국자들과 함께였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외 출장 때 통상 두 대의 비행기를 동원한다. 에어포스원은 대통령과 고위 참모들, 경호국 요원과 일부 기자가 타면 꽉 찬다. 이번에도 대통령 근접 풀기자 13명만 탑승했다. 그런 만큼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을 모두 태우기 위해 미디어 전세기를 따로 운영한다. 이번 전세기에는 미국 기자를 포함해 한국·일본·대만·레바논 기자 등 54명이 탑승했다. 한국 언론사로는 연합뉴스와 중앙일보가 포함됐다. 이들은 에어포스원에서 취재된 내용을 즉각 공유받는다. 이번 순방길에도 에어포스원에서 진행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1시간 가까운 브리핑 내용이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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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전세기는 탑승 절차와 보안 검색도 민간 항공기와 사뭇 달랐다. 당장 컴퓨터를 꺼내고, 신발을 벗고, 양손을 들고, 신체를 촬영하는 일반 공항의 보안 검색 절차가 생략됐다. 아무런 제지 없이 챙겨온 짐을 그대로 들고 탔다. 이 비행기의 안전은 어떻게 보장될까 궁금해졌는데, 이미 제출한 여권으로 신원 조회를 마친 데다 백악관과 국무부를 취재하는 기자라는 점을 신뢰한 듯싶었다. 그만큼 안전 보장에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의 유럽 순방 때는 200명이 넘는 기자단이 동행했다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승무원 대신 미디어 일정 관리를 전담하는 백악관 직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기장의 인사나 안내도 물론 없었다. 목적지인 오산 공군기지에 내린 건 20일 오전 1시. 미군 병사들이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코로나19 검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탑승자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검사를 받은 뒤 버스를 타고 오산 기지를 빠져나오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 입국 심사는 생략됐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보안 검색대와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않으니 한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듯했다.

미국 국경 통제를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국(CBP) 직원들이 기자단과 동행하며 출입국 절차를 관리했다. CBP는 세관과 출입국 심사를 포함해 막강한 법 집행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 CBP 직원이 탑승한 걸 알게 되면서 보안 검색이 생략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전세기를 타고 내릴 때 검사받는 건 기본. 매일 아침 검진 결과를 제출해야 하고 확진되면 호텔방에 격리돼야 한다. 그러면 전세기에 타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미국에선 마스크를 거의 안 쓰던 기자들도 식사 때를 제외하곤 좀처럼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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