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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키워야 멘탈 강해져, 추신수·김광현 메이저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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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25면

[스포츠 오디세이] 프로야구 SSG 김주윤 멘탈 코치

프로야구 SSG의 김주윤 멘탈 코치는 “어떤 상황에서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 좋은 멘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프로야구 SSG의 김주윤 멘탈 코치는 “어떤 상황에서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 좋은 멘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프로야구 KBO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SSG 랜더스에는 다른 팀에 없는 코치가 있다. 선수들의 심리와 멘탈을 관리하는 ‘멘탈 코치’다. SSG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김주윤(40) 코치가 주인공이다.

김 코치는 2020년에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소속 멘탈 코치로 계약을 맺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묻자 그는 “선수들 얘기 들어주는 게 주 업무”라며 “선수들에게 감정이나 멘탈 면에서 이슈가 생겼을 때 그 부분을 같이 확인하고 해결해 나가는 길을 찾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SSG의 퓨처스리그(2군) 소속 선수들이 훈련하는 경기도 강화군의 퓨처스필드에서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한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 오전에 김 코치를 만났다.

멘탈 약한 선수는 질문을 회피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오전 7시 반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개인 코칭이 필요한 선수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오전 중에 특별히 개인 세션이 잡히지 않으면 오전 훈련을 참관하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관찰하죠. 그때 코칭스태프와 얘기를 많이 나눕니다. 점심 이후 시간을 활용해서 개인 코칭이 필요한 선수들을 만납니다.”
구단에서는 멘탈 코치에게 뭘 원합니까.
“무엇보다 선수의 경기력이 좋아지는 거겠죠. 코칭스태프도 구단도 ‘여기까지 온 선수라면 1군 선수와 기술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왜 2군에서는 잘 하는데 1군 올라가면 힘을 못 쓸까’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그 원인을 멘탈에서 찾고, 그 부분을 멘탈 코치가 건드려 줘서 좋은 전력이 1군으로 올라오기를 바라는 거죠.”
멘탈 코치로서 기본 철학은?
“첫 번째는 존재 자체에 대한 존엄성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 존엄하고 세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독창성인데요. 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창의성을 예민하게 관찰해내고 포착해서 선수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끔 자극하는 게 제 역할이죠.”
신갈고 축구부를 대상으로 멘탈 코칭을 할 당시의 김주윤 코치. [사진 김주윤]

신갈고 축구부를 대상으로 멘탈 코칭을 할 당시의 김주윤 코치. [사진 김주윤]

유달리 멘탈이 강하다고 느껴지는 선수들의 특징은?
“자신에 대한 관심인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리려 하고 자신의 행동이나 과정, 결과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려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경기가 안 풀려서 짜증이 나면 ‘아 몰라. 그냥 술 먹고 잊자’ 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어떻게 하면 이 안 좋은 감정을 날릴 수 있을까.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라며 구체적으로 자신한테 질문하고 한 번 더 살펴보는 선수가 있죠. 저는 이게 자기에 대한 관심이라고 봅니다.”
‘으샤으샤’ 하면서 힘든 걸 참아내는 걸 강철 멘탈이라고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멘탈이 강하다고 하면 좋은 모습만 떠올리는 것 같아요. ‘MC 유재석이 멘탈이 강하다’고 했을 때 ‘한번 더 파이팅하고, 힘내고’ 이런 모습만 보는 것 같거든요. 그것도 있지만 상황이 좋건 힘들건 계속해서 자기한테 관심을 둘 수 있느냐가 핵심이죠. 힘들어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저는 충분히 멘탈의 힘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멘탈이 약한 선수의 특징은?
“질문을 던졌을 때 ‘몰라요. 그냥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하는 선수죠. 그만큼 자신에 대해 관심이 적다는 겁니다. 이런 선수는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력이 나왔을 때도 ‘내가 이런 준비를 하니까 이런 결과가 오네. 혹시 안 좋은 결과가 올 수도 있을까’ 같은 질문들은 하지 않고 ‘됐다.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 끝’ 이러면서 자신에 대한 관심을 닫아 버립니다.”

김 코치에게 ‘멘탈 코칭을 잘한 성공사례’를 꼽아달라고 했다. 그는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 선수의 성공이 오로지 멘탈 코칭 덕분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죠”라면서 신인 A선수의 예를 들었다.

“신인이라서 경기에 못 나가고 기다려야 하는 현실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요. 제가 코칭을 했지만 선배·동기들과 얘기하면서 스스로 알아차린 게 있었죠. ‘야구를 하는 목표가 경기 출장이나 기록 같은 것보다는 언제 그만두더라도 그때까지 야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스무 살 선수가 말하더라고요. 그가 자기 존재에 대해 크게 생각이 바뀐 걸 선언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그 뒤로 전 그에게 ‘오늘도 즐거웠어?’라고 늘 묻습니다. 저는 그 친구가 점점  나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와 김광현 선수의 멘탈은 어떤가요.
“직접 코칭을 하거나 깊게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시즌을 준비하고 후배에게 강의하는 모습은 지켜봤습니다. 가장 크게 보였던 건 두 선수 모두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하다는 점입니다. 야구에 대해서 어떤 주제를 던져도 머뭇거리거나 모호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습니다. ‘난 이럴 땐 이렇게 한다. 저럴 땐 저런 생각을 한다’라는 게 확고합니다. 슬럼프가 왔다 해도 그들은 제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지 않을 겁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도박·성범죄 등 일탈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 부분과 멘탈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량을 꾸준히 보이는 선수가 사회적·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인성이 좋은 선수가 멘탈의 질이 좋은 경우는 많지만, 멘탈의 질이 좋은 게 그 사람의 인성이나 됨됨이를 만들어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가정환경과 성장기 교육이 가장 크게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멘탈 코치로서 한계를 느껴본 적이 있나요.
“세 번째 시즌인데요. 매일 열 번 이상 느껴보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멘탈 관리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구단이나 코칭스태프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어떻게 선수에게 녹여내느냐, 선수가 보인 모습을 또 어떻게 위에 전달할까를 놓고 한계를 느끼죠. 특히 선수들과 스스럼없는 관계가 되기 위해 사교적인 능력이 필요한데 그 부분에서 한계를 절감합니다.”

멘탈, 롤러코스터 타는 게 정상

멘탈 코칭을 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까.
“확실히요. 우리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제가 하는 일이 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선수들은 ‘멘탈 코칭은 내가 내 이야기를 하면서 부족하거나  채우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시간이다’고 알고 있어요. 코치들도 저를 많이 활용합니다. ‘이 친구 한번 코칭해 주세요’라고 먼저 부탁하기도 하죠.”
멘탈 코치의 수입과 장래성은?
“프리랜서나 연예인을 생각하면 되겠죠. 충분한 부와 명예를 얻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이 더 많죠. 우리나라에서 멘탈 산업이 이제 조금 자리를 잡는 상황이라서 젊은 분들에게는 열정 페이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어요. 분명한 건 제가 지금 받는 대우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곧 만들어지리라는 겁니다.”
스포츠 멘탈 코치가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지요.
“기본적으로 심리나 상담 혹은 코칭에 대한 공부를 해야죠. 그게 대학원이나 사설 교육 과정 또는 자격 과정이 될 수도 있겠죠. 내가 어떤 색깔을 기본으로 할 것인지를 먼저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심리 상담, 트레이닝, 코칭 중에서 말입니다.”
중앙UCN 유튜브 채널

중앙UCN 유튜브 채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일반인의 멘탈 관리도 중요해졌다. 김 코치에게 ‘멘탈 잡는 팁’을 부탁했다. 그는 “멘탈 코치인 저도 멘탈이 수시로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그게 건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어떤 상황이든 진짜 자기 생각,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정확하게 떠올려야 한다는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다.

“‘홧김에’ ‘술김에’ 라는 말들을 하잖아요. 그 뒤에 따라오는 건 후회죠. ‘원래 내가 바라지 않는 생각·행동·모습인데…’ 라고요. 술을 먹거나 화가 났더라도 이런 상황일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싶고, 어떤 모습이고 싶고,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떠올리자는 겁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자동 반사처럼 즉흥적인 말과 행동을 한 뒤에 후회하진 않겠죠. 좋은 멘탈은 후회할 확률을 줄이는 겁니다.”

미 메이저리그 팀 모두 멘탈 코치 둬, 골프·수영으로 확산

오늘의 멘탈티비

오늘의 멘탈티비

미국 메이저리그 팀들은 코칭스태프의 일원으로 멘탈 코치를 두고 있다. 마이너리그 팀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두산 베어스의 최선호 멘탈 코치가 SSG의 김주윤 코치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KBO에 코칭스태프로 등록은 되지 않았다. 다른 팀들도 심리상담이나 정신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다.

개인종목의 경우 심리상담사나 멘탈 코치와 계약을 맺고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유소연·박인비·박태환 등을 맡았던 조수경 박사, 프로골퍼 출신으로 유튜브에서 골프 멘탈 레슨 프로 〈오늘의 멘탈티비〉(사진)를 진행하는 윤지선 프로 등이 이 분야 선구자다.

지난 3월 열린 베이징 패럴림픽의 휠체어 컬링 팀도 멘탈 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여자 컬링 ‘팀 킴’ 선수들도 멘탈 코치와 꾸준한 미팅을 통해 마음 관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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