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특수 사라진 ‘네카쿠배’ 해외 시장서 활로 찾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21 00:02

업데이트 2022.05.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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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14면

포스트 코로나 대책 분주한 산업계

회사원 김윤주(34)씨는 지난 한 달간 야외 활동에 많은 시간을 썼다. 김씨는 “친구와 매주 영화관에 갔고, 외식도 주 3회 이상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소비 패턴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김씨는 “온라인으로 식재료나 음식 배달을 주문하는 일이 크게 줄었다”며 “그 대신 외식하지 않는 날에는 대형마트를 찾아 직접 식재료를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외 활동이 늘면서 김씨는 넷플릭스 드라마나 네이버·카카오 웹툰 최신작 감상에도 예전처럼 많은 시간을 안 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 1개월 만인 지난달 18일 전면 해제되면서 시민들의 생활·소비 패턴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뀐 분위기다. 팬데믹의 엔데믹(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감염병) 전환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막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2년여 간 코로나19가 낳은 최고 ‘히트상품’이란 수식어까지 붙은 언택트(untact·비대면)의 특수(特需)도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이에 산업계, 특히 언택트 관련 사업으로 실적에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기업들은 내심 적잖은 타격을 입지 않을까 고심하며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국내 증시에서 언택트 대장주(株)로 군림한 네이버와 카카오, 언택트 열풍에 힘입어 미국 뉴욕 증시에도 상장했던 쿠팡,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계 선두주자 배달의민족(배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 이름의 앞 글자를 딴 ‘네카라쿠배’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이들은 팬데믹 이후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지만 최근 다소 주춤하다. 예컨대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1분기 매출이 지난해 4분기보다 나란히 감소했다. 두 기업에서 이는 각각 4분기, 8분기 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에 위기감이 커진 이들 기업은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 나섰다. 우선 국내에서 이용자(소비자) 수가 당분간 계속 줄어들 수 있는 점을 고려, 잠재 수요 자체가 많은 해외 시장 개척에 힘쓰기로 했다. 네이버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검색·커머스·핀테크 등의 서비스 연계로 2026년까지 글로벌 매출 비중 2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의 글로벌 매충 비중은 10% 정도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 종료 등 다양한 외부 변수가 있다”며 e커머스(전자상거래) 등의 신사업에서도 성장세가 지난 2년보다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강조했다.

카카오도 네이버처럼 해외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선봉장은 웹툰과 웹소설 등의 지식재산권(IP) 기반 콘텐트다. 언택트 특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로부터 눈을 돌려 해외 콘텐트 시장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검증된 IP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기 수월하다”며 “2024년까지 북미 1위 콘텐트 사업자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지금 같은 이용자 지인 기반 서비스에서 비(非)지인과 공유하는 서비스로 재편할 계획도 세웠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도 비슷한 관점에서 글로벌 배달 사업 도시를 기존 16곳에서 최근 21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월 배달 주문 건수가 평균 350만 건에 달할 만큼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팬데믹을 계기로 배달 문화가 빠르게 대세로 자리매김한 국내와 달리 베트남 등 동남아 중진국들에선 아직 배달 문화가 정착이 덜 됐다”며 “블루오션인 데다 한국 수준으로 엔데믹 전환이 진행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는 점도 배민 입장에선 매력적일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더해 배민은 B마트와 배민쇼핑라이브를 통한 생중계 형태(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외형상의 눈부신 매출 성장에 비해 가뜩이나 고질적인 영업적자로 고전 중인 쿠팡은 국내에서 수익성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다음달 19일부터 기존 회원의 멤버십 가격을 인상(월 2990원→4990원)하기로 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해 말 신규 회원의 멤버십 가격을 올리면서 요금 체계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바 있다. 쿠팡 측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용자들에게 더 필요한 신규 서비스 확대 여력 확보를 위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무조건 환불’ 정책 역시 중단하는 한편, PB(자체 브랜드) 상품 라인업을 패션과 제약 등의 분야에서 확대해 수익성 극대화를 노리는 데 나섰다.

이외에 대표적인 언택트 열풍 수혜 업종으로 꼽히던 게임 분야에서도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진 언택트 열풍을 겨냥해서 모바일 게임 개발에만 전념해도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이것만 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이들 기업을 엄습 중이다. ‘리니지’ 시리즈 개발사 엔씨소프트는 이용자의 90%가량이 해외 접속자인 K팝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명 K팝 가수들이 입점해 오리지널 콘텐트를 직접 업로드하면 국내외 팬들이 이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올 2월 기준 6300여 편의 독점 콘텐트가 게재돼 출시 1년여 만에 2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부문 사업 강화에 나선 한편, 글로벌 금융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전문 조직 구축을 계획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이런 움직임을 한층 가속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온라인 서비스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팬데믹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의 가치가 재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생활·소비 패턴이 비대면에서 다시 대면 위주로 바뀌면서 외모 치장에 필요한 패션·뷰티, 오프라인 이동에 필요한 모빌리티 등의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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