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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대학생 열기 느껴” 코로나 학번, 첫 축제에 열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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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호 05면

3년 만에 돌아온 대학 축제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축제 ‘#spring_cooler’에서 가수 싸이가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은 노래하고 뛰며 3년 만에 열린 축제를 만끽했다. 최영재 기자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축제 ‘#spring_cooler’에서 가수 싸이가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은 노래하고 뛰며 3년 만에 열린 축제를 만끽했다. 최영재 기자

“방학인가 싶을 정도로 학교에 사람이 많이 없었는데 이제야 대학생들의 젊음과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는 봄 축제인 ‘대동제’를 찾은 학생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300m가 넘는 거리에 학과와 동아리 부스 수십 개가 줄지어 있고, 푸드트럭에서는 닭강정, 스테이크 등 각종 음식 냄새가 풍긴다. 다코야키 줄을 기다리고 있던 20학번 이승민(22)씨는 “어제 볼빨간사춘기 공연에 이어 오늘 밤 보라미유와 싸이 공연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가수 싸이가 온다는 소식을 접한 인근 주민 상당수도 캠퍼스를 찾았다. 앞자리에 서기 위해 오후 2시부터 기다렸다는 21학번 이동근(22), 김미주(21), 김하늘(21)씨는 “줄 서느라 점심도 저녁도 못 먹었지만 뛰어야죠! 술, 노래, 흥만 있다면 밤을 새울 수도 있습니다”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디스코 팡팡·바이킹 등 놀이기구도

지난 18일 축제가 시작된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로에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다. 윤혜인 기자

지난 18일 축제가 시작된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로에 푸드트럭이 줄지어 있다. 윤혜인 기자

대학 축제가 3년 만에 돌아왔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열리지 않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했지만, 올해는 대면으로 개최하며 본격 5월 축제 시즌이 시작됐다. 대면 수업 재개, 식당·카페 영업시간 제한 해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에 힘입어 열린 축제로 캠퍼스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각 대학 축제는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스크 착용 외엔 코로나19 이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축제를 기점으로 대학 캠퍼스가 본연의 젊음을 되찾는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축제에서 학생들이 버블 축구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1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축제에서 학생들이 버블 축구를 즐기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봄 축제를 맞은 숭실대 정문엔 총학생회 마스코트 ‘셔니’ 대형풍선이 설치됐다. 사진 촬영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법학과 2학년 조현빈(21)씨는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과 활동을 많이 못 해 아쉬웠는데 이번 축제가 캠퍼스 정상화를 향한 발돋움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며 21학번으로서 첫 축제 맞이 소감을 전했다. 축제 진행 스태프 19학번 박정은(23)씨도 “다시 대면 축제를 경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간만에 캠퍼스가 붐비는 모습을 보며 ‘맞아, 대학은 이런 곳이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중앙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는 서울시립대 응원단. 윤혜인 기자

지난 18일 중앙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는 서울시립대 응원단. 윤혜인 기자

야외무대에서는 학생들의 공연이 한창이다. 이번 숭실대 봄 축제엔 초대 가수가 없지만, 관객석은 축제를 즐기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학생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이런 날을 기다려왔습니다!” 한 힙합 크루가 노래를 시작하자 앉아 있던 학생들이 일어나 손을 흔들며 뛴다.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랩 담당 21학번 백인호(21)씨는 “중학교 때부터 무대를 즐기는 학생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공연을 못 해 아쉬웠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제를 맞아 서울시립대 중앙로에 설치된 수십 개의 동아리 부스. 윤혜인 기자

축제를 맞아 서울시립대 중앙로에 설치된 수십 개의 동아리 부스. 윤혜인 기자

다음날인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서도 축제가 열렸다. 중앙로는 10여 개의 푸드트럭과 주문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붐볐다. ‘디스코 팡팡’ ‘미니 바이킹’ 등 놀이기구도 설치됐다. ‘맛있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공대’ 등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각 단과대와 동아리 부스도 인기다. 무알코올 칵테일 부스를 운영한 김재겸(22) 정경대학 회장은 “3년 만에 열린 축제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학생분들이 찾아주셔서  감회가 새롭다”고 전했다. 오후 5시 가수 비와이 공연이 시작되자 수천 명 학생의 함성과 떼창이 캠퍼스 전역에 울려 퍼졌다. 같은 날 축제가 열린 덕성여대에서도 가수 윤하의 노래를 따라 학생들의 떼창이 시작됐다. 덕성여대는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학생만으로도 드넓은 잔디광장이 가득 찼다.

올해 축제는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대학 축제 경험이 없는 일명 ‘코로나 학번(20~22학번)’의 반응이 뜨겁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발생한 2020년에 입학한 학생이 이미 3학년이다. 숭실대 21학번 구나연(22)씨는 “원래 봄 축제에 사람이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20학번부터 22학번까지 축제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더 북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22학번 이지유(20)씨도 “입학 후 캠퍼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이라며 “줄 서서 디스코 팡팡을 타고 즐겁게 노는 학생들을 보니 설렌다”며 웃었다.

10곡 부른 싸이 “관객도 저도 벅차”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균관 유생 의복인 ‘단령’ 체험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연합뉴스]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축제에서 성균관 유생 의복인 ‘단령’ 체험행사에 참여한 학생들. [연합뉴스]

대학 축제는 학생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가수에게는 공연할 기회가, 20대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기업에는 홍보할 기회가 늘어난다. 공간 대여 사업을 운영하는 김준모 오프사이트 공동대표는 “현장 홍보뿐만 아니라 학내 제휴 단체 SNS에 언급되는 등 온라인 홍보 효과도 있어 축제 부스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장사의 터전이기도 하다. 덕성여대에서 만난 유경석 한국푸드트럭협동조합 이사는 “지난 2년간 푸드트럭 사업자의 70%가 배달이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다시 이런 행사가 시작돼 일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대학 축제 재개는 곧 여러 이해관계자의 ‘삶의 재개’인 셈이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혁진 숭실대 부총학생회장은 “올해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데다 정부의 방역 지침도 어떻게 바뀔지 몰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조언을 구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포토 부스를 운영한 서울시립대 김범진(23) 경영대학 회장은 “선배도 많이 없었고,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져 조언을 그대로 수용할 수도 없어 준비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오랜만에 열린 축제라 더 재밌게 기획해야 한다는 부담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그래도 캠퍼스는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다. 다시 19일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싸이의 공연이 시작된 오후 8시까지도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싸이는 ‘젠틀맨’을 시작으로 마지막 앵콜곡 ‘예술이야’까지 10개 곡을 부르고 “2년 6개월 만에 만난 관객이 너무 벅차해서 저도 벅찼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21학번 전수연(21)씨는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간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학내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떼창·함성의 열기 후끈, 야외 음악 페스티벌도 봇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지정 피크닉존에서 관객들이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MPMG]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지정 피크닉존에서 관객들이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 공연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MPMG]

음악 페스티벌도 3년 만에 돌아왔다. 포문을 연 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서 열린 ‘뷰티풀 민트 라이프(뷰민라) 2022(사진)’다. 지난 3월 말 1차 티켓 오픈 당일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페스티벌 재개를 알렸다. 지난해에 열린 거의 유일한 페스티벌인 뷰민라는 당시 규모를 축소해 약 4000석만 판매했고 함성을 금지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지정좌석제인 대신 회당 8000석을 열었다. 아직 50인 이상 공연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관객들의 함성과 떼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가수와 관객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15일 공연을 관람한 페스티벌 마니아 김모(28)씨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신기해서 공연을 보면서도 계속 주변을 둘러봤다”며 “코로나19 이후 정상화된 기념비적인 공연에 함께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밴드 잔나비의 리더 최정훈도 “꿈 같은 순간”이라며 웃었다.

이 열기는 다른 음악 축제들이 이어갈 예정이다. 오는 27~2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악동뮤지션(AKMU), 선우정아, 에픽하이 등이 노래하는 이 페스티벌 티켓 3만여 장은 1분 만에 매진됐다. 6월엔 ‘청춘페스티벌’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이, 7월에는 ‘S20 KOREA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되며 공연 예술계도 점차 정상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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