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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경제안보 동맹으로” 바이든 “한국, 글로벌 혁신의 동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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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났다. 한ㆍ미 정상이 반도체 공장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는 장면은 곧 양국의 경제 동맹 심화를 상징했다.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20분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 공군 오산기지에 도착한 뒤 곧장 반도체 공장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했고, 양 정상은 20여초간 손을 잡은 채 대화를 나눴다. 양 정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임원단의 안내로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다. 반도체 공장은 최첨단 설비 등을 이유로 보안이 삼엄해 좀처럼 외부에 공개되는 일이 드물지만, 이날은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2박 3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2분간 공장을 둘러본 양 정상은 나란히 환영 연단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환영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ㆍ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ㆍ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반도체는 자율주행차, AI(인공지능), 로봇 등 모든 첨단 산업의 필수부품이자 미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1974년 한ㆍ미 합작으로 설립된 한국반도체 등 양국의 오랜 반도체 협력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미국의 첨단 소재ㆍ장비ㆍ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ㆍ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연설을 맺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연설에서 “공급망 확보이 확보돼야 우리의 경제적ㆍ국가적 안보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과 협력해 공급망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번 아시아 첫 순방에서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세계 미래의 많은 부분이 이곳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향후 수십 년간 써질 것”이라며 “역동적인 민주국가인 한국은 글로벌 혁신의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방한 기간 중 많은 논의를 하게 될 것이며, 수개월 수년에 걸쳐 두고두고 논의할 것”이라며 “한ㆍ미 동맹은 역내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의 중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양 정상이 환영 연설에서 강조한 것처럼 이번 한ㆍ미 정상 회담의 핵심 화두가 경제 안보다.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교란되고, 코로나 19 후유증으로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동맹국 간의 적극적인 협력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왕윤종 국가안보실 경제안보비서관과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타룬차브라 기술ㆍ국가안보 선임 보좌관은 이날 오전 처음 통화한 뒤 대통령실과 미 백악관 사이에 경제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상설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경제 안보가 핵심 의제로 부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안보 동맹에서 경제 동맹으로 확장된 한ㆍ미 동맹에 기술 동맹을 더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에서 전략물자화되고 있는 반도체 관련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계 대표들을 불러 회의를 소집하는 등 반도체를 안보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설계와 제조에서 일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양국이 협력해 시장을 확대하면 일자리가 커진다는 게 양 정상의 인식”이라며 "반도체 관련 논의가 구체화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반도체 외에도 첨단 배터리 분야, 친환경 녹색기술 협력 문제, 인공지능, 양자기술, 우주개발 등 미래 먹거리에 원전까지 첨단 기술 분야들도 협력 의제에 오를 예정이다.

경제안보의 연장선에서 양 정상은 글로벌 현안도 주요하게 다룰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선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제안한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ㆍ탈탄소ㆍ인프라 ▶조세ㆍ반부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체로 미국과 한국을 포함해 10여개국의 참여가 거론되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한국 정부는 출범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룰 테이커’(rule taker)가 아니라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기 위해서”(외교부 당국자)라는 이유에서다.

한ㆍ미 동맹의 출발점이자 근원인 북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 관련 이슈도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안보가 튼튼해야만 경제 안보와 기후변화 같은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김태효 1차장)는 말에서 보듯 이번 정상회담은 전통적 의미의 안보 이슈, 그중에서도 한ㆍ미 간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액션 플랜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확장억제는 한국이 핵 공격 위협에 놓일 경우 미국이 핵우산과 미사일방어체계, 재래식 무기 등을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구체적으로는 연합훈련 정례화 등이 언급되는데, 그중에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한ㆍ미 양국은 2016년 12월 외교ㆍ국방 차관급이 EDSCG 첫 회의를 열었지만,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이런 움직임은 대북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달리 '원칙 있는 대응'을 강조하는 기류와 맞닿아 있다. 양 정상이 22일 함께 하는 마지막 일정으로 공군작전사령부 예하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키로 한 것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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