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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강북이 제일 못 산다” 논란…'숫자'만 틀린 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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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노원역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한 뒤 이동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노원역 인근에서 집중유세를 한 뒤 이동하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강북이 제일 못 산다”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송 후보는 19일 노원구 집중유세에서 “(강북은) 강남과 GDP(국내총생산)가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국민의힘으로부터 “강남·강북으로 갈라치기”(김용태 최고위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치구별 총생산 지표는 사실 GDP가 아니라 GRDP(지역내총생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중 GRDP가 가장 높은 곳은 강남구로 71조8526억원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강북구로 3조2835억원이었다. 강남구가 강북구에 비해 21.9배 높았다.

송 후보의 발언은 강북‘구’와 강남‘구’를 특정해서 언급했다기보다는 한강 이남과 이북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발언 자체도 강북구가 아닌 노원구에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북이라고 해서 ‘GRDP가 낮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노도강’으로 불리는 곳 중 도봉구(24위)와 강북구는 GRDP가 낮지만, 노원구는 전체 17위로 광진구(18위)나 동작구(19위)보다 높다.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각종 은행 본사가 자리잡은 중구는 강북이지만 GRDP는 53조8232억원으로 강남구에 이어 2위다.

GRDP는 해당 지역 주민의 소득 수준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GRDP의 높고 낮음은 기업 밀집도의 영향이 더 크다. 금천구의 경우 GRDP가 17조6146억원으로 전체 8위인데, 이는 이곳에 자리잡은 가산디지털단지에 밀집한 기업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거주지와 다른 구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GRDP는 낮아도 소득은 상대적으로 높은 곳도 존재할 수 있다. 예컨대 서울시의 ‘2016년 서울서베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GRDP는 낮은 도봉구가 월 가구소득에서는 전체 7위로 상위권이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러나 근본적으로 송 후보 발언처럼 ‘잘 산다’, ‘못 산다’를 지역 총생산이나 가구당 소득으로 정의내리는 게 맞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페이스북에 “삶의 질을 GDP로만 계산하는 송 후보의 인식이 처참하다”며 “그런 기준이라면 자신의 지역구였던 인천은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고 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 국가별 삶의 질 순위를 매길 때 가처분 소득 등 경제적 요소뿐 아니라 환경오염, 안전, 삶의 만족도 등을 두루 평가한다. 통계청 통계개발원도 ‘국민 삶의 질’ 보고서를 매년 발간하는데, 사회적 고립도와 대인 신뢰도, 삶의 만족도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해 국민의 삶의 질의 변화를 보여준다.

송 후보는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강북이 제일 못 산다”는 발언에 대해 “상대적으로 지하철 인프라가 (강북에)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인프라에 대한 차별, 인프라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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