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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냐 권력이냐...빅테크 기업과 출판계의 문화 전쟁[BOOK]

중앙일보

입력

도서전쟁

도서전쟁

도서 전쟁 
존 B 톰슨 지음
전주범 옮김
출판유통진흥원 감수
한울아카데미

영화로도 만들어진 SF 『마션』은 저자 앤디 위어의 블로그 글에서 출발했다. 앤디는 블로그 연작소설로 돈을 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몇 사람이 책 형태로 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이자 전자책으로 만들어 무료 배포했다. 누군가 아마존 킨들에 올려달라고 요청했고, 결국 종이책으로도 출판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맷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로까지 이어졌다. 작가가 꿈이었으나 실리콘밸리 개발자로 일하던 앤디는 인생이 바뀌었다. 지망생에서 스타 작가로 말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앤디의 벼락같은 성공에는 전례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지적한다. 출판계 디지털 혁명의 유익한 사례 중 하나라는 것이다.

 유익하지 않은 사례는 무척 많다. 책 제목이 '도서 전쟁(Book Wars)'인 이유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서부 해안가의 빅 테크 기업 아마존과 구글이 동부에 포진한 출판업 '연합군'과 벌인 지루한 법정공방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아마존은 전자책의 대담한 가격 할인 정책이 출판계의 반발을 불렀다. 구글은 검색엔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대학도서관 등의 소장도서를 스캔해 검색이 가능하게 한 구글 라이브러리 프로젝트가 저작권 논란에 휘말렸다.

 저자는 문화 전쟁치고는 조용한 문화 전쟁인 도서 전쟁 이면에는 콘텐트와 권력에 대한 IT 기업과 출판산업의 사고방식 차이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테크 기업들에게 콘텐트의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 책은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방편일 뿐이다. 아마존의 경우 책 판매 과정에서 획득한 방대한 이용자 정보가 훨씬 요긴하다. 정보 자본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출판사들은 난처한 지경에 처했다. 아마존이 자가출판 시장 등에 진출하며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중개인으로서 출판사의 고유 영역이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출판계 디지털 혁명의 본질은 단순히 책이라는 상품이 종이책에서 정보 파일로 바뀐 데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생산 과정에서의 혁명이 더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종이책 출판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보지도 않았다. 과거의 소멸 전망이 모두 틀리지 않았느냐는 거다. 당장 700쪽이 넘는 이 종이책을 기자가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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