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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AI] 실리콘밸리가 IT산업 주도했다면, AI 혁명은 중국이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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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선두주자 센스타임(Sense Time·商湯科技)이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기업공개(IPO) 행사에선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1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동시에 기념 타종을 했다. 이 IPO를 통해 센스타임은 15억 주의 신주를 발행하고, 57억 7500만 홍콩달러(약 9375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센스타임은 홍콩중문대 탕샤오어우(湯曉鷗) 교수의 대학 연구과제에서 비롯됐다. 2016년 첫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출시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이 기술을 받아들였다. 14억 중국인의 얼굴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전국 지자체에 제공됐고 은행 신원 검증과 각종 보안 시스템에 활용됐다. 센스타임의 AI 기술은 기업과 각급 정부의 경영 및 재난 리스크 관리, 스마트시티 건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자동차 자율주행 등으로 확대됐다.

센스타임 [사진 셔터스톡]

센스타임 [사진 셔터스톡]

미국 실리콘밸리가 정보통신(IT)을 주도했다면 현재 진행 중인 AI 혁명은 중국의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끄는 분위기다. 센스타임이나 메그비처럼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음성인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아이플라이텍이 있다. 지능형 로봇을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에 활용하기도 하고(유비테크 로보틱스), 로봇이 한 가족의 시중을 들고 아이들 교육을 시킨다(로키드·루보). 한국에서 ‘틱톡’으로 알려진 동영상 SNS 플랫폼 더우인(抖音)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로 AI 개선에 이용하는 바이트댄스도 있다. 음성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유저의 영어 발음을 교정해 주거나(류리슈어), 특정 기업의 의사결정 행태를 분석해 경영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어피어).

중국의 AI 기술 역량은 수치로도 미국을 추월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에서 피인용된 AI 관련 논문 중 20.7%가 중국 논문으로 처음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같은 해 중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100) 기준 85.8로 유럽89.5)에 이어 3위였다. 한국은 80.9를 기록했다.

중국의 AI 굴기(崛起)는 거대한 시장과 그 시장의 요구, 그로 인해 발생한 치열한 경쟁과 기술 축적, 이 모든 과정을 강력하게 지원해 온 중국 정부의 합작물이다. 

21세기 들어 중국 기업들은 급격한 노동시장 변화에 직면했다. 경제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퍼센티지(%)로 성장해 갔지만 1978년부터 실시돼온 한 자녀 정책으로 젊은 노동인구는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 자연히 인건비가 올라갔고 경제 성장에 가속을 붙이기 시작한 이웃 나라 인도, 베트남 인건비의 2배 수준까지 비싸졌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산업계는 인력이 덜 들어가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AI 기반 공정 시스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26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스마트차이나엑스포에서 한 관객이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2019년 8월 26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스마트차이나엑스포에서 한 관객이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젊은 과학도들이 미래의 천문학적일 수익을 바라보고 AI 분야에 속속 뛰어들었다. 1000개가 넘는 AI 스타트업이 죽기 살기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기존 대기업들도 미래 먹거리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센스타임은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2014년 7월 소프트뱅크, 알리바바, 완다 등으로부터 4억 달러(약 5100억원), 11월엔 알리바바로부터 15억 위안(약 2820억원)을 유치했다. 경쟁은 더욱 가열됐고 초기엔 미국 베끼기에 열을 올렸다. 바이두는 구글을 베꼈고 아이플라이텍은 뉴안스(Nuance)를 베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의 수준에 가까워졌고 그들의 부족한 점을 뛰어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면인식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각종 보안 프로그램에 활용했다. 각 지방정부들은 AI에 기반한 스마트시티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앞다퉈 구축해 나갔다. 장쑤(江蘇)성 창수(常熟)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도시 전체를 ‘무인 택배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AI를 활용한 원격진료를 통해 농촌의 의료 낙후 문제 해결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중국의 한 회사가 만든 플렉서블 스크린을 관객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중국의 한 회사가 만든 플렉서블 스크린을 관객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1위의 AI 강국이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도별 지원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35년까지 완성할 7대 첨단 과학기술의 첫 번째로 AI를 제시했다. 2020년 중국의 AI 산업 규모는 1500억 위안(약 28조2300억원)이었다. 중국 정부가 2021년부터 실시 중인 14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엔 4500억 위안(약 84조69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벤처캐피탈 시노베이션 벤처스(Sinovation Venturs)를 창업해 중국 AI 스타트업을 지원해온 리카이푸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은 한 세기 전 제조와 운송, 에너지, 의료 4대 분야를 주도해 글로벌 패권국이 됐다. 이젠 AI가 중국에 변화를 일으키며 새 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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