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이든과 회담서 북핵 해결?…북을 잊어라, 우크라가 보증금" [미외교협회 스나이더 국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미국측 취임식 축하 사절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한ㆍ미 정상은 21일 처음 만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미국측 취임식 축하 사절인 '세컨드 젠틀맨'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한ㆍ미 정상은 21일 처음 만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을 풀기 위해선 북한을 잊어라.”  

미국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스캇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한ㆍ미정책국장이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전한 메시지를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경도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대신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첫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크라이나 문제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보증금(down payment)”다. 다음은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DC 그의 CFR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요약.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을 알차게 만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측에 제안하고 싶은 전략은.  
“우크라이나다. 지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큰 골칫거리가 우크라이나라는 점을 잊지 말자. 한국이 만약 먼저 적극적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면, 이는 한반도 문제를 위해서도 훌륭한 보증금(down payment)가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유심히 보고 있을 텐데, 우크라이나 관련 발언을 한다면 미국을 넘어 유럽에도 훌륭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일석이조가 될 수는 있겠는데, 지원 의지만 밝혀서는 약할 것 같은데.  
“구체적 수치, 그게 어렵다면 구체적 용어 및 고유명사가 들어간 문장이 나와야 한다. 인도적 지원 및 난민 문제 등을 위한 한국의 지원 의사를 구체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들린다.  
“한국은 이제 그럴 때가 됐다. 그런 점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은 중요하다.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패를 하면 뉴스다. 게다가 윤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달리 미국과의 톤 조율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바로 일을 실행하면 된다는 이점도 크다. 문제는 실행인데, 그 과정에서 내가 주목하는 건 한국의 6월 지방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이다. 국내 여론 설득 문제가 윤 정부의 대외 정책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캇 스나이더 CFR 한미정책국장이 워싱턴DC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스캇 스나이더 CFR 한미정책국장이 워싱턴DC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수진 기자

그 맥락에서 한ㆍ일 관계 개선 방법론을 묻고 싶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일본에 대해 펼친 입장이 인상적이었다. 바로 일본에 특사단 보낸 것도 강렬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고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더 이상 카페트 밑으로 밀어놓고 숨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 측에 각국의 사법과 외교의 차이를 잘 설명해야 한다. 윤 정부가 이를 정치적 문제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일본에 전하고, 일본 정치 리더들도 그에 상응하는 제스처를 보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인선은 어떻게 보나.  
“일각에서 윤 대통령이 외교 관련 직접 경험이 적다는 이유로 마치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아이 취급을 하는데, 이걸 기억하자.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니다. 솔직히 바이든 대통령도 외교 관련해선 여러 잡음을 내왔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에겐 최강의 무기가 있다. 외교ㆍ안보 당국자들이다. 대통령의 귀를 누가 잡고있는지가 중요한데, 윤 대통령의 인선은 훌륭하다. 서울과 워싱턴DC의 당국자들은 서로 척하면 척하는 사이다.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걱정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공조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의 도발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북한은 대화에 관심이 없어 보일 수도 있겠으나, 도발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대화를 하자는 신호탄일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은 사라지지 않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동시에 테스트할 모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약국을 찾아 의약품 공급 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약국을 찾아 의약품 공급 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집권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그가 이룬 성과는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두 군사적인 분야다. 그가 정작 강조했던 건 경제적 성과인데, 내로라할 경제적 성과가 무엇이 있나.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핵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리라 계산했던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나이더 국장은 19일엔 방한해 한·미수교 140주년을 기념한 한미협회(회장 최중경) 세미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이 성 김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로도 겸직시킨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5년을 넘어 앞으로의 5년을 잘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4월 말 워싱턴DC를 방문해 학자 및 당국자들을 두루 만나고 온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넘어 앞으로 윤 대통령의 첫 100일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첫째, 북한에 대한 자극적 언사를 자제해야 한다. 평화와 억제를 위한 신중하고 복합적인 메시지를 조화롭게 제시해야 한다. 군사적 대비는 조용히 진행해야 한다. 둘째, 한ㆍ일 관계 개선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일본이 기존과는 다르게 변화하고 있고, 국내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셋째는 중국이다. 중국과의 관계가 윤 대통령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불필요한 도발적 언행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 올해 초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흥규 아주대 교수. 올해 초 서울 중구 서소문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북한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은 반드시 도발을 할 것이다. 조만간 핵실험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김정은 핵강국 건설을 통해 미ㆍ중 전략경쟁의 환경을 돌파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윤 정부에선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를 최소화하면서 군사적 대비책을 충실히 세우고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 이명박 정부 시절의 경직성에선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인터뷰는 한미클럽의 경비 지원을 일부 받아 진행했습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