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좌절 바꾸겠다" 유세차 내려온 이재명, 신무기 꺼냈다 [밀착마크]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5:00

업데이트 2022.05.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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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러분을 가까이서 뵙기 위해서 소형 스피커 마이크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19일 낮 인천 부평구 부평시장역 인근에서 유권자들 가운데 서서 한 말이다. 대선 패배 두 달여 만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다시 출마한 그가 꺼낸 신무기는 무선 마이크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 부평시장역 인근에서 무선 마이크를 들고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 부평시장역 인근에서 무선 마이크를 들고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이 후보는 파란색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왼손에 마이크를 쥔 채로 골목골목을 누볐다. 부평구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는 아니지만 당 전체를 챙겨야 되는 입장에서 지원유세를 벌인 것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유세 방식에 대해 “유세차에서 대형 스피커로 떠들면 사람들이 객체화, 대상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가까이서 얘기하고 눈 맞추려 하는데, 그냥 하기엔 너무 목이 아파 휴대용 마이크를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인천 지역 최대 규모 공장인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해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환호하는 노조 조합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은 뒤 “여러분의 잿빛 작업복을 보니 어릴 때 공장 노동자 생활이 불현듯 떠올랐다”며 “저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세상은 노동을 통해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지엠 노조와의 정책 협약식 직후엔 공장 구내식당에서 노동자들과 식판을 들고 함께 식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한국지엠 노동조합과 정책 협약식을 마친 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한국지엠 노동조합과 정책 협약식을 마친 뒤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 후보는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시 선대위 출정식에서 “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인 동시에 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이어서 1인 2역을 해야 한다”며 “하루 48시간이 필요한데 24시간밖에 없어서, 잠잘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아껴 정말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이 이겨야 수도권이 이긴다. 수도권이 이겨야 충청·강원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날 그의 유세 동선은 인천 계양을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는 유세 일정 9곳 가운데 6곳을 인천 부평구·동구·서구 등 다른 지역에 할애했다.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나란히 상가를 찾아다니며 “저는 1번 옆 동네 이재명, 여기는 이 동네”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겐 “계양구에 아는 사람 있으면 전화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 부평시장역 인근에서 시민들의 요청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 부평시장역 인근에서 시민들의 요청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치권에선 ‘1인 2역’으로 나선 그의 정치 생명이 6·1 지방선거 수도권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인천시장·경기지사 선거에서 패하면 그가 ‘양대 선거 패배 책임론’ 같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취임 20여 일만에 열려 야당에 불리하다.

이런 지적에 이 후보는 “그 정도 계산이야 저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책임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른바 ‘개딸’, ‘양아들’의 좌절을 용기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제가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제가 절박해져야 하고, 제 모든 걸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인터뷰를 위해 오후 30분가량 동승한 그의 차 안엔 물병과 도시락 포장지 등 전날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후보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가능한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며 “어제는 밤 11시까지, 그 전에는 새벽 1시까지 지역을 다니며 주민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0.7%포인트 차로 아깝게 졌다.
“진 건 진 거다. 그게 집단지성체인 국민의 선택이었다. 국민들이 유능한 일꾼을 뽑을까, 아니면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을 심판할까 하는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
그런데 다시 민주당을 찍으라는 이유는 뭔가?
“심판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거다. 유능한 일꾼 집단과 심판하는 집단을 경쟁시켜서 ‘잘하기 경쟁’을 시키면, 국가 발전이 되지 않겠나. 이런 얘기는 대선 끝나고 저쪽(국민의힘)에도 따로 전했다. ‘서로 죽이고 헐뜯는 것 하지 말고 잘하기 경쟁 한 번 해보자’라고. 그러면서 ‘당신네 집단도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은 양당이 헐뜯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집권당인데도 만날 네거티브를 한다. 가로수 정비를 위해 지자체가 대선 전 자른 사무실 앞 가로수를, (최근) 제가 잘랐다고 당 대표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성남FC 의혹 관련) 경찰 압수 수색도 마찬가지다. 3년 7개월 동안 다 받은 자료를 다시 압수 수색을 하는 쇼를 한 것 아니냐.”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경기 분당갑)는 인천 계양을이 ‘무연고 출마’라고 비판한다.
“안 후보야말로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 10년 동안 ‘새 정치’ 우려 드시면서 그걸로 정치 생명 연장해오셨던 분인데, 이제 ‘새 정치’와 ‘다당제 정치 교체’를 다 갖다버리고 아예 구(舊) 정치에 투항했다. 다른 얘기하기 전에 국민께‘새 정치와 다당제 포기했다’ 설명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저조하다.
“대선 지고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냉정한 현실은 매우 어렵다. 정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후보 개인의 경쟁력만 갖고 10%포인트 이상 올리긴 어렵다. 다만 인천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절박하다. 인천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다. 다른 지역, 특히 충청권에 영향도 크다.”
승리를 자신하나?
“저는 논평가가 아니다. 선수로 뛰는 당사자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뜻과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저는 평가를 안 하려 한다. 경쟁했던 당사자이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저쪽이 일을 시작도 안 했는데 평가한다는 것도 이르다. 아직은 좀 지켜보면서 잘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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