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가까이서 뵙기 위해서 소형 스피커 마이크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19일 낮 인천 부평구 부평시장역 인근에서 유권자들 가운데 서서 한 말이다. 대선 패배 두 달여 만에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로 다시 출마한 그가 꺼낸 신무기는 무선 마이크였다.
이날 이 후보는 파란색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왼손에 마이크를 쥔 채로 골목골목을 누볐다. 부평구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는 아니지만 당 전체를 챙겨야 되는 입장에서 지원유세를 벌인 것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유세 방식에 대해 “유세차에서 대형 스피커로 떠들면 사람들이 객체화, 대상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가까이서 얘기하고 눈 맞추려 하는데, 그냥 하기엔 너무 목이 아파 휴대용 마이크를 생각해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인천 지역 최대 규모 공장인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방문해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환호하는 노조 조합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을 찍은 뒤 “여러분의 잿빛 작업복을 보니 어릴 때 공장 노동자 생활이 불현듯 떠올랐다”며 “저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세상은 노동을 통해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지엠 노조와의 정책 협약식 직후엔 공장 구내식당에서 노동자들과 식판을 들고 함께 식사했다.
이 후보는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시 선대위 출정식에서 “저는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인 동시에 당의 총괄선대위원장이어서 1인 2역을 해야 한다”며 “하루 48시간이 필요한데 24시간밖에 없어서, 잠잘 시간과 밥 먹는 시간을 아껴 정말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이 이겨야 수도권이 이긴다. 수도권이 이겨야 충청·강원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날 그의 유세 동선은 인천 계양을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는 유세 일정 9곳 가운데 6곳을 인천 부평구·동구·서구 등 다른 지역에 할애했다. 해당 지역 기초단체장 후보들과 나란히 상가를 찾아다니며 “저는 1번 옆 동네 이재명, 여기는 이 동네”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도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겐 “계양구에 아는 사람 있으면 전화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1인 2역’으로 나선 그의 정치 생명이 6·1 지방선거 수도권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더라도, 민주당이 인천시장·경기지사 선거에서 패하면 그가 ‘양대 선거 패배 책임론’ 같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취임 20여 일만에 열려 야당에 불리하다.
이런 지적에 이 후보는 “그 정도 계산이야 저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책임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른바 ‘개딸’, ‘양아들’의 좌절을 용기로 바꾸는 촉매 역할을 제가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제가 절박해져야 하고, 제 모든 걸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를 위해 오후 30분가량 동승한 그의 차 안엔 물병과 도시락 포장지 등 전날 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후보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가능한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며 “어제는 밤 11시까지, 그 전에는 새벽 1시까지 지역을 다니며 주민들을 만났다”고 말했다.
- 대선에서 0.7%포인트 차로 아깝게 졌다.
- “진 건 진 거다. 그게 집단지성체인 국민의 선택이었다. 국민들이 유능한 일꾼을 뽑을까, 아니면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을 심판할까 하는 고민 끝에 어려운 결단을 한 것이다.”
- 그런데 다시 민주당을 찍으라는 이유는 뭔가?
- “심판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거다. 유능한 일꾼 집단과 심판하는 집단을 경쟁시켜서 ‘잘하기 경쟁’을 시키면, 국가 발전이 되지 않겠나. 이런 얘기는 대선 끝나고 저쪽(국민의힘)에도 따로 전했다. ‘서로 죽이고 헐뜯는 것 하지 말고 잘하기 경쟁 한 번 해보자’라고. 그러면서 ‘당신네 집단도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지금은 양당이 헐뜯는 분위기다.
- “국민의힘이 집권당인데도 만날 네거티브를 한다. 가로수 정비를 위해 지자체가 대선 전 자른 사무실 앞 가로수를, (최근) 제가 잘랐다고 당 대표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성남FC 의혹 관련) 경찰 압수 수색도 마찬가지다. 3년 7개월 동안 다 받은 자료를 다시 압수 수색을 하는 쇼를 한 것 아니냐.”
-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경기 분당갑)는 인천 계양을이 ‘무연고 출마’라고 비판한다.
- “안 후보야말로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 10년 동안 ‘새 정치’ 우려 드시면서 그걸로 정치 생명 연장해오셨던 분인데, 이제 ‘새 정치’와 ‘다당제 정치 교체’를 다 갖다버리고 아예 구(舊) 정치에 투항했다. 다른 얘기하기 전에 국민께‘새 정치와 다당제 포기했다’ 설명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저조하다.
- “대선 지고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냉정한 현실은 매우 어렵다. 정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후보 개인의 경쟁력만 갖고 10%포인트 이상 올리긴 어렵다. 다만 인천 선거가 매우 중요하다. 절박하다. 인천은 전국 선거의 바로미터다. 다른 지역, 특히 충청권에 영향도 크다.”
- 승리를 자신하나?
- “저는 논평가가 아니다. 선수로 뛰는 당사자다. 최선을 다하고, 국민의 뜻과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 “저는 평가를 안 하려 한다. 경쟁했던 당사자이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저쪽이 일을 시작도 안 했는데 평가한다는 것도 이르다. 아직은 좀 지켜보면서 잘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