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에게 50만원씩 줘야 선거 이긴다"…이중선 "인사권 요구 브로커" 잇단 구속[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5:00

지난달 7일 전주시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들이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이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7일 전주시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들이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이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연합뉴스

"한 달에 1인당 50만 원씩 주는 사람 200명을 조직원으로 만들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정치 브로커들이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며 지역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떠돌던 이른바 '토호 브로커'의 존재를 알린 후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 전 행정관은 브로커들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올려주겠다'며 알려준 꼼수도 공개했다. "전주시 외 거주자라도 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해 휴대전화 요금 청구 주소지를 특정 지역으로 옮기는 게 가능해 여론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12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주시장 후보자 등록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우범기(왼쪽부터) 후보와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정의당 서윤근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주시장 후보자 등록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우범기(왼쪽부터) 후보와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정의당 서윤근 후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 폭로…경찰, 수사 착수

이후 전주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휴대전화 청구지를 바꾸는 조건으로 (한 사람당 50만 원씩, 200명에게 줄) 1억 원 정도가 브로커들에게 흘러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전 행정관은 "내 돈이 여론 조작에 쓰인 적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초대 사무처장을 지낸 이 전 행정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행정관(4급)과 전북도 정무특보(2급) 등을 거쳤다. 그는 기자회견 당시 "입지자로서 지역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브로커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다"며 브로커 등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시했다. 그는 또 "(브로커들이) '선거에서 이기려면 후보가 돈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다"는 말도 했다.

아울러 이 전 행정관은 브로커들이 인사권을 달라고 한 정황도 폭로했다. 그는 "(브로커는) '전주시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과장 (인사권) 몇 자리를 왜 못 주느냐'고 했다"며 "건설·토목 등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자리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사진 전북경찰청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사진 전북경찰청

前 시민단체 대표·전직 언론사 간부 구속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 전 행정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전북환경운동연합 전 공동대표 A씨 등 2명을 선거 조직과 금전적 지원을 대가로 이 전 예비후보에게 인사권 등을 요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A씨가 구속된 다음 날 입장문을 내고 "불미스러운 사태에 전 대표가 연루됐다는 것만으로도 회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과했다. A씨는 2017년부터 이 단체 공동대표를 맡아 오다 지난해 6월 자진 사퇴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시민단체 대표가 정치 활동에 나서자 간부들이 정당 활동을 제한하는 규정을 들어 사퇴를 요청했다고 한다.

A씨는 지난해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 모임인 기본소득국민운동 전북본부 상임대표를 맡았다가 3월에는 "정치 신인 이중선을 돕겠다"며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이를 두고 전북환경운동연합 안팎에서는 "A씨가 시민단체 대표 타이틀을 앞세워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킹메이커'가 되려다가 선을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 김성룡 기자

"오래전부터 알던 막역한 사이" 주장도 

지역 정치권에서는 "선거에 나서려고 하니 브로커들이 접근했다는 이 전 행정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 행정관과 그가 브로커로 지목한 3명은 고등학교 동창 등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여서다. A씨와 B씨의 법률대리인 최창용 변호사도 "(당사자들은) 원래부터 알고 지낸 막역한 사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명을 입건한 게 전부"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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