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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野, 한덕수 인준 전날 밤 국회 비공개 회의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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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9일 저녁 국회에서 비공개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20일 오후 4시에 열리는 한 후보자 인준 표결을 앞두고 교통정리를 위해 긴급 소집된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국 최종 결론은 본회의 2시간 전 열리는 당 의원총회에서 내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부결이 중론” vs “선거 망치려 하나”

이날 회의는 오후 9시부터 1시간 47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ㆍ박홍근 원내대표ㆍ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ㆍ김성환 정책위의장ㆍ고용진 수석대변인 등 당ㆍ원내 지도부가 참석했다. 원내대표단이 전날부터 인준안 표결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한 후보자 인준 여부를 논의하는 게 의제였다.

회의에 참석한 원내 핵심 관계자는 “회의 중론은 부결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기는 어렵지만, 전수조사에서 인준안 부결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았다”며 “특히 박 원내대표가 인준 여부에 직을 걸 정도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박 원내대표를 만난 한 의원도 “박 원내대표가 인준안이 가결되면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며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의지와 달리 복수의 참석자들은 모두 “오늘은 결론을 내는 자리가 아니었고,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결론을 내기 쉬운 상황이었으면 밤에 비공개로 급히 모였겠느냐”며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총 전에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방침을 정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 후보자의 인준안 표결 전날 밤까지도 민주당 지도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건 6ㆍ1 지방선거와 이재명계의 인준 찬성론 등 복합적 사안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당내 강경파들 중에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기존 지지층이 실망하며 선거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총괄선거대위원장을 맡아 사실상 이번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한 그룹에선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할 경우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고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박 원내대표는 부결 당론 채택을 원하는 분위기지만,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는 망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방선거를 걱정하는 의원들이 많은데, 박 원내대표가 당론으로 강제할만한 리더십이 있을지도 의문”이며 “어찌어찌 당론으로 정했다가 무기명투표인 인준 표결에서 이탈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결정의 공이 의원총회로 넘어가면서 한 후보자 인준안 처리 여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이에 원내부대표단의 한 의원은 “전체적으로는 감정이 격앙돼 부결 의견이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의총에서 부결 결정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무적 판단에 의해 기류가 바뀔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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