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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오일장, 낭만 섬 어떻게 찾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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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푸른 바다와 청보리밭의 조화가 아름다운 가파도. 바다 너머로 산방산과 한라산이 훤히 내다보인다.‘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과 김우빈도 자전거를 타고 가파도를 누볐다. [중앙포토]

푸른 바다와 청보리밭의 조화가 아름다운 가파도. 바다 너머로 산방산과 한라산이 훤히 내다보인다.‘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과 김우빈도 자전거를 타고 가파도를 누볐다. [중앙포토]

주인공 14명이 제주도를 무대로 각양각색의 인생 이야기를 펼친다.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이야기다. 노희경 작가가 쓰고, 이병헌·신민아·차승원·이정은·한지민·김우빈·엄정화·김혜자·고두심 등 톱 배우들이 출동했다. 시장 상인, 얼음 장수, 해녀, 트럭 만물상 등 다양한 인물 군상을 그리는 덕에 제주도의 생생한 일상 풍경이 담겼다. 제주도민의 여행지로 나오는 목포의 모습도 흥미롭다.

서귀포·성산읍 … 재래시장이 살아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제주마가 뛰노는 중산간의 목장과 감귤 농장 등 낯익은 풍경도 보이지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장소는 재래시장이다. 주요 인물들이 시장에 기대 사는 장사꾼이어서다. 덕분에 극 전체에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세트가 아니라 실제 제주도의 재래시장을 돌며 촬영했다.

이를테면 극 중 은희(이정은)의 생선가게 ‘은희수산’이 자리 잡은 푸릉마을 섭섭시장은 서귀포에 있는 매일올레시장의 풍경이다. 서귀포 이중섭거리 인근에 있어 관광객에도 널리 알려진 시장이다. 제주올레 6코스가 시장을 관통한다. 활어 경매 장면은 성산포항 부둣가에서 주로 촬영했는데, 실제로 갓 잡은 활어를 판매하는 위판이 매일 선다.

이병헌·김혜자 등이 모습을 비쳤던 제주도의 오일장. 성산읍 고성오일시장에서 촬영했다.

이병헌·김혜자 등이 모습을 비쳤던 제주도의 오일장. 성산읍 고성오일시장에서 촬영했다.

농수산물 파는 옥동(김혜자), 얼음장수 호식(최영준) 등이 오가는 오일장 풍경은 성산읍 고성오일시장이다. 매달 끝자리 4·9일에 장이 서는 아담한 오일장인데, 옛 시골 장터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성산읍사무소 관계자는 “동네 어르신을 주로 상대하는 시장이어서 관광 상품 대신 농수산물과 생필품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유일한 먹거리는 노점에서 파는 순댓국(6000원). 순댓국 파는 인권(박지환)의 캐릭터가 괜히 탄생한 게 아니었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한경면 신창풍차해안도로. 해상풍력단지 옆 해안선 따라 도로가 나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한경면 신창풍차해안도로. 해상풍력단지 옆 해안선 따라 도로가 나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드라마 로케이션을 담당한 김종욱 섭외팀장은 “덜 알려진 제주도를 담기 위해 1년 이상 섬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고 전했다. 해안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죽 늘어선 그림 같은 풍광은 제주도 서쪽 끝 신창풍차해안도로에서 담았다. 한경면 신창리 해상 풍력단지에서 차귀도 포구까지 이어지는 6㎞ 길이의 해안길로 일몰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트럭 만물상 동석(이병헌)의 차가 섬마을을 도는 원경은 비양도 해안도로 위에 드론을 띄워 담았다.

해녀 영옥(한지민)과 선장 정준(김우빈)이 찾은 낭만 섬은 가파도다. 서귀포 운진항에서 배로 15분 거리에 있는 작은 섬. 전체 면적(0.9㎢)의 65%가 보리밭인데, 청보리의 푸른 빛이 섬 전체를 물들이는 4~5월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두 주인공처럼 자전거를 타고 누비는 것도 좋다. 터미널 앞에 자전거 대여소(5000원)가 있다.

목포로 추억여행 가볼까

은희와 한수가 입을 맞춘 계단은 목포 건해산물상가 거리에 있다. [사진 tvN]

은희와 한수가 입을 맞춘 계단은 목포 건해산물상가 거리에 있다. [사진 tvN]

제주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은희와 한수(차승원)는 고등학교 때의 추억을 되살려 전남 목포로 여행을 떠난다. 우연한 설정은 아니다. 목포는 예부터 제주도민의 단골 여행지였다. 1960년대 이미 제주~목포 바닷길이 뚫렸다.

은희와 한수의 목포 여행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제주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목포항에 도착한 다음, 목포대교를 드라이브하고, 목포해상케이블카를 타고, 목포역 인근 목포근대역사관 거리와 건해산물상가 거리를 거닌다. 어린 은희와 한수가 입을 맞췄던 추억의 계단길이 건해산물상가 거리(해안로 237번길) 골목에 있다. 간단한 동선은 아니지만 부지런한 여행자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법하다. 촬영지가 유달산(228m) 자락에 몰려 있다. 유달산 노적봉 아래에는 ‘호텔 델루나’의 주무대였던 목포근대역사관 1관이, 남쪽 자락 시화동 골목 초입에는 영화 ‘1987’에 등장한 ‘연희네슈퍼’가 보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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