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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덕수 인준 갈등…“협치 버스 떠나” “자유투표 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본회의 임명 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회 본회의 임명 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젠 찬성해줄 마지막 명분도 없어진 것 아닌가….”(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9일, 민주당에선 ‘부결론’이 힘을 받았다. 당내 찬성론자의 논리였던 ‘선(先) 정호영 사퇴, 후(後) 한덕수 인준’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물건너가면서다.

이날 대통령실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한 후보자 인준 표결 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호영 사퇴’ 문제가 나오자 “왜 정 후보자가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 나는 정치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며 역정을 냈다고 한다. 정 후보자의 임명 문제를 한 후보자의 인준을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결국 “총리 인준을 받으려면 정호영 카드부터 폐기하라”는 민주당 압박에 윤 대통령 측이 “먼저 총리 인준부터 하라”고 응수한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존재 의의가 없는 정호영 카드가 무슨 큰 비책인 양 쥐고 있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나친 욕심으로 협치와 신뢰의 버스는 이미 떠났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은 자업자득·인과응보·사필귀정이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한 후보자의) 임명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했다. ‘친문계’ 강병원 의원도 전체 의원들에게 “한 후보자 인준 반대를 우리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해야 한다”는 친전을 보냈다. 그는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혀 한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면, 대통령 독주에 거야가 아무 저항도 못 했다는 국민적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대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하면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민주당엔 있다. 이같은 기류는 당내 최대 주주인 이재명계가 중심이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연이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처음 출발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장 후보인 송영길 전 대표도 “‘일단 이 정부가 출범했으니 당신이 알아서 해라, 국민이 평가할 거다’ 이런 전략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며 인준 찬성 쪽에 섰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찬반 당론을 정할 게 아니라 의원 자유 투표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리 인준 투표는 무기명 투표다. 행여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했다가 이탈표가 나와 인준이 통과되면 민주당 지도부로선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재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책도 아니고 인사 문제를 왜 당론으로 정하느냐”며 “의원총회에서 자유 투표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 투표는 사실상 인준 찬성으로 비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당 지도부에 존재한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4시 개최 예정인 본회의를 두 시간 앞두고 의원총회를 잡아놨다.

한편 정호영 후보자는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 마련된 사무실에 지난 9일 오후 출근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주 초 이후로 만난 적 없다”며 “충정로로 출근 안 한 지 한참 됐다. 공식 일정이 없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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