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 정부 수사…‘블랙리스트 의혹’ 백운규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문재인 정부에서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가 19일 오전 산업부 산하기관 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이번 강제수사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장관의 연루 의혹과 관련된 것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은 에너지기술평가원과 한국석유관리원, 대한석탄공사 등 산업부 산하기관과 백 전 장관의 사무실 및 주거지였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부하 직원 등과 주고받은 전자우편(e메일) 등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월 한국전력 자회사 4곳의 사장들이 산업부 윗선의 압박으로 일괄 사표를 냈다는 블랙리스트 의혹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앞서 파악된 백 전 장관의 지시 내용 등을 객관적인 증거로 교차 확인하는 작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산자부 기획조정실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전 장관은 이날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한양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면서도 “법과 규정을 준수하며 업무 처리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취임 이틀 만에 백운규 압수수색 … 윗선까지 뻗나

백운규 전 장관이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 앞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운규 전 장관이 1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 앞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백 전 장관은 또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 모든 것이 잘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검찰의 이날 움직임이 주목받는 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하루 전인 18일엔 한 장관이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소위 ‘윤석열 라인’이라 불리던 특수통 검사들은 수사 요직에 복귀했다.

‘한직’으로 평가받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심재철 남부지검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보내고, 그 자리에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 등을 앉혔다. 양 검사는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한 상가에서 심재철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한 일화로 주목받았고, 송 검사는 당시 조 전 장관 수사 실무를 책임진 인물이다. 윤 대통령 취임 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개시한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유임됐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의 연속성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어제오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게 아니다. (장관 취임과 수사는) 별개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1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이인호 전 차관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당시 “산업부 박모 국장이 아직 임기를 끝마치지 않은 발전소 4곳의 사장 등에게 사퇴를 종용해 일괄 사표를 내게 했다”며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당시 차관 및 국장 등 실무진에 대한 조사가 이미 이뤄졌고, 백 전 장관에 대한 조사를 남겨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3월 25일 산업부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뒤 사표를 냈던 당시 기관장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달 초까지 이인호 전 차관을 비롯해 고발된 간부들도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 자료들을 분석해 백 전 장관의 혐의가 구체화하면 그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동부지검이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에 대한 대전지검의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까지 수사 범위가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한 장관 취임 이후 동부지검이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것은 상징적이다. 전 정권에 대한 수사 가능성, 그리고 의지가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