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민주당이 한동훈을 못이기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21:30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19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19

1.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장관을 때린다며 오히려 키워주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9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한동훈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오히려 자충수 같습니다. 예산심사와 무관한 ‘한동훈 때리기’가 엉뚱했고, 내용면에서도 한동훈이 앞섰습니다.

2. 어차피 한동훈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입니다. 19일 한동훈의 득점 포인트를 보면 명확합니다.
첫번째 득점.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정치검사가 출세한다는 시중 통념이 왜 있냐’고 묻자 한동훈은 ‘지난 3년이 가장 심했다.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두번째. 김한정이 검언유착 의혹 관련해 ‘(한동훈이 검찰에) 휴대폰 비밀번호 제출을 거부한 것’을 비판하자 한동훈은 ‘이재명 전 지사도 비슷한..’이라고 찔렀습니다. 이재명 역시 2018년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수사과정에서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세번째. 김승원 의원이 ‘자신의 뜻에 안맞는 (친문)검사들을 한직(법무연수원)으로 몰아넣은 것이 정당하냐’고 질문하자 한동훈은 ‘저도 연수원에서 근무했고, 충실히 근무했던 기억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3. 한동훈에 유리한 결정적 배경은..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했던 잘못이 있고, 한동훈은 그 직접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한동훈이 얘기하는 ‘검찰의 정치화가 가장 심했던 지난 3년’은 조국 사태이후 윤석열을 쫓아내는 과정을 말합니다.  피의자가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출하지 않을 수 있는 ‘자기방어권’은 명백히 헌법상 보장된 권리입니다. 엘리트 한동훈이 4차례 좌천과정에서 법무연수원에서 직접 근무했기에..‘충실히 근무하면 된다’는 말을 아무도 반박하지 못합니다.

4. 한동훈에 더욱 유리한 건..민주당 의원들이 무식하거나 무성의합니다.
지난 9일 인사청문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남국 의원은 ‘(한동훈의 딸이 논문을) 이모 교수과 같이 쓴 것’을 착각해 ‘이모와 같이 썼다’고 주장했고, 최강욱 의원은 노트북 기증과 관련해 ‘기증자가 한 아무개(한동훈 딸)라고 나온다’고 주장했는데..‘한국3M’이란 회사이름을 착각했습니다. 자료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청문회 공격수로 나온 셈입니다.

5. 반면 한동훈은 이런 민주당 의원들의 무지와 무성의를 역이용할만큼 똑똑합니다.
검수완박법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위장탈당한 민형배 무소속의원이 검찰의 과잉수사를 성토했습니다. 그러자 한동훈은 ‘한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라며 공손하게 발언기회를 얻습니다.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던 경우에도 민간인을 고문하던 분도 계셨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가지고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폄훼하지 않지 않습니까..’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과 윤호중 민주당비대위원장 등이 연루된 ‘서울대 민간인 고문사건(프락치사건)’을 끌어들인 겁니다. 1984년 서울대 운동권 학생들이 민간인 4명을 ‘프락치(정보기관 끄나풀)’로 오인해 고문했습니다.

6. 민형배는 이런 한동훈의 역습에 보기좋게 당했습니다.
민형배는 ‘조금 전에 후보자께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도 민간인을 고문했다고 그러셨나요?’라고 되물었습니다. 한동훈이 ‘저는 그렇게 알고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민형배는 ‘그거 자료로 제출해 주시고요..’라고 말합니다.
민형배는 전남대학교 운동권 출신입니다. 그 시절 서울대에서 벌어진 프락치사건은 운동권의 도덕성에 치명적 오점을 남긴 사건입니다. 한동훈은 운동권의 도덕성 문제를 정확히 찔렀는데..정작 운동권 민형배는 급소를 찔렸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 셈입니다.

7. 한동훈이 유리한 마지막 이유는 아직 본격 업무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시점에선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범죄자뿐’‘사회적 강자도 엄정수사할 것’‘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 씌우는 것도 안되지만, 있는 죄를 덮는 것도 안된다’ 등등 멋있는 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잘 하겠다’는 의지표현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당은 지금부터 한동훈의 법무행정을 잘 감시하면 됩니다. 섣불리 때리다가 진짜 ‘제2 윤석열’ 만들지말고..
〈칼럼니스트〉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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