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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듀' 광탈후 미국판 유로비전 뒤집었다…'헤메' 말 쓰는 미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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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판 유로비전'이라고 할 만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첫 우승자인 한국계 미국인 가수 알렉사.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벽 4시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도 거의 잠을 못 잤다. 키가 작아 (잘 안보일텐데) 죄송하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알렉사는 거의 모든 질문에 한국어로 답했다. [뉴스1]

'미국판 유로비전'이라고 할 만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첫 우승자인 한국계 미국인 가수 알렉사.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벽 4시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에서도 거의 잠을 못 잤다. 키가 작아 (잘 안보일텐데) 죄송하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알렉사는 거의 모든 질문에 한국어로 답했다. [뉴스1]

파란 머리 한국계 미국인의 K팝 무대가 미국 대중을 사로잡았다. 지난 10일 미국 NBC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자 알렉사(AleXa·26)는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이 장소에 들어서면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우승자'라고 쓰인 현수막을 가리키며) 저 배너를 보고도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로비전' 미국판 첫 우승자, 한국 용어 '헤메'쓰는 미국인 K팝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ASC)는 유럽의 각 지역 대표가 모여 음악으로 경쟁하는 '유로비전' 제작진이 미국으로 건너가 만든 지역별 음악 대결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 첫 전파를 탔다.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1 우승자인 켈리 클락슨과 미국 래퍼 스눕독이 MC다. 미국 중남부의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태어나고 자란 알렉사는 오클라호마 대표로 선발돼, 각지의 컨트리 가수와 팝 가수, 코네티컷 대표로 참가한 그래미상 수상자인 마이클 볼튼(69)과도 경쟁했다.

알렉사는 우승 비결에 대해 "퍼포먼스, 무대 세트, 의상, '헤메'까지 무대에 다양한 요소가 다 들어가, 나만 보여줄 수 있었던 K팝의 매력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헤메'는 헤어+메이크업의 줄임말로, 알렉사는 한국식 표현인 '헤메'를 그대로 썼다.

알렉사가 우승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결승 무대. 알렉사는 '원더랜드'로 매 라운드 다른 무대연출을 선보이며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무대에 등장한 '고공 의자' 장면은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도 "나는 높은 곳을 좋아해서 무섭지 않았고, 관객과 댄서를 보면서 심장이 쿵쿵 뛰고 설렜다"고 말했다. ['American Song Contest' 유튜브 캡쳐]

알렉사가 우승한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결승 무대. 알렉사는 '원더랜드'로 매 라운드 다른 무대연출을 선보이며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무대에 등장한 '고공 의자' 장면은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도 "나는 높은 곳을 좋아해서 무섭지 않았고, 관객과 댄서를 보면서 심장이 쿵쿵 뛰고 설렜다"고 말했다. ['American Song Contest' 유튜브 캡쳐]

알렉사는 3월 발표한 곡 '원더랜드'로 경쟁을 치르면서 매번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허공에 매달린 의자에서 내려오는 퍼포먼스로 곡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는 "높은 델 좋아해서 무섭지 않았고, 무대와 관객, 댄서를 모두 내려다보면서 심장이 너무 쿵쿵 뛰고 설렜다"며 웃었다.

소속사인 지비레이블의 김준홍 대표는 "결승전 무대에서는 '퀸(여왕) 알렉사' 이미지로 방점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연출했다. 장비가 많이 필요한 세팅인데도 'ASC' 측에서 최고의 스턴트팀과 안전장비를 지원해줘 재밌는 표현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 점수 5위였던 알렉사는 대중 투표에서 710점으로 1위로 올라서며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준홍 대표는 "K팝 음악에 생소한 심사위원 점수에서는 5등이었는데, 투표 결과에서 판이 뒤집어져 고득점으로 우승했다"며 "새로운 K팝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였다고 생각하고, 우승한 그 순간은 저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사진 안 찍는 도자캣도 같이 셀카, "너무 멋진 순간"

알렉사는 지난 15일 열린 2022 빌보드 뮤직어워드(BBMA)에 참석했다. 지금껏 BBMA에 참석한 K팝 아티스트는 BTS와 알렉사뿐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 가수 도자캣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은 알렉사는 "도자캣이 내 귀의 피어싱을 보고 멋지다며 따라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중에 그가 피어싱을 많이 한다면 내 영향일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진 NBC 방송 캡처]

알렉사는 지난 15일 열린 2022 빌보드 뮤직어워드(BBMA)에 참석했다. 지금껏 BBMA에 참석한 K팝 아티스트는 BTS와 알렉사뿐이다. 시상식이 끝난 뒤 미국 가수 도자캣과 담소를 나누고 사진을 찍은 알렉사는 "도자캣이 내 귀의 피어싱을 보고 멋지다며 따라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중에 그가 피어싱을 많이 한다면 내 영향일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진 NBC 방송 캡처]

알렉사는 우승 특전으로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빌보드 뮤직어워드(BBMA)에 초청받아, BTS에 이어 두 번째 참석한 K팝 아티스트가 됐다. 시상식이 끝난 뒤 도자캣을 만난 그는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1번이 도자캣인데, 실제로 얼굴 보고 직접 얘기하는 순간이 너무 멋졌다(cool)"며 "내 귀에 피어싱이 많은 걸 보고 '멋있다, 따라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나중에 도자캣이 실제로 피어싱을 많이 하면 내 영향"이라고 농담도 했다. 평소 함께 사진을 잘 안 찍는 것으로 알려진 도자캣은 이날 알렉사와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알렉사는 BBMA 시상식에서 '가장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도자캣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며 "꿈같았고, 너무 멋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사 트위터 캡쳐]

알렉사는 BBMA 시상식에서 '가장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 도자캣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었다며 "꿈같았고, 너무 멋진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사 트위터 캡쳐]

미국인, K팝 춤쟁이, 프듀48 거쳐 K팝 아티스트까지

알렉사는 2018년 '프로듀스 48'에 출전했다가 '광탈'했다. 소속사 김준홍 대표는 "계약 직후,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의 연습생으로 나가서 광탈하고 절치부심해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돌이켰다. [사진 Mnet]

알렉사는 2018년 '프로듀스 48'에 출전했다가 '광탈'했다. 소속사 김준홍 대표는 "계약 직후,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의 연습생으로 나가서 광탈하고 절치부심해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돌이켰다. [사진 Mnet]

1996년생인 알렉사(본명 알렉산드라 크리스틴 슈나이더만)의 어머니는 어려서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 아버지는 러시아계 미국인이다. 두 살이 되기 전부터 발레를 배우기 시작해 14세까지 발레를 했고, 대학에서는 뮤지컬을 전공했다.

중학생이던 2008년 친구의 소개로 슈퍼주니어를 통해 K팝을 처음 접했고, 이후 K팝 커버댄스를 하다 2016년 현지 오디션 프로그램 '라이징 레전드'에서 우승하며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이때 영상 제작을 담당하던 회사로 지비레이블과 처음 연을 맺었다. 김 대표가 '얘 누구야?' 하며 발탁해 계약한 뒤, 곧바로 2018년 Mnet '프로듀스48'에 나갔지만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이후 1년 넘는 연습기간을 거쳐 2019년 해외 시장을 겨냥한 싱글 'Bomb'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해외 시장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미국은 지금부터 '원더랜드' 시작… 알렉사는 케이팝 3.0"  

뮤직비디오 제작 등을 하며 K팝 업계에서 20년을 일했다는 김준홍 대표는 우연히 다른 직원이 편집 중이던 영상에서 알렉사를 보고 캐스팅했다. 그는 연습생 시절 알렉사를 지도하던 중 "음악을 틀고 마음대로 표현을 해보라고 했더니 데뷔 2~3년차나 터득할 법한 감각을 보이더라"며 "그 때 해외로 데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뉴스1]

뮤직비디오 제작 등을 하며 K팝 업계에서 20년을 일했다는 김준홍 대표는 우연히 다른 직원이 편집 중이던 영상에서 알렉사를 보고 캐스팅했다. 그는 연습생 시절 알렉사를 지도하던 중 "음악을 틀고 마음대로 표현을 해보라고 했더니 데뷔 2~3년차나 터득할 법한 감각을 보이더라"며 "그 때 해외로 데뷔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뉴스1]

3월 21일 발표한 '원더랜드'는 레드벨벳 '퀸덤' 등을 작업한 스웨덴 작곡가 모아 아나 '카시오페이아' 카를베커 등 작곡가 5명이 곡을 쓰고, BTS·마룬5 등과 작업한 미국 유명 안무가 라이언 라미레즈와 안무가 그룹 '하우스 오브 샘(HOS)'이 안무를 짰다. 아메리칸 송 콘테스트 이후 '원더랜드'는 미국 K팝 시장 상위권에 진입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김준홍 대표는 "현재 미국 내 K팝 뮤직 차트에서 1위는 BTS, 5위는 싸이, 그 뒤인 6위에 알렉사가 올라갔다"며 "미국은 지금부터 '원더랜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작곡가, 미국 안무가, 한국 기획사, 미국인 아티스트가 뒤섞여 만들어낸 알렉사에 대해 김준홍 대표는 "K팝 3.0을 구현한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디까지가 K팝인가' '알렉사는 K팝인가 팝인가' 하는 논의도 있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듣고 즐길 수 있으면 그게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하느냐보다 아티스트가 음악을 잘 소화할 수 있으면 인종과 상관없이 K팝의 범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롤 모델로 현아와 태민을 꼽은 알렉사는 "한국에선 K팝이 '가요'인데 해외에서 'K팝'으로 부르고, 저스틴 비버는 (미국 가요인)팝으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다"며 "음악은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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