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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너무 심하다"…檢 특수통 '끼리끼리 인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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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다음 날 단행한 인사에 대해 “할 만한 사람들이 중용됐다”는 평가와 함께 ‘한쪽으로 편중된 인사’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특수통’, ‘윤석열 사단’이 대거 요직에 복귀한 것을 두고서다. 향후 이어질 인사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경우 비(非) 특수 검사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의무 사항은 아니라고 해도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를 생략하는 등 절차적 측면의 문제를 일으키면서까지 굳이 서둘러 대규모 인사를 할 이유가 있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김성룡 기자

尹과 근무 경험 있거나 특수통… '중용'의 조건

지난 18일 법무부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첫 검찰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윤 사단', '특수통'의 전면 배치다. 검찰 2인자로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의 대행 역할을 해야 할 대검 차장검사에 이원석(사법연수원 27기) 제주지검장을 임명한 것을 비롯해, 송경호(29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신자용(28기)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김유철(29기) 신임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 주요 자리를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윤 사단'이 꿰찼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패, 경제범죄에 연루된 정·재계 인사를 상대하는 특수 수사는 주로 수사력이 뛰어난 검사들이 맡는다. 여론의 주목도 역시 높아 성과를 드러내기도 수월하다. 이 때문에 특수통이 전면 배치된 이번 인사를 두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수사 역량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다”(서울지역 부장검사)라는 평이 따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수통 약진에… “예상은 했지만 심하다”

반면, 검찰 일각에선 박탈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등으로 혼란스러운 조직 전체를 추슬러야 하는데 특수통 검사에 무게추가 과도하게 쏠렸다는 비판이다. 한 수도권 부장검사는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심하다”며 “윤 대통령과 근무지가 겹치거나 특수수사를 해봤다는 경험이 인사 프리미엄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평검사는 “향후 정기 인사에서도 같은 분위기라면 ‘이게 맞는 방향인가’ 하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라며 “집권 초기 공개적인 비판은 어렵겠지만, 내부에서 불만이 쌓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윤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검사들만 중용한다면 그만큼 인재풀을 줄인 것”이라며 “특정 조건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 검사에겐 높은 벽처럼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인원 비율로 따지면 특수통은 극소수”라며 “끼리끼리 인사가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을 한 장관도 알고 있을 거다. ‘비(非)윤’ 검사들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이번 인사를 두고 윤 대통령 측근 중심의 "편향 인사"라고 비판했다. 1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이번 대검 인사가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인사라고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능력과 공정을 기준으로 소신 인사를 했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이 “개인적인 인연에 의한 인사, 특수부 출신 인사, 또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인사 위주로 이뤄졌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한 장관은 "오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에 승진한 사람의 면면과 과거에 일해오던 경력을 보면 누구나 수용할만한 능력과 인품을 갖췄다고 판단해서 제 책임하에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만 하루 만인 지난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만 하루 만인 지난 1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인사위 생략… '검찰공화국' 우려 키울 수도

인사 명령에 앞서 검찰인사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문제도 제기됐다. 검찰청법 35조는 검사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할 때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열 수 있도록 돼 있다. 또 같은 법 34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하도록 돼 있다. 의무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그와 같은 절차가 없이 진행됐다.

이를 두고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스스로 천명했던 입장과 원칙에서 맞는 인사인가, 자기 모순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인사에 대해 '총장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주요 보직을 인사한 것은 모순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도 "한 장관이 문 정부의 검찰 인사를 비판했던 만큼 더 엄격하게 절차를 지켰어야 한다"며 "장관 취임 이튿날 속도전으로 인사를 단행했는데, 검찰 공화국이란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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