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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엔 ‘단호’, 인도적 지원은 ‘관대’…두마리 토끼 노리는 尹-바이든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핵심 의제는 단연 북한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맞은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PA, 연합 자료 사진]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핵심 의제는 단연 북한 문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함께 코로나19 상황을 맞은 북한에 대한 의약품 지원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EPA, 연합 자료 사진]

윤석열 정부에게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뒤흔드는 위협 요소이면서 동시에 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할 공존의 대상이다. 이같은 딜레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무력 증강에 매몰된 사이 북한 주민들의 삶은 점차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가 북한을 덮치며 백신·치료제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은 당면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편으로는 억지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원해야 하는 북한 문제의 양면이 핵심 의제로 논의되는 이유다.

한·미 일치한 ‘제재·비핵화’ 원칙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및 7차 핵실험 움직임 등으로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같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3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및 7차 핵실험 움직임 등으로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같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조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3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 간 대북 공조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ICBM 발사 유예)을 파기했고, 최근엔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는 정황이 포착되는 등 7차 핵실험도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소형 전술핵탄두 개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머리 위에 실질적인 ‘핵 리스크’를 떠안게 된 셈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에 대한 ‘압박’과 ‘대비’ 카드가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선(先) 비핵화 원칙의 경우 한·미 공동의 대북 제1원칙이자 압박 카드로 활용되는 모양새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개선을 병행 추진했고, 때로는 종전선언 추진 등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한·미 간 비핵화 원칙에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 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선 일치된 입장을 보이는 만큼 공동성명 등에 담기는 비핵화 용어가 바뀌는지도 관전 포인트”라며 “문재인 정부에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비핵화는 남북이 모두 노력해야 할 사안이라는 뉘앙스를 담았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선 이같은 표현을 ‘북한 비핵화’로 바꿀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하는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의 모습. [유엔웹티비 캡쳐]

지난 3월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발언하는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의 모습. [유엔웹티비 캡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도 한·미 양국이 사실상 완전한 합의에 이른 압박 카드로 평가된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맞서 기존 제재 이행과 더불어 추가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추가 대북 제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협의체는 '정례화', 의제는 '확대' 

2016년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출범을 합의했지만 이후 2차례의 약식 회의만 열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 협의체를 재가동하고 의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연합뉴스]

2016년 한미 양국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출범을 합의했지만 이후 2차례의 약식 회의만 열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 협의체를 재가동하고 의제를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연합뉴스]

한·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대비 카드의 핵심은 확장 억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핵 공격 위협에 노출될 경우 미국이 핵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 본토 방위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억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연습은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라며 “(정상회담에선) 협의체 정례화와 의제 확대 문제를 긴밀히 논의해서 확장 억제의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는 오는 20~22일에 북한이 무력 도발에 나설 경우 기존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플랜B’에 돌입한다는 점을 대통령실이 공개한 것도 한·미 안보 공조 태세를 강조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태효 1차장은 이날 “ICBM을 포함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는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는데, 만일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경우 플랜B에 따라 한·미 정상은 즉시 연합방위태세 지휘 통제 시스템을 발동한다.

‘단호함’과 ‘조건없는 지원’ 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코로나19 비상협의회를 연 직후 평양 시내 약국들을 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코로나19 비상협의회를 연 직후 평양 시내 약국들을 시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대북 의약품 지원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북한의 무력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지만 이와 별개로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공교롭게도 새 정부 출범 직후 북한의 코로나19 방역망이 뚫리며 이런 원칙론은 곧바로 시험대에 올랐다. 쉽게 말하면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백신을 지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하는 셈이다.

일단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관련 인도적 지원은 한국이 주도한다’는 입장 아래 적극적인 대북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16일부터 줄곧 코로나19 백신과 각종 방역 물품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대북통지문 발송을 시도 중이다.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지난 12일 코로나19 현황을 공개한 것 자체를 사실상의 지원 요청 의사로 읽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다뤄진다면 북한 입장에서도 백신·의약품 지원에 호응할 명분이 생긴다. 원칙적 수준이라 하더라도 한·미가 정상급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대북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6.1 지방선거 낙수효과 기대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6.1 지방선거를 11일 앞둔 시점에 개최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초고속으로 이뤄지는 대형 외교 이벤트인 만큼 정상회담에 대한 여론 주목도가 높고, 특히 국내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관련 정상회담 결과는 지방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4년 전 지방선거 전날 개최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이 전 언론을 도배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며 한반도 훈풍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고,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당시 민주당은 총 17개 광역단체장 중 14개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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