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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정주영 500마리 소떼 방북처럼…北 코로나 지원해야"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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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태영호 의원실 제공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태영호 의원실 제공

북한은 코로나19가 2년 넘게 전 세계를 휩쓰는 중에도 그동안 감염자 발생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국가 최중대 비상 사건이 발생했다”며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자 국제 사회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열악한 의료 체계로 인해 피해가 커질 게 뻔하고 검사 장비도 부족한 탓에 ‘확진자’ 대신 ‘유열자(발열환자)란 용어를 쓸 정도로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9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 집계를 인용해 밝힌 17~18일 발생 유열자 수는 이미 26만2270여명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5월 말∼6월 초께 북한의 코로나 전파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북 제재와 별개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란 점에서 정부도 대북 의료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정작 북한은 정부의 실무협상 제안에 수일째 응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북한이 코로나 위기 상황에 빠지자 여권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 인사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1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마스크, 백신, 검사 도구 같은 의료품은 북한 지도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백신뿐만 아니라 이를 보관·저장할 콜드체인(신선도 유지를 위한 저장·운송 시스템), 전기, 제반 장비와 인력을 패키지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신을 아무리 많이 줘도 그냥 백신만 주면 그림의 떡이란 얘기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오른쪽)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할 때의 모습. 중앙포토

1998년 6월 고 정주영(오른쪽)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할 때의 모습. 중앙포토

그는 그러면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500마리의 소떼를 이끌고 북한을 찾아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튼 일화를 들었다. 태 의원은 “소를 주겠다고 할 때는 별 반응이 없던 북한이 소뿐 아니라 이를 운반할 트럭까지 지원하겠다고 하자 지지부진 하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고 말했다. 당시 북한 기술로는 생산하기 어려운 트럭까지 주겠다고 하자 그제야 북한 지도부가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말하자면 이번에 코로나 대북 지원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소떼(백신)뿐 아니라 트럭(전기와 콜드체인 장비)과 같은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게 태 의원 생각이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현재 북한에 전기를 공급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태 의원은 “일시적으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제한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북한 내 코로나19 사망자 중 16%가 10세 미만이다.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북한에는 이른바 ‘꽃제비’로 불리는 부랑아가 많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런 아이들이 또 다른 코로나19 취약 계층인 것이다.”
북한이 정부의 지원 제안에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유일하게 의료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중국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남한이 떠들썩하게 지원하는 게 싫다면 중국을 통해 익명으로 우회지원 하는 방법도 있다.”
북한이 왜 우리의 제안을 거부하나.
“북한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 북한의 보도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찾아간 약국 주변에 가로등이 없어서 경호 인력이 전등을 켜고 있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물도 문제다. 북한 병원에는 물이 계속 나오지 않는다. 남한에 당연히 있을 법한 것들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우리 식대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핵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아파하는 인민더러 버드나무잎을 우려먹으라고 하는 최빈민국이기도 하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북한 특사로 보내자”고도 주장했다.
“미국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전직 대통령이 특사로 간다. 이런 부분을 차용한 것이지, 문 전 대통령이 적임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대북 특사 임명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갑을 관계가 바뀌는 상황을 원치 않는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다녀왔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내가 북에서 대학교 다닐 때 한창 유행했다가 2000년대 들어 금지곡이 된 노래다. 저항 정신이 강한 이 노래가 다시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르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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