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조국이 다른 점은…” 1년만에 뭉친 '조국흑서'팀 대담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16:00

업데이트 2022.05.23 14:16

“공직자로서 한동훈의 자질을 검증한 게 아니라, ‘조국이 옳았다’, ‘조국이 억울하다’ 이 말만 계속한 거예요.”


2년 전 나온 책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 흑서)는 ‘조국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률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 기자는 책에서 조국 사태를 위시한 진보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진보 진영에서 ‘개XX’란 욕을 들어가며” 힘을 잃은 야당 대신 ‘장외 야당’ 노릇을 자처했다.

지난 12일 '조국흑서' 저자들은 중앙일보 상암사옥에 1년여 만에 모여 3시간 가량 대담을 나눴다.

지난 12일 '조국흑서' 저자들은 중앙일보 상암사옥에 1년여 만에 모여 3시간 가량 대담을 나눴다.

시간이 흘러 정권이 바뀌었다. 조국 수사를 책임졌던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됐다.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검사’는 조국 전 장관이 35일 만에 물러났던 그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았다.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조국 수사를 문제 삼자 한동훈 장관은 “그러면 조국 수사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여쭙고 싶다”고 반박했다.

[보이스] 조국흑서팀 대담 1편

‘조국 흑서’ 저자들은 2년 만에 급변한 권력의 추를 어떻게 바라볼까. 지난 12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 이들이 모였다. 1여년 만이라고 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허리 통증으로 대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전화상으로 대담에 나온 저자들을 격려했다. 대담은 3시간가량 이어졌다. 저자들의 입장은 책이 나올 때와는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대담 과정에서 때론 치열한 논쟁도 벌였다.

지난 12일 '조국흑서' 저자들이 중앙일보 상암사옥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지난 12일 '조국흑서' 저자들이 중앙일보 상암사옥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구설왕_서민 #팔짱_회계사 #소주2병_청문회

네 사람의 대담은 먼저 서민 교수의 최근 논란을 언급하며 시작됐다. 서민 교수는 과거 자신의 기생충 논문에 고등학생을 공저자로 올린 일이 보도돼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서 교수를 뺀 나머지 세 명은 “고등학생을 논문 공저자로 올린 건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서 교수를 비판했다. 서 교수는 “스펙 쌓기라는 걸 알았지만 실제 실험에 참여한 스펙은 훌륭한 일인데, 비판받는 게 억울하다”며 “조민과 달리 (실험에) 진짜 참여한 학생들을 저자에 올리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맞섰다. 또 서 교수는 “조국 사태 당시에도 고등학생의 논문 참여 그 자체는 옹호했다”며 “(스펙 쌓기를 죄악으로 여기게 만든) 조국사태가 과학계의 앞날을 막았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김경률 회계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팔짱' 증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JTBC 캡쳐

김경률 회계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팔짱' 증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JTBC 캡쳐

조국 흑서 저자들은 청문회 당시 민주당 위원들과 증인들의 문제점에 관해서도 토론을 벌였다. 진 전 교수는 “채널A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사건의 본질”이란 한동수 증인의 증언에 대해 “이미 허위로 드러난 사건 제보자의 거짓말을 사실인 양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팔짱’ 증인으로 논란이 됐던 김 회계사 역시 “(한동수 증인의 윤 대통령 관련 증언은) 비논리적이고 주관적 감정에 기댄 증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음주 청문회’ 비판을 받은 이수진 민주당 의원의 부적절한 태도 문제도 언급됐다. 이들은 “안 마셔도 소주 2병”, “음주를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진 전 교수는 임은정 검사와 이수진 의원의 판사시절 행보를 말하며 “부족한 실력 때문에 조직에서 좌천된 것을 권력의 탄압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 역시 “이 의원의 과거 판사 시절 판결을 다시 살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동훈과 ‘파블로프의 개’

최근 ‘정국의 핵’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평가도 나왔다. 네 명 모두 모두 한 장관의 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 기자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참신한 인사”라며 “정무직 장관 자리에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도 “쉰맛나는 윤 정부 인사 가운데 젊고 유능한 인사”라며 “청문회 국면에서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야권 인사들이 한 장관의 급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다만 서 교수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장관이 아닌 검사로 남았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자들은 한 장관 청문회 검증엔 문제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계사는 “질의에 ‘검수완박’ 등 법리적 질문이 단 한 개도 없었다”며 “전반적으로 청문회 과정에서 합리적 의심의 토대에서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게 아닌, 위원들의 ‘관음증’ 만족을 위한 요구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청문 위원들이 강한 확증편향을 갖고 악마상을 만들어 청문회에 나섰다”며 “‘한’(동훈)만 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하는 등 위험한 사고방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2년에 한 번씩 국회의원 선거를 치러 솎아내야 한다”며 무능력한 검증 과정을 꼬집기도 했다.

한동훈 딸 vs 조국 딸, ‘공정’의 출발선은…

한 장관 딸 스펙 관련 논란에 대해선 네 명 모두 비판적 의견을 냈다. 진 전 교수는 “(한 장관 임명은) 정권 초기 협치가 필요한 국면에서 강공 대립으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한 장관 딸 논란은) 사실상 조국 딸 ‘스펙 쌓기’와 본질은 동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윤석열 정부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조국사태’에서 딸의 ‘스펙 쌓기’가 논란이 됐다면, 윤석열 정부의 장관 임명에선 정리가 돼야 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똑같이 청문회 과정에서 딸 스펙쌓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다만 조국 흑서 저자들은 ″이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똑같이 청문회 과정에서 딸 스펙쌓기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다만 조국 흑서 저자들은 ″이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뉴스1

다만 서 교수는 “당연시되어야 할 ‘스펙 쌓기’가 범죄시 되는 경향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실제 실험이나 논문 활동에 참여한 이들의 스펙 쌓기는 장려돼야 할 문제 아닌가”라는 반론을 내기도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스펙이 자기 실력이었느냐가 관건”이라며 “표창장 등이 가짜였던 조민 경우와 다른 지점이 있지만, 앱 개발 등 여전히 검증이 안 된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강 기자 역시 “(한 장관 딸의) 이공계 관련 논문의 경우 짜깁기인 것 같다”며 “조국사태 당시 도덕적 우위를 내세운 진보 진영이 부모 자산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부모 찬스’를 스펙 쌓기에 활용해 비판받았다면, 한 장관 딸 논란도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강 기자는 “게재 여부를 떠나 어떤 식으로든 이용할 것이 예상됐던 스펙들을 정당화해줄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걸 조민과 같은 선상에 놓거나 ‘조국 딸보다 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한 장관 딸이 쓴 논문은 아이비리그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논문”이라며 “스펙으로 쓸 수 없는 논문”이라고 주장했다.

대담에 나선 흑서 저자들은 한 장관 딸의 ‘스펙 쌓기’ 논란은 ‘우리 사회가 공정의 출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란 정치철학적 성찰의 기회를 주는 사안이란 점에 동의했다. 진 전 교수는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식을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며 “(한 장관은) 공적 마인드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진 전 교수는 “‘입시에 사용되지 않았으니, 불법이 아니다’란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공직자 검증 과정에서) 불법이 아닌 모든 게 허용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한 장관의 이런 논란을 적절히 추궁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냈다.

조국 사태가 만든 대혼돈의 ‘멀티버스’

‘조국 흑서’ 저자들은 책에서 ‘팬덤 정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팬덤 정치가 어느 정도 줄어들까’란 물음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진 전 교수는 “‘처럼회’ 의원 등 청문회에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조국을 수사한 한동훈을 잡아라’는 강성지지층 요구에 충실했다”며 “한동훈 장관의 공직 적격 여부 검증 대신 ‘조국이 억울했다’, ‘조국이 옳았다’는 식의 말만 반복했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들이 강성지지층의 힘으로 (당내) 주류로 올라섰지만, 자기동력을 가진 이 지지층들에게 결국 잡아 먹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 역시 “결국 권리 당원들의 지지성향이 과잉대표되며 야당 의원들의 무능력이 재생산된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SNS 문화와 엮여 대안적·가상현실을 창조하는 정치적 지지 문제는 ‘트럼피즘(Trumpism)’ 등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지만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강성지지층의 힘으로 당내 주류로 올라섰지만, 자기동력을 가진 이 지지층들에게 결국 잡아 먹혀 과거의 민주당을 복원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강성지지층의 힘으로 당내 주류로 올라섰지만, 자기동력을 가진 이 지지층들에게 결국 잡아 먹혀 과거의 민주당을 복원하기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캡쳐

민주당과 강성 지지층 간 관계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중도층을 흡수해 과거의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일은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에 막혀 불가능해졌다”며 “결국 (동양대) 표창장이 진짜인 세계와 가짜인 세계로 나뉘었다”고 말했다. 이에 강 기자는 “조국 사태가 만들어낸 ‘멀티버스’를 살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강기자와 김 회계사 등은 “표창장이 진짜인 세계의 균열을 낸 금태섭·김해영 전 의원은 그 세계에서 추방당했다”며 “최근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조국의 강’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도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종의 타협”이라고 말했다.

※VOICE 조국흑서팀 대담 2편이『진보·보수의 미래와 시민사회』라는 주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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