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계 덮친 ‘물가 폭탄’…덜 샀는데, 나간 돈은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물가 상승 여파로 올해 1분기 가계 소비지출이 11년 만에 최대로 증가했다. 실질지출 증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들인 건 예전과 비슷한데 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늘었다는 의미다.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연합뉴스

1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 연합뉴스

고물가에…가계지출 11년 만에 최고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3만1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7% 늘었다. 1분기 기준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같은 기간 전체 지출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하다. 높은 물가로 인해 지출이 증가했을 뿐 실제 소비 자체는 거의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 3월은 전년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가 4.1% 오른 때다.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었다. 1월과 2월도 3.6% 이상의 물가 상승률이 나타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체 가구로 보면 음식‧숙박(13.9%), 교육(13.5%), 의류‧신발(5.7%) 등 항목에서 소비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난해 판매가 움츠러들었던 품목들이다. 방역 정책 완화로 일상이 회복되면서 관련 지출이 늘었다. 전년 지출이 크게 줄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식료품의 경우 물가 상승을 반영한 명목지출 증가율은 0.9%였는데 실질지출은 오히려 3.1% 줄었다. 가사서비스는 명목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4% 줄었는데 실질지출 감소율은 13.8%로 더 컸다. 유가 상승 영향을 받는 교통 명목지출은 2.8% 늘었지만, 실질지출은 6% 감소했다. 전보다 적게 샀는데 돈은 더 많이 썼다는 의미다.

소득보다 세금 증가율 더 높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가구 평균 월 소득은 482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0.1% 늘었다. 가구소득 증가율이 10%를 넘은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취업자가 증가하고 소상공인 매출이 일부 회복하면서 근로소득(10.2%), 사업소득(12.4%)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소득이 크게 늘긴 했지만 역시 물가 영향이 컸다. 물가 상승분을 덜어낸 실질소득 증가율은 6%였다.

가구소득 증가율(명목 기준 10.1%)보다 세금 증가율은 더 높았다.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경상조세 지출은 1년 전보다 28.3% 늘어난 22만1000원이었다. 경상조세는 소득세‧재산세 등 소득에 부과되는 직접세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세금은 누진적 성격이 있어서 소득이 증가하면 세금은 더 크게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가구당 사회보험료 지출도 전년 1분기보다 10.3% 늘었다.

1분기 가계의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86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0% 증가해 지출 증가율을 상회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총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으로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1분위와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 차이를 비교한 5분위 배율은 6.2배로 지난해 1분기(6.3배)보다 줄었다. 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의 6.2배에 달한다는 것으로, 불평등 상황이 전년보다 소폭 개선됐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가계 흑자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분배 지표도 개선됐다”면서도 “향후 개선세 지속 여부가 불확실한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가계 부담 증가 완화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