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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코로나 지원금 4.6억 잘못 송금…"도박으로 다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에서 행정상 실수로 잘못 입금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금 4630만엔(약 4억 5900만원)을 인터넷 도박에 탕진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경찰은 18일 오후 24세의 무직 남성 다구치 쇼(田口翔) 용의자를 전자 계산기 사용 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돈은 온라인 카지노에 다 썼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일본 야마구치 현경. [NHK 방송화면 캡처]

일본 야마구치 현경. [NHK 방송화면 캡처]

사건이 일어난 지역은 인구 약 3100명이 살고 있는 야마구치현의 아부(阿武) 마을. 지난 달 6일 마을 사무소 직원이 코로나19로 생활이 곤궁한 가구에 지원하는 정부 지원금을 실수로 잘못 송금했다. 463가구에 각각 10만엔씩 지급할 돈을 명단 중 제일 위에 이름이 있던 다구치 용의자의 계좌로 한꺼번에 보낸 것이다.

이틀 후인 8일 실수를 확인한 직원은 즉시 다구치의 집으로 찾아가 돈을 돌려받기 위해 함께 은행으로 향했다. 하지만 다구치는 은행 앞에서 돌연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오늘은 돈을 돌려주고 싶지 않다", "내가 왜 돈을 돌려줘야 하는지 서류로 작성해 보내 달라"고 이야기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구치의 계좌에선 11일간 총 34회 출금이 있었다. 지원금이 들어오기 전 계좌 잔고는 665엔(약 6600원)이었다가 4630만엔이 입금된 후 수십만엔씩 빠져나갔고 현재 통장에는 약 6만9000엔(약 68만원)이 남아 있다. 경찰은 "돈은 사용됐을 때 즉시 인출되는 데빗 결제나 복수의 결제 대행사를 통해 해외 온라인 카지노 등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다구치는 마을 사무소의 연락을 받지 않다가 지난달 21일 집으로 찾아온 직원에게 "돈을 다 써버려서 이제 되돌려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마을 측은 지난 12일 다구치 용의자에게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은 다구치가 돈이 잘못 입금되었음을 알면서도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의 계좌로부터 결제 대행 업자의 계좌로 돈을 옮겨 불법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전자 계산기 사용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용의자는 2020년 말부터 인근 지역 홈센터에서 정사원으로서 일하고 있었다. 4월 말 "코로나19 지원금 문제로 일이 복잡해져, 가게에 폐가 되므로 그만둔다"며 퇴직했다고 한다. 다구치의 변호사는 용의자가 "돈을 다 써버린 것은 매우 죄송하다. 조금씩이라도 갚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다구치 용의자는 도박으로 돈을 다 잃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온라인 카지노 측에 송금한 돈이 아직 남아있을 가능성, 돈이 온라인 카지노를 경유해 다른 계좌로 옮겨갔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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