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취한 중국인이 '묻지마 살인'…가족 없는 60대 일용직 비극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09:41

업데이트 2022.05.19 09:44

지난 11일 오전 6시쯤 서울 구로구 한 도로에서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JTBC 뉴스 캡처]

지난 11일 오전 6시쯤 서울 구로구 한 도로에서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JTBC 뉴스 캡처]

마약에 취한 중국 국적의 남성에게 ‘묻지마 살인’을 당한 피해자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용직 노동자였다.

지난 18일 JTBC에 따르면 일주일 전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피해자인 60대 남성 A씨는 숙박업소에서 지내던 일용직 건설노동자였다. A씨는 가족 없이 홀로 살아왔고 월세도 밀려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사고 당시 A씨는 인력 사무소 명함을 보며 일자리를 찾던 중, 일면식 없는 남성에게 이유도 모른 채 살해당했다.

숙박업소 주인은 JTBC에 “(A씨가) 엄청 어렵다. 먹는 것도 없다. 나이가 많아 일도 못 나가서 (일을) 한 달에 한두 번 나간다”며 “엄청 착했는데, 불쌍하다. 착한 사람을 왜 죽였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A씨의 시신을 인계하지 못해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A씨는 지난 11일 오전 6시쯤 구로구 한 도로에서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B씨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숨졌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 TV에는 B씨의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에서 B씨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A씨에게 다가가 여러 차례 발길질을 한 뒤 막무가내로 폭행을 이어갔다.

B씨는 쓰러진 A씨의 주머니를 뒤져 현금 몇만 원 등을 챙긴 뒤 경계석(연석)을 들어 A씨 안면부를 내리쳐 살해했다. 당시 B씨는 마약에 취해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CCTV에는 A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시민들이 외면하는 모습도 담겼다. 경찰과 소방 구조대원 등이 오전 6시15분쯤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시민 50여 명이 A씨 곁을 지나쳤다.

A씨는 폭행당한 직후 얼굴에서 피가 분출하는 등 출혈이 심한 상태였지만, A씨에게 다가가거나 상태를 살펴봐 준 사람은 없었다.

CCTV 화면에 신고 장면이 잡히진 않았지만, 소방은 오전 6시9분쯤 119에 ‘사람이 다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과 소방관이 사건 현장에 도착한 6시15분쯤 A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B씨는 A씨를 살해하고 도주하던 중 인근에서 손수레를 끌고 고물을 모으던 80대 남성도 폭행했다.

지난 13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B씨는 강도살인·폭행·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체포 당시 살인과 폭행 혐의와 함께 금품을 훔친 점도 확인돼 강도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불법 체류는 아니지만,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도 일부 확인됐다.

B씨는 체포 후 진행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국과수의 정밀 결과 검사가 아직 나오지 않아 경찰은 일단 마약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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