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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때 만든 공포의 도로…'반값 통행료' 화물차 50% 폭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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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020년 대구부산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는 내용의 협약식 장면. [연합뉴스]

2020년 대구부산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낮추는 내용의 협약식 장면. [연합뉴스]

 민자도로인 대구부산고속도로(대구부산선)의 통행료를 반값 수준으로 낮췄더니 중·대형 화물차 운행이 50%가량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시 통행료를 절반으로 인하한 천안논산고속도로(천안논산선)도 덩치 큰 화물차 운행이 30% 넘게 늘었다.

 이처럼 이들 민자 고속도로에 중·대형 화물차가 많이 늘어나면서 승용차 운전자가 느끼는 위협감이 한결 커진 데다 차량 정체도 통행료 인하 전보다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가 1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운영하는 '교통량정보제공시스템(TMS)'의 통행 현황을 단독으로 분석한 결과, 대구부산선은 2020년 일일 평균 교통량이 4만 122대였다.

 대구부산선은 2020년 말부터 통행료를 대형차는 1만 1100원에서 5200원으로 53%, 대형화물차는 1만 4900원에서 6700원으로 55%를 낮췄다. 특수화물차도 1만 7600원에서 7700원으로 56% 인하했다.

 대구부산선, 대형화물차 59% 늘어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의 통행료보다 비싼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운영기간 연장 또는 도공 인수 등의 방식으로 대폭 낮추는 문재인 정부의 도로 공공성 강화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당시 해당 정책을 두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긴다" 거나 "도로 기능의 차별성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요금을 낮추는 건 불합리하다'는 등의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이후 2021년의 교통량과 비교해보니 일일 평균 통행량은 4만 7496대로 18.4% 증가했다. 반면 중형화물차는 40.8%가 늘었고, 대형화물차는 이보다 더 많은 58.7%나 많아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루 평균 2000대가량 다니던 대형화물차가 3300대로 1300대나 증가한 것이다. TMS에선 바퀴 축이 3~5개인 화물차는 중형으로, 트레일러 형태의 화물차는 대형으로 분류한다.

 천안논산선은 중형화물차 50% 급증 

 이 같은 상황은 천안논산선도 마찬가지다. 천안논산선은 2019년 말에 대형차 48%, 대형화물차 51%, 특수화물차는 52%씩 각각 통행료를 인하했다.

 그랬더니 2019년 4만 8674대였던 일일 평균 통행량은 5만 4733대로 12.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형화물차는 49.8%가 늘었고, 대형화물차도 14.9%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부산선 통행료 인하 내역. [자료 국토교통부]

대구부산선 통행료 인하 내역. [자료 국토교통부]

 TMS 조사에서 차체가 작지 않은 2.5t 이상 화물차가 소형화물차로 분류되는 걸 고려하면 실제 이들 도로를 달리는 중대형 트럭은 더 많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하헌구 인하대 교수는 "화물차 증가는 연료비 인상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통행료 인하의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화물차는 시간 못지않게 통행료 등 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로 통행료가 대폭 낮아지면서 기존에 운행을 꺼렸던 중대형 화물차가 대거 이용에 나섰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의 통행료 인하가 원인  

 실제로 천안논산선의 경우 통행료 인하 이후 화물차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정체 구간이 증가하자 영업소의 화물차 하이패스 차로를 증설하는 등 보완책에 나서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행료 인하 전보다 정체 구간이 길어지고 제 속도를 내기 쉽지 않다는 불만들이 온라인 등에 올라오고 있다. 한 40대 회사원은 "업무상 천안논산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화물차가 너무 많아져서 운전할 때 상당히 불편하고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만일 현 정부에서 도로 공공성 강화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 한다면 화물차 증가에 따른 위험 등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해서 보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강욱 국토부 도로투자지원과장은 "매년 민자고속도로에 대해 시행하는 운영평가에서 특히 안전성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사고가 많은 노선은 교통안전점검 차량을 이용해서 수시로 점검 및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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