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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까지 ADHD?…정서발달 걱정되면 꼭 챙겨줘야 할 '1·4·7'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06:00

담임 선생님께서 ADHD 검사를 권했어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경민이(가명·만 6세) 엄마입니다. 최근 경민이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놀라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수업 시간이 집중하지 못한다며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유하시더라고요. 수업 시간에 양손에 연필을 쥐고 책상과 필통 등을 자꾸 두드린대요. 무언가를 뜯거나 찢는 습관이 있어 책 표지 훼손도 심하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입니다. 아이 생후 5개월쯤 이모님(보모)을 고용했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모님이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주고 있습니다. 이모님이 야무진 성격이라 한글이나 수학뿐 아니라 예의범절까지 잘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따로 아이에게 올바른 수업 태도 등에 대해 알려준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선생님에게 지적을 받은 후 경민이에게 수업 시간에 그러면 안 된다고 가르쳤어요. 그랬더니 바로 다음날 선생님께서 경민이 태도가 좋아졌다고 하시더라고요.
하루 만에 아이의 행동이 교정된 걸 보니 ADHD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집에서도 아이가 산만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긴 합니다. 책을 읽을 때 늘 손을 움직이거든요. 그런데 경민이의 이런 모습은 엄마인 저와 매우 흡사합니다. 저도 회의 중에 계속 무언가를 그리는 등 손을 가만두지 않아요.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는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에너지가 넘친다는 말을 듣는 편이죠. 그래서 그런지 과연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단정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는 게 좋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아이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건 아닙니다. 경민이는 얽매이는 걸 싫어해요. 지시나 훈육을 거부하고요. 하기 싫은 일에 대한 인내심도 부족한 편입니다. 반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몰입해요. 말 그대로 자유로운 영혼인데요. 주도적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배려심이 부족한 아이로 자라는 건 아닌지,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진 않을지 걱정입니다. 우리 아이의 행동이 담임 선생님 말대로 그렇게 심각한 건가요?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정신 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요. 아이가 나이에 맞게 잘 크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1·4·7’을 기억하세요.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하영은(가명)씨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7학년) 때 아이에게 종합심리검사를 받게 하라는 건데요. 아이의 신체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영유아 건강 검진을 하듯, 주기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왜 1·4·7이냐고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게 신의진 교수의 얘깁니다. 초1 땐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됐나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초4는 우리 인생에서 인지 능력이 가장 정확하게 평가되는 시기라고 해요.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엔 사춘기가 오잖아요. 부모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이 상당히 많을 수 있어 종합심리검사가 필요합니다.

하영은씨(이하 하)와 신의진 교수(이하 신)의 상담은 지난달 18일 줌을 통해 30분간 진행됐습니다. 헬로 페어런츠(hello! Parents)는 하영은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아이에게 검사를 받게 하고 싶지만 아이가 병원 가길 꺼린다고요? 아이가 기쁜 마음으로 검사받을 수 있게 하는 신의진 교수의 육아 노하우도 본문 내 포함돼 있으니 찬찬히 읽어봐 주세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자유 영혼인 줄 알았는데…ADHD라고? 

신) 학교 선생님이 경민이에게 ADHD 검사를 시켜볼 것을 권했다고요.

하) 네, 전 경민이가 착하게 잘 크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남자아이라 에너지가 넘쳐서 그런지 차분하진 않아요. 그래도 ADHD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거나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는 정도의 집중력 저하를 보여야 ADHD를 의심할 만한 거 아닌가요? 선생님이 지적한 경민이의 행동은 ‘연필을 잡고 책상과 필통을 자꾸 친다, 신발을 가만히 신고 있지 못하고 발을 빼서 신발 위에 둔다, 의자를 뒤로 빼서 앉는다’ 정도인데요. 그날 저녁에 경민이에게 “네가 그렇게 돌발 행동을 하면 친구들이 공부할 기회를 빼앗긴다”고 가르쳤죠. 그랬더니 다음 날 선생님으로부터 경민이 태도가 아주 좋아졌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ADHD를 걱정할 수준인가요?

신) 아이 평소 성격은 어때요?

하) 하고 싶은 일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기 싫어해요. 단체의 규칙이나 규율을 따르는 것도 매우 답답해 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이에요. 아이의 이런 면이 배려와 인내가 부족해서 그런 건가 하는 걱정이 들긴 합니다.

신)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배려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고민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가는 걸 좋아한 적이 별로 없어요. “왜 가기 싫어?”라고 물어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은데 그리라고 해서 싫어”라고 하더라고요. 집에 있으면 책 보고 싶을 때 보고, 그림 그리고 싶을 때 그릴 수 있잖아요. 시간을 정해두고 특정 활동을 하게 하는 게 불만인 것 같아요.

신) 아이가 그런 얘기를 한 게 정확히 만으로 몇 돌이었죠?

하) 만 4세 때 영어 유치원을 보냈는데, 5개월 만에 그만뒀습니다. 쓰기 위주의 수업을 너무 싫어했거든요. 이모님과 집에 있는 걸 좋아해 6개월 동안은 가정에서 보육했어요. 그런데 이 시기에 오히려 독서량이 늘어 지능이 발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글도 이때 깨우쳤고요. 지난해 3월부터 다시 일반 유치원을 다녔지만, “유치원 가기 싫어”라는 말을 종종 했습니다. 지금도 “학교는 왜 가야 하는 거야?”라고 자주 물어봅니다. 학교의 커리큘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요.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 갑갑해 하고요.

신) 유치원 선생님들은 아이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하) 선생님들은 잘 다닌다고 하셨어요. 저한텐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했는데, 막상 가면 표가 잘 안 났나 봐요.

신) 아이가 싫은 게 있어도 꾹 참고 했나 보네요. 특별히 더 싫어하는 활동이 있나요?

하) 쓰거나 그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아요. 영어 유치원 다닐 때 쓰기 수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유독 높았고요. 그림도 자기가 그리고 싶을 땐 좋아하는데, 안 내킬 때 그리라고 하면 극도로 거부합니다. 자기가 아는, 너무 쉬운 걸 가르치면 흥미를 갖지 못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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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어머니 말씀을 듣다 보니 경민이는 참을성이 부족해 보여요. 우리가 참을성이라고 하는 걸 신경의학적으로는 충동 억제 능력이라고 부르거든요. 제가 봤을 때 경민이는 아주 영리해요. 그래서 엄마한테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솔직히 말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선 티 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 충동 억제력이 약하면 ADHD라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신) 텔레비전에서 워낙 극적인 사례만 나오니 ADHD를 큰일 날 병으로 오해하는 분이 많은데요. ADHD는 그런 병이 절대 아니에요. ADHD는 우리 뇌의 전두엽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부위는 충동을 억제하고 필요할 때 집중력을 발휘하는 역할을 담당해요. 그런데 전두엽이 좀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이 있어요. 제가 봤을 땐 20~3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은 무언가에 집중하는 힘이 약하겠죠? 경민이처럼 하고 싶은 건 열심히 잘하는데, 하기 싫은 걸 하라고 하면 매우 힘들어하는 게 대표적인 특징이에요.

하) 경민이에게 약하게나마 ADHD 증세가 보인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신) 그런 기질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경민이는 지능(IQ)이 높은 것 같아요. 이런 아이들은 전두엽을 눌러주는 힘이 부족해도 좋은 머리로 눈치껏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도 어렸을 때 ADHD 기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전 하이퍼액티브(hyperactive·활동 과잉의) 상태였는지 항상 뛰어다녔거든요. 어머니한테 얌전하게 있으라고 혼도 많이 났죠. 저의 이런 성향은 중학교 가면서 많이 나아졌고요.

하) 경민이도 교수님처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까요?

신)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번 기회를 그냥 넘기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거예요. 똑똑하더라도 전두엽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도와주면 얼마나 편해지겠어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서 생기는 짜증도 줄어들고요.

일러스트=변소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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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정신 건강, ‘1·4·7’로 챙겨야 

하) 제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요?

신) 집중력 검사를 포함한 종합심리검사를 받게 해야죠. 꼭 아이의 심리와 뇌를 같이 보는 병원으로 가세요. 심리만 보는 심리센터에서 검사를 받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뇌 발달을 동시에 봐야 하거든요. 만약 경민이가 ADHD 기질이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면 치료를 받게 될 거예요. 전두엽의 에너지를 빼주는 식으로요.

하) 전두엽 힘을 뺀다고요?

신) 심하면 약을 먹을 수도 있는데, 정도에 따라 여러 치료 방법이 있어요. ‘뉴로피드백’은 뇌파를 훈련하는 치료법이에요. 들떠 있는 뇌파를 차분하게 바꿔준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심리운동 치료를 할 수도 있어요. 아이가 책상에 못 앉아 있으면 하루에 운동장 세 바퀴 뛰고 나서 공부를 시작하는 식으로요. 검사 결과에 맞게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줄 겁니다.

하) 아이가 병원을 싫어해서 어떻게 데려가야 하나 벌써 막막하네요.

신)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네 머리 어느 부분이 잘 돌아가고, 어디는 덜 돌아가는지 알 수 있는 검사를 할 거야. 집중력 시간도 얼마나 긴지 다 나온단다. 너의 기분이 안정돼 있는지 아닌지도 볼 수 있는데, 재미있겠지?” 이런 식으로요. 저희 아이들도 어렸을 때 “이런 검사 왜 받는 거야”라며 불평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전 “너의 인지 능력이나 심리에 대해 알아보고 싶지 않아? 그거 비싸서 부잣집 애들만 하는 건데, 너희 해주는 거야”라고 꾀곤 했답니다.(웃음)

하) 종합심리검사 한번 받아보게 해야 하는데 싶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행동으로 옮겨야겠네요.

신) 저는 평소에도 양육자를 만나면 ‘1·4·7’을 실천할 것을 조언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이렇게 총 3번 종합심리검사를 받게 하라는 건데요. 아이가 나이에 맞게 정서적으로 잘 발달하는지 점검할 수 있거든요. 아이의 마음은 눈으로 안 보이잖아요. 검사를 해보면 어떻게 아이를 대하고, 길러야 할지 감이 잡히죠.

하) 왜 하필 1·4·7인가요?

신) 초등학교에 들어가 제도권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잖아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준비가 됐는지 살펴보는 거죠. 4학년은 인생에서 인지 능력이 제일 정확하게 평가되는 시기예요. 1학년 때보다 인지 능력이 오를 수도 있지만, 반면 떨어지는 아이들도 있거든요. 이런 정보를 안다면 대처할 수 있겠죠. 중학교 입학 무렵엔 사춘기가 오잖아요. 괜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에게는 숨기는, 혼자만의 비밀을 많이 만들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어떤 이유로 아빠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강해진다면, 아빠가 함부로 아이를 야단치면 안 됩니다. 그런 부분을 전문가가 짚어주는 거죠. 불안이 많은 줄 모르고 있다가 사춘기 때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도 꽤 많아요.

하) 아이 키우면서 걱정이 앞설 때가 많았는데, 검사가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신) 맞습니다, 어머니. 다시 강조 드리자면 아이의 심리뿐 아니라 뇌 발달을 같이 볼 수 있는 병원을 찾으셔야 한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똑똑한 ADHD가 성공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산만한 만큼 에너지는 남들의 2~3배가 되거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아이를 훌륭하게 잘 길러보시기 바랍니다.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ADHD는 생각보다 흔한 질병입니다. 뇌에서 충동 억제와 집중력 분배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좀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너무 겁 내지 마세요.
② 아이가 나이에 맞게 잘 크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1·4·7(중1)학년에 맞춰 종합심리검사를 해주세요. 아이의 마음 건강을 점검할 수 있어 육아에도 도움이 됩니다.
③ 종합심리검사는 꼭 아이의 심리와 뇌를 함께 보는 병원으로 가세요. 뇌 발달 수준을 체크해야 정확한 인지 능력이나 집중력 정도 등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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