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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만20세 엄마의 끔찍한 그날…아이 숨지게한 죗값은?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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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31]산후우울증 앓다 아기 학대한 ‘어린 엄마’ 

생활기록부에 “내성적이고 조용하지만,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규칙을 잘 지킨다”고 적힌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 A씨가 자퇴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A씨는 자퇴 이후 식당, 택배 아르바이트 등을 하다가 지난 2020년 남자친구를 만났고, 아기가 생겼습니다.

[뉴시스]

[뉴시스]

A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A씨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꿋꿋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만 20세였던 A씨의 ‘독박 육아’는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택배 작업을 하던 남편은 주 6일 근무에 매일 오후 4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오전 9시에 퇴근했죠.

밤낮이 바뀐 남편과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기. 더군다나 아기는 자주 울고 보챘습니다. 화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A씨는 침대에 앉아 분유를 먹이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를 때리고 몇 차례 흔들었는데, 그만 아기를 침대 매트리스 위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2~3주 뒤, 아기의 상태가 평소와 좀 달랐습니다. A씨는 아기를 데리고 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을 찾은 지 며칠 만에 아기는 숨을 거뒀습니다. 아직 말랑말랑한 아기의 머리가 충격으로 심하게 다친 상태였던 겁니다. ‘지주막하 출혈 등으로 인한 두부 손상’이 아기 죽음의 이유였습니다.

여기서 질문

만 20세였던 이 엄마,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관련 법률은

아동을 학대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중히 다루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4조)

법원 판단은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 정재오)는 지난 17일 A(21)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 등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5년도 명령했죠.

1‧2심 모두 A씨의 극심한 산후 우울증을 지적했습니다. 임신 중 시작된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더욱 심해졌습니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할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A씨는 출산 후 친정에서 5일 정도 쉴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후 좁은 원룸에서 하루 종일 아기를 돌봐야 했죠. 남편은 남편대로 생계 유지를 위해 택배 작업을 하느라 밤낮이 바뀌어 있었으니, A씨가 아무리 고충을 토로해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A씨가 법원에 제출한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따르면 그는 외로움, 우울, 자살 충동을 주변에 자주 토로했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2심 법원은 “국가도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헌법 36조 2항)”면서 ‘국가’의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2심은 “피고인의 경우와 같이 혼인했으나 경제적 형편이 매우 어려운 임산부를 지원하는 데에는 (국가가) 상대적으로 매우 많이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70만원이라는, 피고인의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매우 큰 금액의 자기부담금을 내야 해서 그 혜택을 누릴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는 점을 짚었죠.

[연합뉴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임.

[연합뉴스]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임.

A씨 측 김은진 법률사무소 윤 변호사는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어린 엄마가 처한 현실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가 깊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며 “의지를 갖고 출산했더라도 기르는 일은 전혀 다르다. 예측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든 영역”이라며 “A씨의 경우 주변에서 산후 우울증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렇다 하더라도 도와주기 힘든 여건에 처해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속된 A씨는 1심 당시 공판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8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1년가량 복역했던 A씨는 이날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풀려났습니다. 이날도 A씨는 법정에서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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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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