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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고기 수북…물가 대란 속 10% 싸게 고기 공수한 비결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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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냉동 돼지고기가 가공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냉동 돼지고기가 가공 과정을 거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난 16일 경기 광주시의 이마트 미트센터 인근 냉동창고. 섭씨 영하 18도인 창고 안에는 어른 키의 세 배 높이만큼 수입 고기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방한복을 입은 직원들은 포장된 냉동고기를 쉴 틈 없이 날랐다. 박스 겉면에 적힌 유통기한은 2023년 5월. 임승현 이마트 축산팀 돈육 바이어는 “우크라이나 사태 직전 지난해 스페인과 돼지고기 계약을 맺었다”며 “현재 가격보다 최대 10% 낮은 가격에 체결돼 한발 늦었다면 큰일 날 뻔했다”고 전했다.

[르포]전국 최대 육류 가공센터 가보니

미트센터 내부에는 제주와 대구 등 전국 각지로 보내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포장이 한창이었다. 미트센터의 지난해 매출액은 3200억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630억원)보다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온라인 유통 증가에 최근 물가 상승 분위기까지 더해져 전국의 육류를 취합해서 가공 뒤 포장하는 미트센터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진덕 이마트 상품팀장은 “자동화 기계에만 연간 20억원을 투자하는데 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자동화 기계에 매년 20억원 투자”  

2011년 지어진 이마트 미트센터는 전국 최대 축산물 가공‧포장 센터다. 국내‧외 축산 농가에서 받은 고깃덩어리를 전국 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되는 상품에 맞게 자르고 포장한다. 제주‧대구 등 전국 이마트‧노브랜드 등에 보내진다. 최근에는 SSG닷컴(쓱닷컴)에서 판매하는 육류 제품도 소화한다.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LA갈비를 가공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지난 16일 경기도 광주시 이마트 미트센터에서 직원들이 LA갈비를 가공하고 있다. [사진 이마트]

이날 미트센터 내부 상황실에 걸린 전광판을 보니 한우·돈육·수입산을 모두 합쳐 발주량이 2만563㎏으로 기록됐다. 오전 10시까지 생산량은 전체 발주량의 24%인 4754㎏. 임승현 바이어는 “월요일이라 발주량이 적은 편”이라며 “주말이 시작되는 목요일부터, 특히 명절이 껴 있는 기간에는 최대 인원이 출근해 모든 작업장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소비되는 축산물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포장 가격 10원을 낮추고 저장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마른 수건을 쥐어 짜듯이 원가 절감에 총력을 기울인다. 김진덕 팀장은 “자동으로 스티커를 붙여주는 기계를 해외에서 도입했는데 150원인 포장 비용을 더욱 낮출 수 있었다”며 “최근에는 새로운 포장 기술을 도입해 냉장 육류 저장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항공 물량 도입, 중앙아시아로도 산지 확대    

축산물 품질 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등심 1등급 가격의 최근 가격은 10만5590원으로 전년 대비 4.7% 올랐다. 국산 냉동 돼지 삼겹살은 14.7%, 수입 냉동 돼지 삼겹살은 9.9% 상승했다. 수입 축산물과 가격 차이가 줄다 보니 한우와 국산 돼지고기 판매가 상승하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가 3월 1일~5월 11일 축산물 매출을 분석한 결과, 국산 돼지고기 매출은 20.6% 증가했으나 수입 쇠고기 약 11.3% 감소했다. 한우는 약 29.9%가량 매출이 올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통업체는 산지를 다양화시키고 사전 비축 등을 통해 가격 잡기에 힘 쏟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달 초에는 한돈자조금협회와 협업해 비선호 부위를 대량 매입해 할인 행사를 벌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입 농산물에도 유사한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 화물량 증가에 따라 해상 운송 기간이 1주일 이상 증가하자 이마트는 페루산 망고의 항공운송 물량을 대신 확대해 지난해보다 4배 늘어난 60t가량을 수입했다. 제스프리 키위와 같이 대형 수입사와 협의가 가능한 품목은 직항 전용선을 확대했다.

홈플러스는 주로 체리를 미국에서 수입해왔지만, 올해 일시적으로 우즈베키스탄산을 수입해 가격을 15~20% 낮췄다. 수박‧참외‧포도‧밀감과 같은 국내 과일의 경우 기존 70여 곳에서 운영 중이던 지정 ‘신선농장’을 10배 늘려, 700여 개 농가에서 생산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중간 도매상 없이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가격을 낮추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유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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