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 아니다, 코로나 해방 선언한 런던서 겪은 놀라운 일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05:00

런던 최대의 번화가인 피카딜리 서커스. 영국은 지난 1월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다.

런던 최대의 번화가인 피카딜리 서커스. 영국은 지난 1월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다.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유를 막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보호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2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성명 중)

전 세계가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풀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가 여전하지만, 일상 회복 향한 열망 또한 크다. 영국은 지난 1월 일찌감치 마스크를 던져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택했다. 전 세계 여행자가 영국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연말 런던행 비행기에 올랐다. ‘위드 코로나’ 시대의 영국 여행기를 이제야 풀어놓는다. 해외여행이 다시금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런던의 오늘

런던의 랜드마크 런던아이. 마스크 차림의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렵다. 템즈강 너머로 웨스트민스터궁(국회의사당)과 공사 중인 빅벤이 보인다.

런던의 랜드마크 런던아이. 마스크 차림의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렵다. 템즈강 너머로 웨스트민스터궁(국회의사당)과 공사 중인 빅벤이 보인다.

영국은 2020년 12월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19일 국민의 6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치자 이른바 ‘프리덤 데이’를 선언했고 과감히 마스크를 벗었다.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잠시 방역 규제가 부활했지만, 한시적이었다. 1월 27일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고, 2월 24일 확진자 격리 규정을 폐지했고, 3월 18일 입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고, 치명률이 약하다는 판단이다. 한때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겼지만, 5월 들어서는 1만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1000년 역사를 헤어리는 보로 마켓. 런던에서 가장 오랜된 재래시장이다. 코로나 이전 연간 2000만명이 찾았다. 코로나 규제가 사라지면서 최근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버스킹 공연도 부활했다.

1000년 역사를 헤어리는 보로 마켓. 런던에서 가장 오랜된 재래시장이다. 코로나 이전 연간 2000만명이 찾았다. 코로나 규제가 사라지면서 최근 상권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버스킹 공연도 부활했다.

모든 것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9일간 영국을 누비며 얻은 결론은 이랬다. 수도 런던의 회복세가 단연 눈에 띄었다. 1000년의 역사를 헤아리는 보로마켓. 연간 2000만명 이상이 찾던 런던 대표 재래시장인데, 2년간의 극심한 침체를 털고 최근 활기를 되찾았다. 수많은 관광객이 운집해 길거리 음식을 먹고, 버스킹 공연을 즐겼다.

런던 템즈강의 랜드마크 타워브릿지

런던 템즈강의 랜드마크 타워브릿지

평일인데도 런던의 상징 ‘런던 아이’를 타는 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25명이 들어가는 관람차 안이나 300m가량 늘어선 대기 줄에서도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타워 브릿지를 지나는 템즈강 유람선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만원 관중(2304개 좌석)이 들어찬 빅토리아 극장에 현지인과 어깨를 맞대고 앉아 뮤지컬 ‘위키드’를 봤다.

가장 극적인 풍경은 경기장에 있었다. 손흥민의 홈구장 토트넘 훗스퍼 스타디움은 경기 2시간 전부터 일대가 마비될 정도였다. 경기 내내 6만여 관중이 엉겨 붙어 고함 치고 응원가를 불렀다. 사실 ‘EPL 축구 관람’은 수많은 한국 여행자가 꼽는 버킷리스트기도 하다. 주한 영국관광청 김미경 소장은 “한국 여행자 30% 이상이 축구 관람을 계획하고 영국을 찾는다”고 말한다. 경기 전 만난 토트넘 구단 존 코렐리스 마케팅 매니저는 “런던 내에서도 손흥민의 인기가 엄청나다”면서 “해외여행 정상화로 다음 시즌에는 한국인 입장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경기장을 비롯해 극장 등의 시설에서도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경기장을 비롯해 극장 등의 시설에서도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런던 한식 열풍 분다

영국 런던의 한식당 '요리'. 종업원도 손님도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백종현 기자

영국 런던의 한식당 '요리'. 종업원도 손님도 현지인이 대부분이다. 백종현 기자

‘국뽕’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런던 시내를 걸으며 한식의 인기를 여러 차례 실감했다. 코벤트 가든, 피카딜리 서커스, 윔블던, 케임브리지 등 런던 전역에 한식당이 있었다. ‘분식’ ‘김치’ ‘고기’ ‘홍대포차’ ‘강남포차’ ‘갈비’ ‘온더밥’ ‘비빔밥’ 등 대부분 정겨운 한국어 간판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제육볶음과 떡볶이, 해물 파전. 런던 한식당 요리의 상차림이다.

제육볶음과 떡볶이, 해물 파전. 런던 한식당 요리의 상차림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에만 100곳이 넘는 한식당이 있단다. 단연 한류의 인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BTS, ‘오징어게임’ 등 최근 K컬처가 잇따라 흥행하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한류 문화가 영국 주류가 된 이유’라는 기사에서 “‘오징어게임’ 이후 영국 마트에서 한국 식재료 매출이 급증했다”고 밝히면서 “한식당은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길거리 음식과 건강에 좋은 요리까지 두루 갖췄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런던에만 매장 8곳을 둔 한식당 ‘요리’에 들렀다. 삼겹살(10.9파운드, 약 1만7000원), 떡볶이(8.9파운드, 약 1만4000원), 제육볶음(9.9파운드, 약 1만5500원), 소주(10.5파운드. 약 1만6500원) 등을 내건 메뉴판부터 젓가락과 소주잔, 고기 가위 등 모든 것이 한국식이었다. ‘요리’ 김종순(41) 대표는 “손님 95%가 현지인인데, 젊은 층은 소주와 맥주를 따로 시켜 소맥을 만들어 먹을 만큼 한국 문화에 밝다”고 말했다. 김치전에 와인을 곁들여 먹는 영국인 커플, 젓가락질이 서툴러 숟가락에 손까지 동원하는 영국 10대의 모습은 낯설고도 흥미로웠다.

코로나로 뜬 땅끝마을

콘월은 영국에서 휴양지로 이름난 지역이다. 약 300개의 해변과 기암절벽을 끼고 있다. 사진은 콘월에 있는 야외 극장 미낙(Minack Theatre). 지난해 7월 G7 정상회의 당시 배우자 프로그램이 열렸던 장소다. 당시 김정숙 여사,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등이 기념사진을 남긴 장소로 유명하다.

콘월은 영국에서 휴양지로 이름난 지역이다. 약 300개의 해변과 기암절벽을 끼고 있다. 사진은 콘월에 있는 야외 극장 미낙(Minack Theatre). 지난해 7월 G7 정상회의 당시 배우자 프로그램이 열렸던 장소다. 당시 김정숙 여사,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 등이 기념사진을 남긴 장소로 유명하다.

영국 남서부 끝자락에 뿔처럼 삐져나온 땅 콘월. 런던에서 자동차로 5시간이 걸리는 명실상부한 ‘땅끝마을’(실제 콘월 끄트머리에 ‘Land’s End’라는 지명도 있다)이다. 땅의 역사가 깊은데, 과거에는 약 2000개의 탄광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19세기 한때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3분의 2가 이 땅에서 생산됐단다.

해안선을 따라 300개가 넘는 해변이 있고 곳곳으로 기암절벽을 거느리고 있어 지금은 휴양지로 명성이 더 높다. 우리네 제주도처럼 영국에서도 코로나 사태로 특수를 누린 국내 관광지가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지역이 콘월이다. “지난여름 많게는 하루 20만명의 영국인이 콘월 일대의 해변을 방문했다”는 BBC의 보도도 있다. 탄광 시대 못지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 여행자에게 콘월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무대(폭우 속 야외 결혼식 장면의 그곳이다)로 그나마 알려졌을 따름이다. 콘월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야외극장 ‘미낙’은 지난여름 G7 정상회의 때 배우자 프로그램이 열렸던 장소로 전 세계 이목이 쏠렸더랬다. 야외 맨 우측에서 당시 김정숙 여사와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가 기념사진을 찍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인근에는 영국의 ‘몽셀미셀’로 불리는 ‘세인트 마이클스 마운트’가 있다. 간조 때만 건널 수 있는 섬인데, 언덕에 자리한 중세시대의 수도원 건물이 흡사 디즈니 성 같았다.

코니시 파스티는 영국 콘월 지역의 광부들이 탄광에서 즐겨 먹던 빵에서 유래했다. 광산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코니시 파스티는 지금도 영국 전역에 맛볼 수 있다.

코니시 파스티는 영국 콘월 지역의 광부들이 탄광에서 즐겨 먹던 빵에서 유래했다. 광산 대부분이 사라졌지만 코니시 파스티는 지금도 영국 전역에 맛볼 수 있다.

영국 음식은 악명이 높지만, 콘월에서는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가 있다. ‘코니시 파스티’라 불리는 빵이다. 탄광 시절부터 뿌리내린 광부의 먹거리다. 생김새는 우리네 만두와 닮았다. 반달 모양의 빵 안에 다진 고기와 감자‧양파‧무 등이 가득 담긴다. 휴대가 간편하면서 든든해 광부들이 식사로 애용했다는데, 여행자의 입맛에도 딱 맞았다.

여행정보
현재 영국은 코로나19 관련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한 상태다. 영국에 들어갈 때는 코로나 진단 검사도 필요 없고, 백신 접종 여부도 확인하지 않는다. 야외는 물론이고 공항‧식당‧지하철‧극장 등 실내 시설에서도 마스크가 필요 없다. 다만 한국에 입국할 때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나마 기준이 완화해 23일부터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 확인서(현지 검사비 7만~10만원)를 제출해야 한다. 인천~런던을 오가는 직항편이 주 6회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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