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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오륙월’인가 ‘오뉴월’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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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봄꽃이 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5월도 하순으로 들어서고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뉴월 더위”라고 했던가? 벌써 30도가 넘는 지역이 있을 정도로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오뉴월’은 5월과 6월(음력)을 함께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뉴월’이 아니라 ‘오륙월’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자어는 본음으로도, 속음으로도 발음한다. 속음은 본음과 달리 일반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음을 뜻한다. ‘오륙월’을 ‘오뉴월’로 읽는 것이 대표적이다. 받침이 없는 것이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

음을 매끄럽게 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변화를 활음조(滑音調) 또는 유포니(euphony) 현상이라고 한다. 인접한 음소 사이에서 모음조화나 자음동화, 모음 충돌을 피하기 위한 매개자음 삽입 등의 형태로 활음조 현상이 일어난다.

6월을 ‘육월’이라 하지 않고 ‘유월’로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유월’과 마찬가지로 ‘십월(十月)’은 ‘시월’로 읽는다. 보시(布施), 보리(菩提), 도량(道場:도를 얻으려고 수행하는 곳)도 본음과 달리 소리 나는 것들이다.

이 외에도 팔일(八日)/초파일(初八日), 목재(木材)/모과(木瓜), 분노(憤怒)/희로애락(喜怒哀樂)처럼 같은 한자어이지만 달리 읽히는 것이 많다. 지이산(智異山)을 ‘지리산’으로, 한나산(漢拏山)을 ‘한라산’으로 읽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맞춤법은 ‘오뉴월’과 같이 속음으로 읽히는 것은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오륙월’이라 적으면 틀린 말이 된다. ‘유월’을 ‘육월’, ‘시월’을 ‘십월’, ‘초파일’을 ‘초팔일’로 써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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