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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다” 야쿠자의 협박도…그의 펜을 못 꺾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제이크 아델스타인

제이크 아델스타인

“쓰지 말아라. 안 그러면 널 죽이겠다.”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 야마구치구미(山口組)의 핵심 조직 고토구미(後藤組)의 수장 고토 타다마사(後藤忠政)는 2004년 요미우리신문 기자 제이크 아델스타인(53·사진)에게 부하를 보내 협박했다. 미국에서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이뤄진 고토와 미 연방수사국(FBI)의 거래를 아델스타인이 추적하고 있을 때다. 일본 범죄 전문가인 아델스타인이 야쿠자 취재 기록을 모은 책 『도쿄 바이스』에서 밝힌 내용이다.

아델스타인은 협박에도 취재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경호원 겸 운전사로 전직 야쿠자를 고용했다. 그렇게 지낸 기간이 5년이다.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살해 협박을 허투루 들은 적은 없다”며 “월말에 라면만 먹게 되더라도 경호원 월급은 꼬박꼬박 줬다”고 말했다. 그가 『도쿄 바이스』를 내려고 하자 출판사들이 난색을 보여 2009년에야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마이클 만 감독이 연출해 지난 4월 HBO맥스에서 방영한 동명의 미국 드라마 원작이다.

그는 미국 미주리주 컬럼비아 외곽의 작은 마을 맥베인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싸운 것을 계기로 가라데를 배웠고 일본 선불교에도 관심을 가졌다. 대학 시절 교환학생으로 도쿄 소피아대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한 뒤 정착했다. 대학 졸업 후 4시간에 걸친 일본어 시험과 면접을 거쳐 요미우리신문의 첫 외국인 기자가 됐다.

아델스타인이 고토와 FBI의 거래를 폭로한 이후 고토는 야마구치구미에서 퇴출당했다. 이후 부동산 중개인 살해 사건에 연루되자 2008년 캄보디아로 피신해 은퇴를 선언하고 불교에 귀의했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는 “은퇴 후에도 일본과 캄보디아의 돈세탁에 관여하는 등 야마구치구미를 돕고 있다”며 2015년 그를 금융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아델스타인은 2006년 요미우리신문을 나왔다. 미국 국무부를 도와 인신매매 현황을 조사하는 등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2012년 일본 자민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핵 시설 노후화를 은폐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고,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에 야쿠자 자금이 유입된 정황을 폭로했다. 그는 “아베도 야쿠자의 후손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며 “자민당이 야쿠자보다 일본에 더 큰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영리단체 라이트하우스 이사 겸 고문으로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한다. 그는 “우리는 바로잡아야 할 불의에 직면해있고, 진실만이 거짓과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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