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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에 기회 열어줘야”…한덕수 인준 미묘한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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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반대하자니 지방선거가 걸리고, 찬성하자니 명분이 없고…”(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8일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18일 인천시 동구 현대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0일로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의 키를 쥔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이미 부적격 딱지를 붙인 만큼 원칙대로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하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여러 목소리가 분출되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18일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 여부를 20일 국회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결론 낼 예정이다. 현재로선 “부결이 다수 의견”(원내 핵심 관계자)이라고 한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민주당은 더 격앙된 모습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총리 인준 찬성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던 차에, 한동훈 임명 강행이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한덕수 후보자는 한동훈 장관 임명을 위해 버리는 카드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사실로 입증됐다”며 “이쯤 되면 총리 인준은 당초 안중에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외견상 강경한 태도와 달리 물밑에선 타협점을 찾으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고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인 자격으로 지난 17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인 자격으로 지난 17일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총괄선대본부장도 기자간담회에서 한 후보자를 거칠게 비판하면서도 “(인준을) 해줄 거냐, 말 거냐는 고민을 할 정도로 (민주당은) 선의를 가지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박주민 의원 역시 라디오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추이를 보다 더 살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고 했고, 당 원로들 사이에서도 “결국 총리는 인준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문희상 전 국회의장)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이 고민하는 건 ‘발목잡기’ 비판 여론이 생겨날 가능성 때문이다.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조사(14~15일)에서 한 후보자 인준 찬성(48.4%) 여론은 반대(38.9%)보다 높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총리 인준 미룬 것은 발목잡기”(성일종 정책위의장) “그렇게 역행을 했다간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김기현 선대위원장)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광주행 KTX 특별열차에서 가진 여당 의원들과의 샌드위치 조찬에서 “야당이 부결시키면 오히려 손해다. 통과될 걸로 기대한다”는 취지로 자신감을 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정호영 낙마 여부가 변수=‘한덕수 딜레마’의 변수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여부라는 말도 나온다. 우선 민주당 내에선 “정 후보자는 ‘아빠 찬스’ 의혹으로 여당 내에서도 사퇴 요구 기류가 있는 사람이다. 자진 사퇴한 뒤 우리 당이 협치 차원에서 총리 인준을 해주는 게 가장 나은 시나리오”(초선 의원)라는 의견이 있다. 정 후보자가 사퇴하면 한 후보자 부결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자유 투표에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인준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미 윤 대통령에게 ‘원칙도 중요하지만 정치에선 일정 부분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가 지속적으로 전달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바라는 기류가 감지된다.

결국 정 후보자 사퇴는 대통령실 입장에선 총리 인준을 끌어내며 인사청문 정국을 마무리하는 전략이 될 수 있고, 민주당 입장에선 인준 찬성의 명분을 제공해주는 출구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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