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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러 석유 금수에 어깃장…"중단하면 1조원 들어"

중앙일보

입력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헝가리는 러시아 석유 수입을 중단할 경우 관련 산업구조 개편에 7억7000만 유로(약 1조원)가 든다고 유럽연합(EU)에 고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복수의 EU소식통을 인용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정부가 (대러시아 제재 일환인)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따르려면 자국 내 정유시설 정비에 5억5000만 유로(약 7300억원)와 인접국 크로아티아를 연결하는 석유 송유관 건설에 2억2000만 유로(약 3000억원)를 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EU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만일 러시아 석유 수입 중단으로 가격이 오르면 이보다 자금이 더 필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지난 16일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자국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현대화 작업에 최소 150억 유로(약 20조원)에서 최대 180억 유로(약 24조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6개월 이내로 러시아 석유를 단계적으로 금수한다는 내용의 제재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 일부 동유럽 국가의 반대로 협상은 난항을 겪는 중이다. 특히 헝가리는 석유 수입의 65%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만큼, 수급 불안정으로 발생할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5일 오르반 총리는 자국 라디오 인터뷰에서 "러시아 석유의 단계적 금수 조치는 헝가리 경제에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EU 집행위는 헝가리에게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의 면제 기한을 당초 2023년 말에서 2024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제재안이 통과하기 위해서는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이번 달 말로 예정된 유럽의회 회담에서 논의하자며, 재차 협상을 결렬시켰다.

익명의 유럽 외교관은 블룸버그에 "논의가 길어지자, EU 회원국 사이에선 헝가리를 향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무장관은 17일 트위터를 통해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오르반 총리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유럽이 단합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체코는 헝가리와 같이 EU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에 난색을 표하던 국가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 석유에 대한 금수 조치와 함께 관세를 매기는 대안을 주요 7개국(G7)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러시아 석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이번 주 열릴 G7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러시아 석유를 시장에 유통해 유가 급등을 제한하되, 러시아가 챙기는 수입을 줄이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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