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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내부서도 정호영 사퇴론, 야당 내부 "그러면 한덕수 인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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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하자니 지방선거가 걸리고, 찬성하자니 명분이 없고…”(더불어민주당 수도권 초선 의원)

20일로 예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안 표결의 키를 쥔 민주당의 속내가 복잡하다. 당초 한 후보자에게 부적격 딱지를 붙인 만큼 원칙대로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우세하지만, 6ㆍ1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인준 표결이 늦춰지는 와중에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 등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외통수에 빠졌다”(수도권 재선)는 한탄마저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덕수는 버리는 카드”…격앙된 민주당

민주당은 한 후보자 인준 여부를 20일 국회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결론 낼 예정이다. 현재로선 “부결이 다수 의견”(원내 핵심 관계자)이라고 한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더 격앙된 모습이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총리 인준 찬성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던 차에, 한동훈 임명 강행이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날 박홍근 원내대표는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한덕수 후보자는 한동훈 장관 임명을 위해 버리는 카드였다는 소문이 무성하더니 사실로 입증됐다”며 “이쯤 되면 총리 인준은 당초 안중에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 인준을 거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18일 오후 광주 서구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오른쪽)가 18일 오후 광주 서구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공동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후보자는 능력은 미흡하고, 공직 윤리는 너무 불건전하다”며 “한 후보자 스스로 내려놓는 게 국가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의 총리를 퇴임한 이후 다시 공직자가 되기 어려운 분으로 지냈다”며 “퇴임자의 모범도 아니고 그냥 배부른 김앤장의 로비스트로 지냈다”고 주장했다.

“고민스러운 부분 있다”…민주, 전체 의원 의견수렴 돌입

하지만 외견상 강경 태도와 달리 타협 지점을 찾으려는 물밑 기류도 감지된다. 김 본부장은 한 후보자를 거칠게 비판하면서도 “(인준을) 해줄 거냐, 말 거냐는 고민을 할 정도로 (민주당은)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박주민 의원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차적으로 청문위원들은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추이를 보다 더 살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도 다른 라디오에서 “한동훈 임명 강행이 표결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몇몇 의원들은 인준을 주장하고 있어서 내부의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광주 국립 5ㆍ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광주 국립 5ㆍ18 국립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날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인준 표결 방침을 고민하는 것은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인준을 거부할 경우 ‘발목잡기’라는 비판 여론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길리서치ㆍ쿠키뉴스 조사(14~15일)에서 한 후보자 인준 찬성(48.4%) 여론은 반대(38.9%)보다 높았다. 이날 국민의힘은 “총리 인준 미룬 것은 발목잡기”(성일종 정책위의장)라거나, “그렇게 역행을 했다간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김기현 선거대책위원장)이란 으름장을 놨다.

원외에선 “인준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안 맞고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정부 입장을) 존중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한 라디오에서 “결국 총리는 인준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도 “인준을 부결시킬 경우 지방선거는 폭망한다”고 말했다.

여러 목소리가 분출되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전체 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원내 관계자는 “20일까지 의견을 취합해보고 의총에서 당론 채택 여부나 표결 방식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영 사퇴가 관건?…“강 대 강 대결 끝내야”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진 상황에서 정호영 후보자의 낙마 여부가 변수가 될 거란 말이 나온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정 후보자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여당 내에서도 사퇴 요구 기류가 있는 사람”이라며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한 뒤 우리 당도 협치 차원에서 인준을 해주는 게 현재로선 가장 나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부결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들 자유 투표에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인준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정성호 의원이 제안한 내용이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권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있다. 실제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에게 ‘원칙도 중요하지만 정치에선 일정 부분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도 지속적으로 전달됐다고 한다. 내부에선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바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결국 정 후보자 사퇴는 대통령실 입장에선 한 후보자 총리 인준을 끌어내며 인사청문 정국의 마침표를 찍는 전략이 될 수 있고, 민주당 입장에선 인준 찬성의 명분을 제공해주는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야가 모두 강대강 대결로만 가고 있다”며 “서로 윈윈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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