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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변이 위험""北 인권에 파괴적"...WHO·유엔 동시 경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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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거세게 확산 중인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마스크 두 장을 겹쳐 쓴 채 평양 시내 약국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코로나19가 거세게 확산 중인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마스크 두 장을 겹쳐 쓴 채 평양 시내 약국을 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북한의 코로나19 대혼란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美 "北, 코백스 백신기부 거부" 지적 #AP "김정은, 엄청난 딜레마 직면"

세계보건기구(WHO)는 북한처럼 예방 접종을 받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가 거세게 확산하는 상황에선 새 변이가 출현할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의 코로나19 발병 관련 질문에 "WHO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곳에서 항상 새 변이 출현 위험이 더 높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확실히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 제안에 묵묵부답인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이언 팀장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주권국가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18일 북한 평양의 한 공장에서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18일 북한 평양의 한 공장에서 소독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이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북한의)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당국에 코로나19 검사 키트와 필수 의약품, 백신 등을 포함해 발병에 대응할 수 있는 물자와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WHO는 지난 16일 "북한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18일 AP통신은 북한 관영 매체 보도를 인용해 지난 4월 말 이후부터 지금까지 누적 발열자(확진자)는 170만 명 이상이고, 누적 사망자는 62명이라고 전했다.

유엔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한의 이동 제한 강화 조치가 "인권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리즈 트로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이동 제한 강화를 포함한 새로운 규제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한) 탄압의 문을 열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전염병의 확산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봉쇄와 통제를 강화할 경우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로셀 대변인은 특히 어린이와 산모, 노인은 물론 밀폐되고 영양실조가 만연한 수용소에 있는 이들이 이런 상황에 취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엔은 북한에 의약품과 백신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통로 개설에 대해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북한에서 지난 16일 한 남성이 약국을 찾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북한에서 지난 16일 한 남성이 약국을 찾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지금까지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 )가 제시한 모든 백신 기부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의료 구호를 포함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되길 바라며 북한의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려는 미국과 국제기구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장려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난 딜레마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통치의 핵심축으로 삼아왔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자존심을 굽히고 외국의 도움을 받거나 자립을 고수하다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평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위해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축소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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