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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발 고물가에 손들었다…베네수엘라 석유제재 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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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FP=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AFP=연합뉴스]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남미 최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A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자국 석유 회사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회사인 PDVSA와 라이선스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다만 아직 원유를 시추, 수출할 수는 없다고 미 고위 관리가 AP통신에 전했다. 익명의 관리는 또 미국이 PDVSA의 전직 고위 관리이자 베네수엘라 영부인의 조카 카를로스 에릭 말피카 플로레스에 대한 제재도 해제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완화 기대감에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달러(1.6%) 하락한 배럴당 11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비롯 전세계가 고물가에 시달리는 가운데 가운데 베네수엘라에 대해 처음으로 나온 제재 완화 제스처라고 WP는 전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하며 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오는 2024년 치를 선거에서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야권과 협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베네수엘라 정부도 17일 멕시코에서 야당 지도자들과 회담을 하며, 미국에 유화적인 신호를 보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시설.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 시설.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석유 매장량은 3040억 배럴로 세계 최대로 추산된다. 하루 생산량도 2018년 한때 300만 배럴에 달했으나 2019년 미국의 제재 이후 감소했다. 2019년 하루 98만 배럴, 2020년 57만 배럴로 줄었다. 현재는 하루 평균 80만 배럴 가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헤이날도 퀸테로 베네수엘라 석유협회 회장은 "현재 80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까지 40만 배럴 가량 증산할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서방의 제재로 수출이 어려운 러시아산 석유를 베네수엘라가 대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원유를 증산하더라도 100만 배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포린폴리시는 이 정도 양으로는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에 따른 원유 부족분을 해결하기에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제재 전 하루 70만 배럴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왔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018년 대선 당시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며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2019년에는 베네수엘라의 국영석유회사 PDVSA도 제재하며 자국 기업 셰브론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원유 시추 라이선스 협상을 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이후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를 완화하고자 바이든 행정부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해왔다. 자국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2명을 석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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