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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아닌 '박쥐' 상영 중…해적판 트는 러 극장,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버트 패틴슨이 새로운 배트맨 배우로 나선 영화 '더 배트맨'.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로버트 패틴슨이 새로운 배트맨 배우로 나선 영화 '더 배트맨'.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여파가 러시아의 각종 산업 전반에 미치고 있다.

18일 프리마메디아 등 러시아 극동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3월 초부터 할리우드 영화사들이 러시아 내 신작 개봉을 중단하자, 연해주 지역 극장들의 수입이 50~80% 급감했다.

운영난에 허덕이던 일부 극장들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할리우드 최신영화의 제목을 바꿔 '해적판'을 불법상영하는 상황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 극장은 이달 개봉한 할리우드 최신작 '더 배트맨'을 '박쥐'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게임 캐릭터 소닉의 실사영화인 '소닉―2'를 '푸른 고슴도치―2'라는 제목으로 바꿔 불법상영했다.

연해주에서는 계속된 경영 악화로 아예 문을 닫은 극장도 생겨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지속한다면 운영을 중단하는 극장이 더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극장운영자협회(RATO)는 지난 4월 말 성명을 통해 "(서방 제재로) 최소 절반가량의 극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한 극장 관계자는 "(관객 감소로) 매일 문을 열 때마다 적자가 발생한다"며 "극장 장비 최신화를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서방 제재까지 계속돼 힘들다"고 말했다.

항공·선박 등도 서방 제재에 타격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항공사 '아브로라'(오로라)는 서방 제재가 두 달 넘게 이어지자, 극동 지역을 오갈 항공기의 유지·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서방 항공기 제조사들이 항공기 운영에 필요한 부품 공급과 기술 지원 등을 끊자 일부는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기도 했다.

사할린주어선사협회(ARSO)는 서방의 어선 부품 공급과 기술 지원이 막힌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라며, 러시아가 자체적으로 대체 부품을 생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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