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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샤오미 누르고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 1등 한 촨인의 다음 목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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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이지만 중국보다 아프리카에서 더 유명한 기업”
“삼성과 샤오미를 누르고 수년째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중국 휴대폰 제조사 촨인(傳音控股∙Transsion)이 가진 수식어다.

촨인은 중국에선 인지도가 저조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아프리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7.9%를 기록했다. 산하에는 중고가 제품 중심의 테크노(TECNO), 입문 및 보급형 제품 중심의 아이텔(itel), 기술력에 집중한 인피닉스(Infinix) 라는 3개의 휴대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쿼드러플 유심*과 고용량 배터리 등으로 현지 소비자를 사로잡은 촨인은 ‘아프리카 스마트폰 제왕’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사진 시나차이징]

[사진 시나차이징]

그러나 이 타이틀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모양새다.

촨인은 알리바바나 샤오미처럼 하드웨어 제품을 중심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다양한 산업을 망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첫 단추로 촨인은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된 촨인 운영체제(O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테크노, 아이텔, 인피닉스에서 제조한 스마트폰에는 각각 HiOS, itelOS, XOS 라는 촨인 자체 운영체제(OS)가 탑재돼 있다. 그리고 이 스마트폰에는 촨인이 타사와 합작 혹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앱(app)들이 사전 탑재돼 있다. 이 앱들은 촨인 OS에 사전 탑재된 이점을 활용해 아프리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세력을 확장해 나간다.

붐플레이 [사진 36kr]

붐플레이 [사진 36kr]

대표적인 예로 붐플레이(Boomplay)를 들 수 있다.

붐플레이는 2015년 3월 나이지리아에서 첫선을 보인 온라인 음악 스트리밍 앱이다. 아프리카 전역에 음악 및 동영상을 온라인으로 재생하고 다운로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붐플레이의 아프리카 시장 장악력은 매우 막강하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현재 붐플레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6800만 명, 총가입자 수는 2억 10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아프리카 시장에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Spotify)와 애플뮤직(Apply Music)을 크게 압도한 수치다.

붐플레이가 아프리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데에는 촨인 OS에 사전 탑재된 덕과 함께 ‘적극적인 현지화’의 역할이 컸다.

붐플레이는 여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보다 아프리카 출신 뮤지션의 음원을 훨씬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은 많지만, 대형 기획사나 음반사가 없고 인프라가 부족한 아프리카의 실정을 고려해 직접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붐플레이는 회사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아프리카 뮤지션의 음반 제작 및 발매 유통 등을 지원했다.

동시에 〈Bad Critic Base Camp〉나 〈Mugle Good Voice〉 같은 현지 유명 예능 프로그램을 협찬하고, 현지 통신사와 제휴해 붐플레이 전용 데이터 패키지를 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아프리카 소비자에게 끊임없이 얼굴을 알렸다. 덕분에 촨인 OS가 탑재되지 않은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자발적으로 붐플레이 앱을 내려받았다. 뮤지션과 소비자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붐플레이는 현재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앱 스토어에서 다운로드 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브이스킷 [사진 downcc.com]

브이스킷 [사진 downcc.com]

2018년, 촨인이 중국 대표 IT 회사 넷이즈(網易∙왕이)와 손잡고 출시한 브이스킷(Vskit) 역시 주목할 만하다.

브이스킷(Vskit)은 틱톡(抖音∙TikTok)과 유사한 숏폼 플랫폼으로, 최근 아프리카 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3000만 명을 돌파했다.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아프리카 이용자를 위해 '흑인 전용 뷰티',' 아프리카 맞춤형 뷰티' 등의 특수효과 기능을 제공한 것이 아프리카 내 사용자 확보에 한몫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는 공통점을 가진 브이스킷과 틱톡은 현재 중국이 아닌 천 리 밖 아프리카 대륙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본거지는 각각 다른데, 틱톡은 북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 지역을, 브이스킷은 남사하라 지역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

스쿠퍼 [사진 소후]

스쿠퍼 [사진 소후]

‘아프리카판 진르터우탸오’ 라고 불리는 스쿠퍼(Scooper)도 촨인 OS의 선 탑재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진르터우탸오(今日頭條)는 바이트댄스 산하의 알고리즘 추천 기반 중국 최대 뉴스 앱이다.

2018년 나이지리아에서 첫선을 보인 스쿠퍼는 아프리카 이용자에게 영어∙아랍어∙프랑스어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며, ‘아프리카판 진르터우탸오’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현재 스쿠퍼는 200여 개의 전문 매체와 제휴를 맺고 매달 30만 편의 콘텐츠를 생산해낸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2700만 정도에 달한다.

이 밖에, 촨인은 텐센트와 합작해 모바일 브라우저 피닉스(Phoenix)를 출시했다. 피닉스는'아프리카판 UC 브라우저'*로 불리며, 지난해 말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
*UC 브라우저: 알리바바 자회사가 개발한 모바일 브라우저.

펑파이에 따르면, 촨인이 타사와 합작 혹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앱(app) 10개가 지난해 모두 평균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아프리카에 판매한 8000만 대의 스마트폰에 자사 앱(app)을 사전 탑재한 촨인은 음악·동영상∙뉴스 등을 아우르는 모바일 커넥티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진 바이자하오]

[사진 바이자하오]

하지만 높은 시장 장악력에도 아직 이 생태계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촨인이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다.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촨인의 2021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33% 증가한 492억 5400만 위안(약 9조 2824억 원)이다. 그러나 매출 대부분은 아직도 휴대전화 판매에 의존하고 있었다. OS 생태계에서 나온 수익은 ‘기타수익’으로 퉁 쳐져 표기됐으며, 전체 매출의 5%에도 못 미쳤다. 이를 두고 촨인은 아직 생태계가 구축하고 있어 회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 촨인은 얼마 전 모바일 인터넷 사업을 자사의 3대 전략 중 하나로 승격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아프리카 내 ‘촨인 생태계’ 구축 작업에도 더욱더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아프리카 스마트폰 제왕 촨인이 앞으로 알리바바와 샤오미에 견줄 만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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