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Z맞고 목 못가눴는데 "인과성 없다"…정부가 의심한 건

중앙일보

입력 2022.05.18 05:00

업데이트 2022.05.18 07:09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자료사진.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자료사진. 연합뉴스

대전 중구에 사는 김모(49·여)씨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 증후군’ 때문에 휠체어를 탄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체내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를 망가뜨려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김씨는 10개월여의 재활치료 끝에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조금씩 걸을 수는 있으나 경사로나 계단은 오르내리지 못한다. 과도를 쥐어 과일을 깎지 못할 정도로 팔과 손에도 예전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AZ 접종 후 길랑-바레 발생 의심

김씨 가족은 길랑-바레 증후군이 생긴 원인이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 때문이라고 여긴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AZ나 얀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 백신의 중증 이상 반응으로 질병관리청 등에 보고된 바 있다. 국내 백신 접종 후 길랑-바레 증후군 의심환자는 지난 8일 현재 387명이며, 이중 AZ 접종자가 201명(51.9%)으로 가장 많다. 김씨는 지난해 5월 28일 AZ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김씨는 접종 직후 발열 등 별다른 이상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같은 해 6월 19일 감기와 설사를 앓았다.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약을 처방받았으나 증상은 나흘간 이어졌다. 그러다 6월 25일 김씨의 오른쪽 팔부터 마비되기 시작하더니 다리 힘이 빠졌다. 그는 이튿날 증상이 점점 악화하자 충남대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길랑-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 응급실 앞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중구 충남대병원 응급실 앞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콧줄' 낄 정도로 상태 악화  

충남대병원이 발급한 김씨의 ‘진료확인서’를 보면 지난해 8월엔 목도 혼자 가누지 못했다. 마비뿐 아니고 신장(콩팥) 등에 결석이 생기고, 폐렴까지 겹쳤다. 한때 혈중 산소의 양을 나타내는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김씨 남편은 “유동식 공급을 위한 콧줄을 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었다”며 “다행히 조금씩 호전돼 올해 3월 중순 퇴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개월 넘게 걸린 심의결과는 

김씨 가족은 지난해 8월 대전 중구보건소에 AZ 접종으로 인한 이상 반응을 신고했다. 이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 결과가 올해 4월 8일에야 나왔으나 AZ접종과 길랑-바레 증후군 간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질병청은 크게 5단계로 나눠 인과성을 평가한 뒤 피해를 보상하는데 김씨의 경우 ④-2인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게 이유였다. 이 경우 보상비는 물론 의료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질병청은 김씨가 길랑-바레 증후군 증상 발생 일주일 전 앓은 감기 증상 등을 근거로 백신 접종과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질병청은 피해보상 심의 결과서에서 “백신 보다는 다른 원인(선행감염)으로 인한 (길랑-바레 증후군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며 “예방접종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아 보상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계에 따르면 길랑-바레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감기 바이러스 감염, 설사병 이후 발병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전문의들은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의 85%가량은 수개월에서 1년 이내 완전히 회복되나 3%가량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질병관리청 전경. 연합뉴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질병관리청 전경. 연합뉴스

병원비 등으로 3500만원 썼는데…

김씨 가족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씨 남편은 “(질병청 판단대로 라면) AZ로 인한 발병 소지가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결국 증명책임을 피해자 가족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가족은 넉넉지 않은 살림에서 병원비와 간병비 등으로 3500만 원 이상 부담했다고 한다. 김씨는 곧 이번 심의결과에 대해 이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기와 설사가 없고 AZ 백신 접종만 확인됐다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일단 (인과성 평가상) ‘④-2’로 정리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백신 피해보상 인색한 정부"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피해보상에 인색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중대한 이상 반응으로 신고된 건수는 1만8323건에 달하나 상당수 인과관계를 인정받지 못했다.

대한백신학회장인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Z 접종과 감기 둘 다 (길랑-바레 증후군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김씨 경우는) 인과관계가 애매한 ‘그레이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 캠페인을 한 만큼 그레이존도 적극적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다를까 

상당수 백신 접종 피해자들은 윤석열 정부에 피해 보상을 기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인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차장은 최근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 이상 반응의 국가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2차장은 “백신 이상 반응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보상 및 지원대상 질환을 확대하고 지원금액도 높일 것”이라며 “백신 전문 연구기관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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