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뇌출혈 최다 발병 50대, 유방암·간질환도 위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아무런 전조 증상이 없었어요. 고혈압 같은 만성병도 없고요. 막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건복지부 지정 회복기재활병원인 대구해성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김모(53)씨는 초등생 막내 얘기를 할 때 끝내 울음을 떠뜨렸다. 김씨는 올해 초 갑자기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다행히 주민이 신고한 덕분에 바로 이송돼 뇌수술을 받았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후유증도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17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도 무리없었다. 다만 한쪽 팔다리에 마비 증세가 남아 있다. 김씨는 “아버지가 뇌졸중을 앓은 적이 있지만 나는 감기 한 번 안 걸릴 정도로 건강해서 뇌출혈이 올 것이라고 생각도 안 했다”면서 “재활치료 덕분에 다리는 좋아졌고, 팔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남편이 돌본다. 김씨는 “가족에게 걱정을 끼쳤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인터넷 포털에도 뇌졸중 환자 가족의 애절한 사연이 넘친다. 50대 후반의 남성은 아내가 지난해 초 뇌출혈로 쓰러진 후 치매가 생겼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의 아내는 무기력·불안·불면 증세를 보인다. 말수가 줄었고 물건을 뒤진다고 한다.

강수연 별세 계기로 본 50대 질병
뇌출혈 초기사망률, 뇌경색의 3배
고혈압 방치하다 50대 들어 탈 나
“평소와 다른 두통 즉시 응급실로”

‘낀 세대’ 50대 아프면 부모·자녀도 고통

월드 스타 강수연이 창졸간에 우리 곁을 떠났다. 뇌출혈로 56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통계청 생명표(2020년)에 따르면 56세 여성의 기대여명은 32년이다. 강수연의 허망한 뒤안길을 보면서 50대 건강을 뒤돌아보게 된다. 50대는 위로는 70대 이상의 노부모를, 아래는 자녀를 돌보는 ‘낀 세대’이다. 평균수명이 올라가면서 부모 봉양 기간은 길어지고, 취업난 때문에 더 오래 캥거루처럼 자녀를 떠안아야 한다. 50대의 건강 이상은 본인과 가족에게 치명타를 안긴다.

세브란스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뇌졸중 환자가 하지 강화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 세브란스병원]

세브란스병원 물리치료실에서 뇌졸중 환자가 하지 강화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 세브란스병원]

뇌혈관질환은 한국인 사망 원인 4위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다. 뇌졸중은 둘을 통칭하는 용어다. 둘 중 뇌출혈이 더 고약하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팀이 질병관리청 의뢰로 전국 9개 대학병원 뇌졸중 환자를 추적했다. 2012~2015년 환자 7858명(1차 집단), 2020년 1~12월 2431명(2차 그룹)이다. 1차 그룹의 50대 비중이 26.3%, 2차는 27.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 8년 흘렀지만 ‘50대 1위’는 달라지지 않는다. 뇌경색은 70대가 가장 많다. 발병 초기 중증 환자군 비율이 뇌출혈이 뇌경색의 2.3배이다. 발병 1개월 이내 사망률도 뇌출혈이 9.4%로 뇌경색(3.4%)의 2.8배이다. 미국도 뇌출혈 집중 연령군이 노인이 아니다. 미국심장협회(AHA) 리포트를 보면 45~64세의 뇌출혈 발병률이 65세 이상보다 높다.

인터넷 포털의 글을 보면 50대 아버지에게 뇌출혈이 또 올 것을 걱정하는 자녀의 효심이 느껴진다. 아버지는 쓰러진 후에도 술·담배를 끊지 못하고, 식사 대신 과자를 즐긴다고 걱정한다. 알코올성 치매가 있고, 성격이 거칠어졌다고 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연희 교수는 “50대 뇌출혈 1위의 원인은 고혈압 때문”이라며 “고혈압 관리를 제대로 안 하고 중년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말했다. 2020년 환자 2431명 중 고혈압이 위험 요인인 환자가 47.6%로 압도적으로 많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국내 고혈압 환자의 60%만 적정하게 관리한다. 나머지는 약을 처방받지 않거나 진료도 안 받는다. 지난해 38만여 명이 합병증이 생겼고, 이 중 18만 명이 뇌혈관질환이다. 대구해성병원 이병성 신경과장은 “50대 뇌혈관질환이 발생하면 후유증이 남아 삶의 질이 뚝 떨어지게 된다”며 “뇌경색은 조기진단이 발달하고 있지만, 뇌출혈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두통이 반복되거나 평소와 다르거나 메스꺼운 증세가 있으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방암 최다 40대, 사망률 1위 50대

다른 50대 질병은 유방암이다. 40대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전체 진료 환자는 50대가 가장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 환자의 37%가 50대이다. 다음으로 60대, 40대 순이다. 유방암 전체 5년 상대 생존율(93.6%)은 높지만 늦게 발견하면 결과가 안 좋다.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유방암 사망률은 50대가 18.1명으로 40대(11.9%)나 60대(17.7%)보다 높다.

간 질환은 대표적인 50대의 병이다. 술이 원인이다. 무증상 단순 지방간, 간염, 간경변, 말기 간부전 등 다양하다. 2017~2021년 알코올성 간 질환 환자 중 50대가 약 35%로 가장 많다. 55세의 기대여명은 30.4세이지만 뇌출혈 등에 걸리면 조기 사망하거나 골골거리거나 가족에 의존해야 한다. 병치레하지 않는 건강수명(2018년 기준 70.43세)이 중요하다. 평균수명보다 13.39년 짧은데, 이만큼 앓다가 숨진다는 뜻이다. 50대를 위협하는 질병에 유의하라는 게 고(故) 강수연의 무거운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