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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

“민주당, 선거 져야 산다”“이재명 의원돼야 윤 대통령 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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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재명 방탄 출마 논란 인천 계양을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대선 패배 두 달여 만에 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가 6·1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물론  ‘깨어있는 시민연대당(깨시연)’ 같은 ‘문파(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층)’도 이 후보의 출마를 맹공하며,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윤형선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지원에 나섰다. 반면 이재명 후보 측은 “이 후보는 이미 민주당의 실질적인 지도자”라며 “그가 원내에 진입해야 정국이 안정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친문조직 ‘깨시민’, 국힘 지지 올인
정성호 “이재명, 실질적 야당 리더”
유세 현장에선 이재명 조직 압도적

#1. 이재명 저격 나선 열혈 문파

깨시연은 지난 3월 1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윤석열 지지 선언’ 집회를 열었다. 이 집회엔 윤석열 후보도 참석해 연설했다. 대표 이민구 씨는 골수 문파였으나 3·9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폭로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이재명 저격수’로 나섰다. 특히 이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횡령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 공무원 A씨가 김은혜 후보 지원에 나서도록 막후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문파였지만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이민구 깨시민 대표가 3·9대선 때 제작한 윤석열 후보 지지 포스터를 옆에 놓고 인터뷰하고 있다. 포스터엔 윤 후보가 깨시연 측에 감사의 뜻으로 적은 친필 사인이 담겨있다. 강찬호 기자

문파였지만 ‘이재명 저격수’로 나선 이민구 깨시민 대표가 3·9대선 때 제작한 윤석열 후보 지지 포스터를 옆에 놓고 인터뷰하고 있다. 포스터엔 윤 후보가 깨시연 측에 감사의 뜻으로 적은 친필 사인이 담겨있다. 강찬호 기자

이재명 후보 ‘저격’에 나선 이유는.
“지금의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망해야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그래서 난 일찌감치 김은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경기지사가 ‘이재명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걸 탈환해 이재명 지사 시절 비리를 낱낱이 심판해야 한다. 또 성남시도 이재명이 거쳐 간 곳이니 국민의힘 신상진 후보를 지원하고, 계양을도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를 도울 것이다. 당초엔 ‘이재명도 인간인데…’란 생각에 설마 하기도 했는데, 정말 계양을에 출마하는 걸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골수 ‘문파’인데 왜 이 후보 낙선 운동에 나서나.  
“『이재명 엑스파일』이란 책을 썼을 만큼 그를 잘 안다. 원래는 좋게 봤는데 2016년 총선 때 ‘형수 욕설’ 파일이 공개되고 2017년 대선 경선에서 그의 언행을 보면서 ‘이 사람은 안 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형수 욕설은 곁가지고, 이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의 절차적 정당성을 죄다 짓밟아 당은 물론 진보 전체를 궤멸시킨 것이다. 이재명 대신 건설적인 진보가 나타나야 한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전략은?
“이 후보 부인의 법인카드 의혹을 폭로한 전직 경기도 공무원 A씨가 19일 개시될 선거운동 기간 중 김은혜 후보 유세 지원에 나설 것 같다. 우리 쪽에서  A씨에게 ‘도와달라’고 청했더니 그는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겠느냐’라고 답했다. 도와주겠다는 뜻이 확인된 거다. 조만간 A 씨와 김 후보 측의 만남을 주선할 것이다. 김 후보 측도 A씨가 공익제보자인 만큼 거취를 긍정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A씨가 유세에 나서면 처음 베일을 벗는 것이다. 이 지사 재직 시절 피부로 겪은 비리들을 생생히 알릴 것이다.”
문파인데도 3·1 절에 ‘윤석열 지지 집회’를 열었고, 윤 후보가 연설해 화제가 됐다.
“3·1절에 앞서 집회 계획을 윤석열 캠프에 전했다. 그러자 당일 아침 윤 후보로부터 문자가 왔다. ‘점심 먹자’는 거였다. 그날 동작구에서 오전 유세를 마친 윤 후보와 정오에 현충원 인근 한식당에서 만났다. 윤 후보에게 ‘우리 깨시연은 빨강(국민의힘)과 파랑(민주) 진영 논리를 깨고 나라를 위해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니 윤 후보는 내게 ‘오후 3시에 집회 연다면서요?’라고 묻더라. ‘맞다’고 하자 윤 후보는 ‘제가 가겠습니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식사도 못 하고 바로 집회장에 뛰어가 윤 후보가 연설할 수 있게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일반 집회’로 신고가 돼 있어 윤 후보가 연단에 못 선다는 거다. 그래서 집회장 뒤편에 윤 후보 유세 트럭을 대고 거기서 연설하라고 했다. 참석자들이 등만 돌리면 연설을 들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성사됐다. 여담인데 윤 후보와는 또 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뭔가.
“온라인에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사랑’ 카페가 있다. 회원이 9만명에 달한다. 이 카페의 성장을 나와 깨시연이 도와줬다. 윤 후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3·1절 날 식당에서 나랑 마주 앉자마자 ‘와이프 팬카페 만드는 걸 도와줘 고맙다’며 사인을 해주더라. (윤 대통령 취임식도 초청받았나?) 그렇다. 취임식을 앞두고 비서실에서 내게 전화를 해왔다. ‘당선인이 선생님 챙기라고 하셨습니다’고 하더라.”

#2. “이재명이 총탄 두렵겠나 …”  

정성호

정성호

‘이재명계 의원들의 좌장’으로 불려온 정성호 의원은 “이 후보의 계양을 출마가 논란이다”는 질문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무슨 얘기를 하겠나”고 일축했다. “이재명 출마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했다.

이 후보의  계양을 전격 출마는 ‘방탄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재명 정도 되는 사람이 무슨 총탄을 두려워하겠나. 오히려 이 후보가 원내에 들어가는 게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거다. (왜 그런가?) 이재명이 국회 밖에 있으면 대통령에게도 별로 안 좋다. 야당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이재명인데, 그가 원내에 있어야 책임도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로 대화하기도 편할 것이고.”
이재명계 좌장인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조건 없이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내 개인적 의견이다. 새 정부가 일할 수 있게 해 줄 건 해주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하지 않나.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우리 당을 어떻게 볼지 생각하면 답은 분명한 거 아닌가. 다만, 내가 이재명계 좌장이란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니 그런 표현 쓰지 말라.”
이재명 후보의 입장도 같은가.
“그 이슈로 이 후보와 얘기한 적은 없지만, 그도 기본적으로 그런 것(입장)이 있을 것이다. 이재명은 현실적인 사람이고 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자’는 입장이다.”
이 후보의 당선 전략은 뭔가.
“대선 후보였다는 생각은 접고 지역구 의원 후보로서 낮은 자세로 뛰어야 한다. 나나 의원들이 유세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계양을 선거 운동 현장에서 이 후보의 유세는 물량과 조직에서 압도적이란 평을 듣고 있다. 14일 오전 계양구 대안 빌딩에서 열린 이 후보 사무실 개소식은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버스 수십 대가 인근 골목마다 주차한 모습이 목격됐다고 국민의힘 관계자가 전했다. 전국의 이재명 후보 지지 조직이 개소식에 맞춰 계양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계양의 대표적인 도로인 경명대로 일대엔 50m 간격으로 ‘(이재명 후보가) 계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는 청색 현수막이 풍선 다발과 함께 하룻밤 사이에 걸렸는데 수백개에 달했다. 조직의 규모가 대단하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상현 6·1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은 “계양 현지에서 이 후보를 지원하는 이들은 주민이 아닌 외지 사람들”이라며 “외부인들이 주도하는 유세 방식에 계양 주민들은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당이 ‘동네 의사 선생님’  윤형선 후보를 공천한 이유”라고 말했다.

윤형선 후보는 1961년 충남에서 출생해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뒤 25년 가까이 계양구에서 내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그는  “이 후보가 연고가 전무한 계양에 출마한 속셈을 주민들이 다 알아 민심은 내게 유리하다. 세 명 중 한명 꼴인 호남 출신 주민들도 20%는 이 후보에 등을 돌린 것 같다. 골수 호남 향우회장 한 분이 내게 ‘평생 민주당만 찍어왔고 3·9 대선도 이재명 찍었지만 6·1 보선에선 절대 안 찍겠다’고 하더라. 다른 호남 출신 주민들도 ‘해도 너무한다. 계양이 호구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2016년 총선 때 제3당(국민의당) 후보로 25%를 득표한 최원식 전 의원이 나를 도와줄 뜻을 밝혔고, ‘이재명 저격수’ 영화배우 김부선 씨도 지원 유세를 두 번 오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