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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봉쇄에 꽉 잠긴 세계 공급망…재료 못구해 건축·의료까지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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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6일 자전거로 막혀 있는 상하이 시내의 한 도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하이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16일 자전거로 막혀 있는 상하이 시내의 한 도로.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상하이에 봉쇄 조치를 내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고층 건물 공사장에 고급 욕실·주방용품을 공급하는 제이크 핍스는 중국 상하이에서 선적하기로 한 수도꼭지를 몇 달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의 건설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원자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공급망은 이미 엉망이 됐고,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시 당국이 다음 달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전 세계 거의 모든 제조업이 중국발 공급망 차질로 인한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중국발 공급망 혼란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제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급 스테레오 제조업체 뱅앤드올룹슨은 중국의 봉쇄 조치로 창고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물류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뱅앤드올룹슨은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이어 소비재 제조 공장이 몰려 있는 베트남도 운동화·의류 생산이 타격을 입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원단 등 소재가 바닥나면서 글로벌 브랜드와 납품계약을 맺은 공장은 물량을 대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베트남 신발·핸드백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해 베트남으로 들여오는 핵심 소재가 ‘극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는 베트남 공장의 공급망 차질로 인해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이익 전망치를 낮게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상하이 봉쇄는 이날까지 50일째를 맞았으며, 베이징 등 다른 대도시 등도 전면·부분 봉쇄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상하이 인근 공장과 창고는 두 달 가까이 문을 닫았으며, 트럭 운전사와 컨테이너 항구 노동자는 발이 묶였다. 특히 상하이 인근에 몰려 있는 반도체 등 첨단부품 기업이 문을 닫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기술 기업과 테슬라 등 자동차 제조업체까지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중국의 봉쇄 정책은 미국 의료 산업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뉴욕병원협회에 따르면 상하이 GE헬스케어 공장에서 생산하는 요오드 조영제 공장도 타격을 입었다. ‘옴니팩’이라는 조영제는 방사선 촬영과 CT·MRI 등에 널리 사용된다. 이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도 ‘옴니팩’ 부족으로 인해 미국의 일부 환자는 검사를 미뤄야 했다고 전했다. 또 이 약품을 대체할 약품이 없기 때문에 위급한 환자는 초음파 등 다른 진단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GE 공장이 이달부터 생산에 재개하더라도 향후 2개월간 공급이 최대 8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봉쇄를 풀고 제조 공장이 재가동된다 해도 전 세계 공급망이 숨통이 트일 때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워싱턴에 있는 미국소매업연맹의 조나단 골드 부사장은 “상하이 공장이 다시 가동되고, 화물이 미국으로 향하기 시작하면 물동량 증가로 인한 혼잡이 발생해 추가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시 당국은 오는 6월 정상화를 목표로 봉쇄 조치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3단계로 나눠 시행되며, 오는 21일까지 봉쇄 구역을 줄이고, 다음 달 1일부터 15일까지 전면 정상화를 위한 회복 기간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상하이시는 이날부터 단계별 상업활동 정상화에 들어갔으며, 백화점·마트 등의 오프라인 영업을 재개하고 국내선 항공편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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