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엑스박스 게임패스)와 아마존(루나), 구글(스테디아), 애플(아케이드) 등 빅테크가 우글거리는 구독형 게임 시장에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이하 소니)가 본격 합류한다.
소니는 1만 1300~1만 2900원에 400개 이상의 최신 블록버스터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구독상품을 오는 23일 출시한다. 소니 관계자는 팩플팀 질의에 “이전보다 훨씬 고품질의 게임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30억명 게임 인구를 놓고 ‘게임=장난감’에서 ‘게임=서비스’인 GaaS(Game as a Service) 시대로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소니는 글로벌 1위 콘솔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 시리즈를 만든 회사다. 인기 지식재산(IP) 타이틀을 독점 출시해 콘솔 기기를 팔고, 그 기기를 지렛대 삼아 게임 패키지를 파는 선순환이 핵심 비즈니스 모델(BM)이었다.
소니의 신규 서비스는 2010년 선보인 초기 구독형 PS 플러스(Plus)와 2014년 내놓은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PS 나우(Now)를 합쳐서 발전시킨 형태다. PS 네트워크에 접속한 이용자는 1억 600만명(지난 3월 기준). 그란투리스모, 언차티드, 갓 오브 워 등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막강 IP가 여럿이라, 소니의 구독 시장 도전이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미국 가트너는 2023년에 우리가 쓰는 서비스 중 75%가 구독형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게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패키지 제품→광고(광고 보고 무료 게임)→부분 유료화(아이템 구입 등)로 이어진 게임 BM에 구독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독서비스는 하나 출시하고 나면 이후 수년간 매출 빙하기를 겪어야 했던 기존 모델보다 사업을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구독 서비스 기존 강자는 MS다. MS는 100개 이상 게임을 한 달 9.99달러에 제공하는 엑스박스 게임패스(Xbox Game Pass)를 2017년 출시했다. 2020년 1000만명이던 엑스박스 게임패스 이용자는 최근 2500만명까지 늘었다.
MS 엑스박스 관계자는 “엑스박스는 콘솔 중심 비즈니스에서 콘텐트, 커뮤니티, 클라우드 기술 투자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게임 생태계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엑스박스 게임 생태계는 구글·애플에 넘어간 게임 산업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무기이기도 하다. 글로벌 앱마켓 90% 이상을 점유한 두 회사는 게임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떼어 간다. 최근 게임 포트나이트로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합류한 에픽게임즈가 대표적이다. 에픽게임즈가 자체 결제수단을 고집해 포트나이트 iOS 앱은 앱마켓서 사라졌지만,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통해 애플 기기에서 포트나이트 게임을 할 수 있게 됐다.
구독형은 블록버스터 게임에 편중된 구조를 깨고, 업계에 활력을 더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 4월 엑스박스 게임패스로 RPG 게임 언소울드(Unsouled) 를 출시한 정진섭 메구스타 게임 대표는 “1인 개발사라 어려움이 많은데 게임패스 출시로 홍보 기회를 얻고, 계약금도 받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구독 게임 시대에는 결국 구독자를 락인(lock-in) 할 수 있는 강력한 IP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오리지널 IP 파워 및 보유력이 게임 구독서비스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