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루키’ 장희민, 그를 만든 8할은 땀에 젖은 맥모닝

중앙일보

입력 2022.05.18 00:03

업데이트 2022.05.1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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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는 2002년생 수퍼 루키 장희민. 요즘 프로골퍼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훈련한 흙수저 출신이다. [사진 KPGA]

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추는 2002년생 수퍼 루키 장희민. 요즘 프로골퍼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훈련한 흙수저 출신이다. [사진 KPGA]

“햄버거는 좋아하지만, 맥모닝은 사절이에요.”

지난 15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루키 장희민(20)은 이렇게 말했다. 우승 다음 날인 16일 그는 경남 거제의 드비치 골프장에 있었다. 원래 참가 자격이 없었는데 1부 투어에 올라와 두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해 출전권을 얻었다고 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프로골퍼가 되기까지 고생한 사연을 들어봤다.

장희민은 2002년생이다. 물질적으로 풍요한 21세기에 태어났는데 ‘흙수저’인 그의 청소년기는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6년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그해 겨울 영국 행 비행기를 탔다. 유러피언 투어의 3부 투어 중 하나인 PGA 유로프로투어에 나가기 위해서 일찌감치 유럽행을 결정했다.

PGA 유로프로투어엔 나이 제한이 없다. 그는 “아무것도 모를 어릴 때였지만, 축구 스타 손흥민이 그랬듯 일찌감치 프로가 돼서 골프에 전념하고 싶었다. 해외 투어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해외 골프를 경험해보자는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2016년 장희민은 한국에서 열린 제1회 YG컵에서 2위를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당시 1위 김민규도 유럽 3부 투어에 동행했다.

PGA투어는 젊은 유망주들이 활동하는 2부 투어(콘페리투어)가 있다. 캐나다·라틴아메리카·중국 등에는 3부 투어도 있다. 유러피언투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2부 투어(챌린지투어)에 이어 영국과 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하는 PGA 유로프로투어(3부 투어)가 있다.

유로프로투어는 대회 수 15개에 대회당 상금이 5만 파운드(약 8000만원) 정도다. 미국 PGA투어의 3부 투어보다 사정이 훨씬 열악하다. 150명이 참가하다고 가정하면 1인당 평균 상금은 50만원 정도다. 참가비가 40만원이니 기대 수입은 10만원에 불과하다. 냉정히 말하면 선수들의 참가비에다 약간의 스폰서를 붙여 치르는 미니투어다.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따지면 적자다. 톱 10에 들지 못하면 돈을 벌지 못한다.

그렇지만 장점도 있다. 직접 가방을 메거나 수동 카트로 끌고 다니기 때문에 카트비와 캐디피 등은 들지 않는다. 참가비 40만원을 내고 나흘간 실전 경기를 경험할 수 있다. 성적이 좋으면 약간의 보너스를 받는 셈이다.

골프의 발상지 영국엔 괜찮은 코스가 많다. 3부 투어라도 코스 변별력이 높아 열심히 하면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프로골퍼가 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골프 아카데미에 등록하려면 월 5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그린피가 만만찮은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1000만원 가까이 지출을 각오해야 한다.

장희민은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영국에서 3년간 살았다. 골프에 들어가는 비용 이외에 다른 지출은 최대한 줄였다. 영국은 물가가 비싸지만, 생필품은 상대적으로 싸다. 아침은 맥도널드에 가서 ‘맥모닝’으로 때울 때가 많았다.

대회에 나가지 않는 날에도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점심 메뉴는 항상 클럽하우스에서 파는 햄버거였다. 한국 음식이 꼭 먹고 싶을 때는 공동 숙소에서 아버지가 김치찌개를 끓였다. 작은 모텔에서 잘 때도 있었지만, 한인교회 교인들의 집에 짐을 맡기고 차에서 잘 때도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낭만적인 차박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추운 새벽 아버지가 시동을 틀고 히터를 켜주시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래도 영국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장희민은 청소년기의 고생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꿈이 있기 때문에 창피하지 않다. 그렇지만 맥모닝은 더는 먹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그는 또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10대 나이에 외국에서 고생하면서도 언젠가 빅리그에 가서 어려운 환경의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장희민이 우승하자 무명 선수의 깜짝 우승이라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강풍이 부는 난코스에서 치러진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장희민이 우승하고, 김민규가 공동 2위를 차지한 것은 우연으로 보긴 어렵다. 둘 다 유럽 3부 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선수들이다.

한참 즐겁게 지내야 할 10대 중반의 나이에 해외 투어에서 뛰는 것은 적절할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상금 액수가 모텔에서 잘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 부담을 안고 공을 쳐야 한다.

장희민은 “너무 힘들어 다른 후배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의지가 있으면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했다. 장희민은 19~22일 드비치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장희민
출생 2002년 3월, 경기도 수원

체격 1m80㎝, 75㎏

주요 경력
2016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 YG컵대회, 경남지사배, 한국C&T배 우승
2017~2019 유러피언투어 3부 투어 유로프로리그
2021 KPGA Q스쿨 10위로 통과
2022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

2022 시즌 기록
평균타수 70.63(2위)
그린 적중시 퍼트수 1.73(1위)
라운드당 버디수 4.38(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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