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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과반이 신입생 기준 미달…재정지원 문턱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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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방대 신입생 대거 미달 사태로 인해 정부가 재정지원 대학을 선정하는 ‘학생 충원율’ 최저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기존 기준대로는 지방대 절반 이상이 미달이라 재정지원을 해줄 수 없어서다. 지방대 지원을 위한 방법이지만 근본적 문제를 그대로 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3학년도 정부 재정지원 가능대학 명단을 발표했다. 재정지원 가능대학은 일반대학 160곳과 전문대학 116곳으로 총 276곳이 선정됐다. 반면 재정지원 제한대학은 일반대학 9곳과 전문대학 13곳으로 총 22곳이 지정됐다. 제한대학이 되면 내년도 정부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도 제한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전까지 재정지원 대학으로 선정되려면 각 지표의 최저 기준 수치를 넘어야 했다. 예를 들어 일반대는 신입생 충원율 97% 이상, 졸업생 취업률 56% 이상이 기준이다. 3개 이상 최저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대가 신입생 대거 미달 사태를 겪으면서 이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대(교대·사이버대·산업대 제외) 123곳 중 63곳(51.2%)의 신입생 충원율이 최저 기준인 97% 미만이었다. 이전 기준대로라면 절반이 넘는 대학이 기준 미달인 셈이다.

전문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대는 신입생 충원율 90%가 최저 기준인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학교가 138곳 중 72곳(52.2%)에 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19년에는 충원율 90%를 넘기지 못한 전문대가 7%정도에 불과했는데, 이번에는 절반 이상이 기준 미달”이라며 “2~3년 새 지방대, 전문대 충원율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교육부는 눈높이를 낮추는 방식을 썼다. 예전에는 기준을 먼저 정해 놓는 ‘절대평가’였다면, 이번에는 하위 20% 대학만 미충족으로 간주하는 ‘상대평가’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지방대의 신입생 충원율 최저 기준은 97%에서 80.8%로 낮아졌다. 전문대도 신입생 충원율 최저 기준이 90%였지만 이번에는 수도권은 72.4%, 비수도권은 73.7%로 하향 조정했다. 재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등의 지표도 모두 낮췄다.

전문가들은 기준 조정을 통한 지원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이보형 사무총장은 “재정지원 평가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기계적 평가 방식이 아닌 대학별 전문성을 살린 맞춤 평가 방식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기준을 낮춰주면서 오히려 부실 대학의 생명을 연장시켜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오히려 부실 지방대학들은 구조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데 기준이 완화되면서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땜질 처방보다는 한계 대학의 퇴출 경로를 열어주는 게 다른 대학들의 기회를 더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도 기존 대학 평가 방식의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 주도의 획일적 평가는 개편하고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장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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