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봉쇄 탓 식품값 최대 20배로…링거도 맥주병으로 제조”

중앙일보

입력 2022.05.18 00:02

업데이트 2022.05.1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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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류현우

류현우

“북한은 중국에 이미 도움을 요청한 건 물론이고, 국제사회에도 SOS 신호를 보낸 겁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자존심상 한·미 지원은 절대로 안 받을 겁니다.”

북한 외무성에서 20년가량 근무하다 2019년 한국으로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행정부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발하는 김정은으로선 자존심 때문에라도 손을 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은 통일부의 방역 지원 관련 실무 접촉 제안에 이틀째 침묵하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전일춘 전 노동당 39호실 실장의 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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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은.
“북한에 있던 시절 결핵이 많았는데, 주민들이 워낙 못 먹고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균이 기하급수적으로 확 퍼졌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대책으로 버드나무 잎을 우려먹으라는 게 말이 되나.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도 맥주병으로 링거를 제조해 중환자를 치료한다. 주사기도 변변치 않다. 2년 동안 이어졌던 국경 봉쇄로 주민 대부분도 이미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예민한 상태일 거다.”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을까.
“중국·러시아·국제기구의 도움만 받을 것이다. 윤석열·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북한으로선 한·미 지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자존심상 받지 않고 거절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필요한 의료 지원은.
“먹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를 원하지, 백신을 요구하진 않을 것이다. 북한은 평양만 해도 하루에 두세 시간밖에 전기 공급이 안 된다. (냉동·냉장 설비를 갖춰 준다 해도) 전기로 설비를 못 돌리는데 백신을 줘봤자 무용지물이다. 맹물이나 다름없다.”
주민 통제 수준은.
“코로나 사태가 불거진 재작년부터 이미 군과 군, 시와 시 사이 경계를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도록 시·군·도당 책임비서들이 나서서 통제했다고 한다. 통제와 봉쇄로 생활고도 만만치 않다. 쌀값은 현재도 5300원 수준으로, 이를 어길 경우 처벌도 불사하며 무조건 딱 잡고 있다고 들었다. 문제는 다른 부식물·식재료 가격이 최대 20배까지 뛰었다는 점이다. 생활고로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당에 대한 신뢰도가 내려가는 것을 북한 당국으로선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이다.”
이 와중에 핵실험을 감행할까.
“김정은은 내부가 흔들리는 걸 가장 두려워한다. 어떻게든 내부를 빨리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통한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외부적으로도 최적기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과의 경쟁, 대만 문제 등에 온 정신을 쏟고 북한에는 눈길을 못 돌리는 상황 아닌가. 내가 북한 당국의 입장이라면 어떻게든 핵실험을 해내서 ‘코로나19 와중에도 성공리에 핵을 완성했다’ 등의 보도를 통해 ‘미국·중국 등 대국만 가질 수 있는 핵을 우리도 가졌다’는 뿌듯함을 주민들 마음에 와닿도록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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