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0원 돈가스 '눈물의 8000원'..."재료값 너무 올라 폐업 직전"

중앙일보

입력 2022.05.17 22:00

업데이트 2022.05.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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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년간 5900원을 유지하다가 재룟값 급등으로 한달 전 8000원으로 값을 올린 로스 가스. 최현주 기자

5년간 5900원을 유지하다가 재룟값 급등으로 한달 전 8000원으로 값을 올린 로스 가스. 최현주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수제 돈가스 가게(46㎡)를 운영하는 구본성(42)씨는 한 달 전 대표메뉴인 로스 가스 가격을 2100원 올렸다. 구씨는 지난 5년간 로스 가스 가격을 5900원으로 유지했다. 학생들이 즐겨 찾는다는 특성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 5900원짜리 로스 가스의 재룟값이 최근 6개월새 1000원 가까이 올라서다.

구씨는 지난 1년간 신용대출만 1억원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사를 거의 하지 못해서다. 직원도 내보내고 혼자서 요리부터 서빙까지 도맡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2월 가게 월세도 10% 올라 월 96만원을 내고 있다. 구씨는 “방역이 풀려서 이제 좀 손실을 메울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제2의 코로나’를 맞은 기분”이라며 “대출도 이미 한도가 찼고 월세도 내지 못할 판국이라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로스 가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룟값은 지난 6개월 새 급등했다. 주요 재료인 돼지 등심(1㎏) 가격은 6개월 새 6700원에서 8200원으로, 22% 올랐다. 계란(왕란)은 한 판(30개)에 4500원에서 8000원으로, 77% 상승했다. 식용유는 두 배가 넘게 올랐다. 한 통(18㎏)에 2만5000원에서 5만1000원으로 치솟았다. 구씨는 “가격을 갑자기 올리냐는 고객 불만이 서운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지만, 하반기까지 이런 상황이라면 폐업을 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재룟값 상승 폭만큼 음식값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가 대란’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과 함께 시작된 물가 상승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4월 99.5였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4월 106.85로 치솟았다. 지난 1년간만 소비자물가(4월 기준)는 4.8% 올랐다

10가지 중 9가지 제품 가격 올라 

특히 먹거리가 많이 올랐다. 식료품(비주류음료 포함)은 2년간 97.65에서 110.16으로 급등했다. 통계청에서 세부 품목별로 집계하는 농수산물‧가공식품 등 먹거리 153가지 품목을 살펴보니 2년간 136가지 품목의 값이 올랐다. 마트에서 10가지 제품을 사면 9가지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는 의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실제 마트에서 잘 팔리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1년 전과 비교해봤다. 이마트에서 4380원에 팔았던 감자(1㎏) 가격은 5980원으로 36.5% 올랐다. 오렌지는 개당 890원에서 1080원(21.3%)으로, 국내산 삼겹살은 한근(600g)에 1만4280원에서 1만6680원(16.8%)으로 상승했다. 서울우유(2.3L), 동원 살코기 참치(90g, 10개)도 각각 16.5%, 13.4% 뛰었다.

신선제품은 물론 공산품 가격까지 일제히 오른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신모(51)씨는 “가족 3명이 모여 저녁으로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먹으려면 전에는 2만원 정도면 됐는데 지금은 3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쌈 야채를 먹지 않거나 된장찌개에 감자나 두부를 넣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도 아우성이다.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며 사실상 방역 제재가 풀렸지만, 재룟값이 폭등해서다. 그렇다고 재료를 바꿀 수도 없다. 음식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성모(45)씨는 “해바라기씨유 가격이 오르면 캐놀라유로 튀기면 되지 않냐는 고객도 있는데 맛이나 향, 끓는 온도 등이 달라 음식 맛이 변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식용유 구매 제한 확대 

유통업체들은 구매제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쿠팡은 하루에 계정 하나당 식용유를 10개(로켓배송)만 구매할 수 있게 제한을 뒀다.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도 전국 매장 20곳에서 식용유를 인당 2개만 판매한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도 일부 식용유 제품을 인당 하루 1개만 판매한다.

문제는 당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치를 2.3%에서 4.1%로 상향 조정했다. 금융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등에 따른 공급 차질 현상 심화, 국내 방역 조치 해제로 인한 수요증가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도 3%대 후반의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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