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도 손들었다…"난 햄버거도 못살 나이" 엄마 울린 그놈

중앙일보

입력 2022.05.17 20:52

업데이트 2022.05.17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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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 홀 직원 없이 키오스크와 무인픽업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채혜선 기자

17일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 홀 직원 없이 키오스크와 무인픽업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채혜선 기자

“우리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척척 못 하죠. 당황해서 아무거나 막 눌렀어요.”
1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의 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만난 50대 주부 조모씨의 말이다. 해당 매장은 고객 응대 직원 없이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등으로만 운영되는 비대면 매장이다. 조씨는 “익숙해지면 편한데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 여러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직원 없이 키오스크만 덩그러니 있는 이 매장은 최근 트위터에서 화젯거리였다. 한 네티즌이 “뭐야. 나 여기 이용하는 법 몰라”라는 자조적 글을 올리면서 5300여회 넘게 리트윗(공유)되면서다. 매장을 찾은 20대 대학생 A씨는 “처음 본 어르신들이라면 헤맬 것 같다. 안내 직원이라도 있으면 도와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아직 낯선 키오스크…“주문하다 눈물도”

키오스크로 주문받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채혜선 기자

키오스크로 주문받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채혜선 기자

인건비 절감이나 편리성 등을 이유로 관공서·마트·병원·식당 등 일상 곳곳에 키오스크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용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7일 서울디지털재단에 따르면 서울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만 55세 이상 응답자 가운데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응답자는 45.8%로 파악됐다. 75세 이상은 13.8%가 키오스크를 써봤다고 답했다. 나이가 들수록 키오스크 사용 경험이 줄어드는 경향을 띠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키오스크 사용에 쩔쩔맸다는 중·장·노년층의 사연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선생님인 엄마가 가는 매장마다 직원은 없고 키오스크만 있어 주문하지 못해 포기하고 돌아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어머니는 ‘내가 이제 햄버거도 혼자 못 살 정도로 나이가 들었나?’라고 속상해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키오스크 오래 걸려서 눈치 보이는 건 나도 마찬가지” “나도 뚝딱거리는데 어른들은 오죽할까” 등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때로는 키오스크 사용을 놓고 작은 소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키오스크 사용에 버벅거리던 60대 엄마 뒤로 대기 줄이 생기면서 일부 손님이 항의했다고 한다. “엄마가 키오스크에서 주문 못 하고 싸움 만들고 왔대요ㅠㅠ”라는 제목의 해당 글은 이날 기준 조회 수 13만 회를 넘었다.

SNS에서는 “모른 척 말자” 

방송인 유재석도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워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 MBC 유튜브 캡처

방송인 유재석도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워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 MBC 유튜브 캡처

키오스크가 만든 ‘디지털 디바이드(계층 간 디지털 격차)’ 현상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고령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 등을 실시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30세대가 주 사용층인 SNS에서는 “키오스크 조작에 미숙한 어른을 보면 눈치 주지 말고 도와줘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어르신에게 당황 말고 천천히 하라며 키오스크 사용법을 알려줬다”처럼 관련 미담도 잇따른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젊은 사람도 키오스크 앞에서는 식은땀이 난다”며 “어려워하는 어른을 보면 도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2년 새 3배 증가한 키오스크

서울 한 대형마트 푸드코트 내 키오스크. 뉴시스

서울 한 대형마트 푸드코트 내 키오스크. 뉴시스

국내 민간 분야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19년 8587대에서 지난해 2만6574대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은 언택트 바람을 탄 키오스크 도입은 대세라고 입을 모은다. 자영업자 100만 명 이상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키오스크로 월 600만원을 아끼세요” “직원은 말썽부리지만, 키오스크는 말썽 안 부린다” 등과 같은 글이 이어진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키오스크 사용이 어렵다면 젊은 층은 당황함을 느끼고 중·장·노년층은 소외감이 든다”며 “정보 소외 계층에게 공포가 될 수 있는 디지털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맞춤식 교육이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는 몇 번 배우기만 하면 곧장 적응한다”며 “접근성이 좋은 주민센터 등에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늘리는 등 지자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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